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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분노 공존한 FC서울 팬 침묵 시위, 극장골 이상으로 묵직했다

작성일: 2021.09.06 05:45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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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C서울 팬들이 선수단 버스가 나오는 시점에 맞춰 비판 걸개를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스포티비뉴스=상암, 이성필 기자] "이렇게까지 하는 팬들의 마음을 좀 알아주세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전북 현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16라운드 순연경기, 3-4로 서울이 패하며 단독 꼴찌가 유지됐다. 전북은 종료 직전 홍정호의 극장골로 상위권에서 버티고 있는 이유를 실력으로 증명했다.

경기 전, 후로 서울을 감싸는 기류는 냉랭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따라 무관중 경기였지만, 일부 서울 팬들이 경기 전부터 선수단 버스가 지나가는 중앙 출입구 근처에 모여 현수막을 내건 '침묵시위'를 시도했다. 서울의 부진을 더는 볼 수 없다는 분노의 표현이었다.

경기를 패한 뒤에는 수십 명의 팬이 모여 비판하는 걸개를 내걸었다. '실력으로 이뤄낸 꼴등',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사무실엔 곰팡이 풀밭 위엔 베짱이', '우리가 뛰어도 12위', '그대들은 무엇을 위해 뛰는가' 등 원색적인 비판 문구가 새겨진 걸개였다. 선수단과 프런트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무엇이든 해봐야 했던 박진섭 감독은 22세 이하 선수 6명을 선발로 내세우는 등 고육지책을 시도했다. 3-2로 경기를 뒤집는 등 투혼이 인상적이었지만, 전북의 '공격 앞으로'를 견디지는 못했고 그대로 패배와 마주했다. 경기장 안에서는 평소 내걸었던 응원 걸개가 보이지 않았을 정도로 냉랭했다.

국가대표급 자원이 즐비한 서울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했다. 구단 관계자들은 팬들 근처로 나갔다. 경찰까지 출동할 정도로 상황은 다소 무거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집회나 시위가 법으로 금지됐기 때문에 경찰은 예민하게 지켜봤다. 2012년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에서 패한 뒤 선수단 버스를 가로 막았던 기억이 다시 떠오를 정도였다.

▲ 웃음기가 사라진 FC서울 선수단, 이긴 뒤 함께 모여 찍은 장면보다는 허탈감과 지친 모습으로 패배를 확인하는 사진이 훨씬 많아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결국, 버스가 나오기 전 박진섭 감독과 주장 기성용이 등장해 확성기를 들었다. 박 감독은 "죄송하다. 모든 것은 감독인 제 책임이다. 저 말고 선수들에게 힘을 주시고 믿어주시면 좋은 경기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기성용도 "죄송하다. 선수들도 성적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다. 모든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주장인 저도 부족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팬들도 응원해주셨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자신을 '서울의 30대 팬'이라고만 밝힌 한 팬은 "FC서울은 서울 이랜드와 K리그2(2부리그)에 가서 서울 더비를 하려고 작정한 것 같다. 아무리 구단이 긴축 경영을 한다고 해도 이것은 아니지 않나.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구단인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언론이 너무 서울을 감싸는 것 같다. 따끔하게 기사를 써야 한다"라며 구단과 언론에 불만(?)을 표현했다. 이어 "수호신(FC서울 서포터)에서 팬들의 의지를 모으자고 했고 이렇게 나왔다. 선수들이 제발 무엇인가를 느꼈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서울은 최근 몇 년 동안 팬들과 거리가 먼 정책을 펼쳐와 비판받았다. 2012년부터 서울의 미래를 육성한다던 유소년 축구교실 FOS(Future of Seoul)의 축소 운영이 대표적이다. 구단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해가 갈수록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감독 선임이나 선수 영입 역시 땜질식으로 한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감독을 제대로 선임하지 못해 '감독 대행의 대행' 체제를 꾸렸던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25점)은 오는 12일 11위 성남FC와 28라운드로 만난다. 승점 2점 차다. 10위 강원FC(27점)는 서울보다 3경기를 덜 치렀다. 9위 광주FC(28점)도 1경기를 덜 치렀다. 성남전도 삐끗하면 이후 4위 수원FC(38점)-6위 인천 유나이티드(36점)-7위 수원 삼성(35점)-5위 대구FC(38점) 등 모두 스플릿 파이널A(1~6위) 안착을 위해 승점 쌓기가 급한 팀들과 만난다. 예전과 다르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 성남전 반전이 없으면 6경기(1무5패) 무승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박진섭 감독은 파이널A는 넘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금 당장 6위를 바라보고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1부리그에) 생존하고 가야 한다.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한 경기만 바라봐야 한다. 강등을 경쟁하는 팀과의 경기는 중요하다. 그 경기에 집중하겠다"라며 잔류에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서울 선수들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지도자 A씨는 "서울은 문제점을 알면서 모른다고 손사래를 치는 것 같다. 왜 그렇지 않은가. 가보지 않았던 길(순위)을 가면 많이 당황하지 않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서울 모습은 참 기막히다. 11개 팀도 이제는 서울에 자신감을 갖고 상대하면서 밑으로 깔고 가는 팀이라고 보지 않을까"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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