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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전한 루키에게 남은 건 ERA 17.18… SSG, 너무 많은 걸 잃었다

작성일: 2021.05.01 09:24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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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경기 운영을 두고 거센 비판에 직면한 SSG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선발투수가, 그것도 6이닝은 막아줄 것이라 기대하는 외국인 투수가 갑작스럽게 등판이 취소된 상황이었다. 투수 운영이 힘들 것이라는 점,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가 힘들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상하고 인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코칭스태프는 더 많은 걸 생각해야 했다. 

SSG는 4월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경기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을 겪었다. 이날 선발 등판이 예정되어 있었던 윌머 폰트가 몸을 풀던 중 갑작스러운 목의 담 증세를 보인 것이다. 결국 폰트의 등판은 취소됐고, 경기 시작을 앞두고 부랴부랴 상대 팀인 두산의 양해를 구한 뒤 장지훈(23)으로 선발이 바뀌었다. 경기 시작 직전까지 취재진도 모르고 있을 정도의 긴박한 교체였다.

전날(29일) 인천 kt전에서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장지훈이었다. 퓨처스팀(2군)에서의 좋은 평가를 바탕으로 1군에 올라왔다. 구속이 빠르지는 않지만 제구와 변화구 구사 능력이 좋고, 여기에 삼진보다는 맞혀 잡는 피칭으로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는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전형적인 ‘경기용 투수’라는 호평이 자자했다. 몸도, 마음도 준비가 안 됐을 장지훈은 악조건 속에서도 차분하게 경기를 이끌어나갔다.

2회 1실점하기는 했지만 3회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했다. 3회까지 1실점, 기대 이상의 피칭이었다. 다만 서서히 교체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예감할 수 있었다. 준비가 안 된 대체 선발이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선발로 뛰기도 했지만, 장지훈은 퓨처스팀에서도 선발로 준비한 자원이 아니었다. 퓨처스리그 최다 소화 이닝도 2⅔이닝, 그것도 1군보다 한 수 아래의 타자들을 상대로 투구 수를 줄여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군은 상대 타자의 수준도, 피로도도 달랐다.

그러나 SSG 벤치의 선택은 4회에도 장지훈이었다. 사실 불펜 상황을 고려하면 장지훈이 4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것은 이해가 됐다. 3회의 좋은 피칭도 고려 대상이 됐을 것이다. 1이닝만 더 막아주면, 이날의 임무는 120% 완수였고 SSG는 그것을 기대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 차례씩 장지훈의 공을 본 두산 타자들은 노련하게 공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장지훈의 공도 힘이 떨어져 있었다.

선두 양석환에게 홈런을 맞았고, 김인태에게는 2루타를 허용했다. 첫 번째 교체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SSG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흔들린 장지훈은 박계범에게 볼넷을 내준 뒤 보크까지 범했고, 안재석에게도 볼넷을 허용하고 만루에 몰렸다. 제구와 침착함이라는 선수의 장점을 모두 잃어가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SSG 벤치는 요지부동이었다. 심지어 불펜에는 더 경험이 많은 서진용 김택형이 오랜 시간 몸을 풀고 있었다.

결국 장지훈은 장승현 허경민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았고, 74개의 공을 던진 채 김택형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좌타자 페르난데스를 잡기 위해 올라온 김택형은 오히려 3점 홈런을 맞으면서 경기 흐름은 두산으로 기울었다. 

투수 교체는 결과론이다. 반대로 생각해 볼 여지 또한 물론 있다. 불펜 상황이 넉넉하지 않았던 SSG는 장지훈이 우타자까지는 잡아주길 바랐을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 두 개의 피안타는, 시프트가 2루 베이스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았다면 없었을 수도 있다. 경기 상황을 생각하면 불펜투수들을 죄다 투입하는 것보다 문승원이 등판하는 1일 경기를 노려보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이 거센 건 운영의 묘가 보이지 않은 탓이다. 

투수 교체가 결과론이라고 항변한다면, 장지훈이 이날 벤치 선택의 희생양이 된 것도 엄연한 결과였다. 4회 무사 1,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면 그는 팬들의 박수를 받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또 이 루키는 비교적 ‘좋은 기억’과 ‘자신감’을 남기고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3이닝 7실점 패전투수는 등판이 끝난 뒤에도 더그아웃 주변을 서성이며 안절부절했다. 3회까지 쌓은 ‘성공의 경험’은 깨끗하게 사라지고, ‘악몽’만 진하게 남았다. 

사실 지금까지도 일부 불펜 투수들을 좋을 때 끊어주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된 비판이 있었다. 장지훈이 벤치의 ‘신임’을 얻었을지 모르지만, 장지훈에게는 평균자책점 ‘17.18’이라는 숫자가 뼈아프게 남았다. 그리고 SSG 벤치는 8회에 야수를 등판시키는 것만도 못한, 올 시즌 들어 가장 격렬한 팬들의 거센 비판만 떠안았다. SSG가 한 경기치고는 너무나도 많은 걸 잃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제보> skullbo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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