'벌거벗은 세계사', 이번엔 출연자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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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교수는 1월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같은 달 30일 방송된 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페스트 편을 언급하며, "흑사병을 10년 넘게 공부했고, 중세 말기 유럽을 전공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고 밝혔다.
이어 "중세 사회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고 당시 사료도 해석할 줄 모르는 한 의사가 청취자들에게 왜곡된 인식만 키웠다. 내용도 구성도 꽝이었다"며 장항석 교수의 강의를 지적했다.
또한 카파 공성전에 대한 자료를 두고 "현장에 있던 사람이 기록한 것이 아니고 신뢰할 수도 없는데 마치 역사적 사실인 양 해석해 나쁜 것은 다 아시아에서 왔다는 잘못된 인식을 고착시켰다"고 했다.
이에 '벌거벗은 세계사' 측은 이날 스포티비뉴스에 "1월 30일 방영된 페스트 편은 페스트와 관련된 내용을 의학사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며 "방송 전 대본과 가편본, 그리고 자막이 들어간 마스터본을 관련 분야의 학자분들께 자문을 받고 검증 절차를 마친 후 방송하였다"고 해명했다.
'벌거벗은 세계사' 측의 설명으로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는 듯 보였다. 그러나 장항석 교수가 4일 직접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벌거벗은 세계사'의 역사 왜곡 의혹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장항석 교수는 이날 오후 인터넷 카페 '거북이 가족'에 'tvN 방송 유감'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방송과 관련해 본의 아니게 잡음이 일게 된 점 송구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운을 뗀 장항석 교수는 "의학을 전공한 교수로서 2018년 '판데믹 히스토리'라는 책을 집필한 바 있고, 당시 검토했던 수많은 책과 자료 및 연구를 토대로 이번 페스트 편을 준비했다. 제작진과 함께 여러 가지 잘 알려진 설 중 가장 보편타당성이 있는 내용을 엄선하려 노력했고, 여러 검증 과정을 거쳐 각 세부 주제들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거짓을 이야기하지 않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제가 감염병 관련 책을 준비하면서 찾았던 그 수많은 자료가 박 교수님의 주장대로 다 왜곡이라고 한다면, 페스트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 수많은 책은 다 폐기돼야 옳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항석 교수는 박흥식 교수의 비판 태도를 꼬집기도 했다. 장 교수는 "적어도 서로에 대한 예의는 지키자. 충분히 역사학적 토론이 가능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언사를 통한 일방적인 매도는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장항석 교수는 이번 논란으로 이미지에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고 호소했다. 장 교수는 "박 교수님의 지적 이후 많은 매체에서 저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고, 제 저술 또한 일거에 형편없는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에 장항석 교수는 박흥식 교수에게 사과를 요청하기도 했다. 장 교수는 "박흥식 교수님께 같은 교수로서뿐만 아니라 인간대 인간으로 서로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 이야기를 풀어볼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제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박 교수님의 해명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청한다"고 했다.

장항석 교수가 박흥식 교수의 비판에 직접 반박을 하면서 방송을 둘러싼 잡음이 출연자 간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벌거벗은 세계사' 측은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제작진은 쏙 빠진 채, 출연자만 고군분투 중인 셈이다.
장항석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페스트 편에서 다룬 내용은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과 상의 끝에 선정된 것이다.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이 이번 논란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이미 '벌거벗은 세계사'는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설민석 하차로 이어진 지난해 12월 방송된 이집트 편, 방송 재개 후 첫 방송인 페스트 편에서 잇따라 오류를 지적받은 것도 모자라, 출연자인 장항석 교수를 보호하지도 못했다.
'벌거벗은 세계사' 측은 분명 "더 좋은 방송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정성 어린 반성과 책임있는 변화가 수반될 때 제작진의 다짐도 시청자의 믿음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제작진은 출연자의 뒤에 숨어서 논란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구설로 몸살을 앓고 있는 '벌거벗은 세계사'가 이번 사태에는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심언경 기자 notglasses@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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