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김인태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프로는 잘하는 사람이 나가는 게 맞죠."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인태(27)는 올 시즌 내내 외야수 정수빈(31)과 함께 언급됐다. 정수빈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6년 56억원에 FA 계약을 마친 두산을 대표하는 중견수, 김인태는 유망주의 알을 깨고 주전으로 도약해야 하는 4번째 외야수였다. 

하지만 시즌 초반 두 선수의 상황이 달라졌다. 정수빈은 옆구리 부상으로 4월 중순부터 거의 한 달 동안 자리를 비웠다. 부상 공백 여파인지 타격감도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8월까지 출전한 51경기에서 타율 0.197(117타수 23안타)에 그쳤다. 

그사이 김인태는 빠르게 성장했다. 8월까지 8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1(245타수 64안타), 6홈런, 30타점을 기록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우익수 박건우를 중견수로 이동시키면서 김인태를 우익수로 기용해 공격력 강화를 선택했다. 김인태는 선발 출전 경기가 늘수록 상대적 약점으로 꼽혔던 수비까지 좋아지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시즌 내내 "지금은 김인태가 주전"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정수빈의 반등을 기다렸다. 정수빈이 살아나서 김인태와 함께 시너지효과를 내는 게 팀으로선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몸값 56억원은 정수빈에게도 제자리에 머물 수 없는 책임감을 안겼다. 

정수빈의 계절이라 불리는 가을이 찾아오면서 두 선수의 경쟁 구도가 달라졌다. 9월 이후 정수빈은 31경기 타율 0.318(107타수 34안타), 1홈런, 13타점을 기록하며 두산이 7위에서 4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데 기여했다. 김인태는 선발 출전 시간이 줄어든 대신 대타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 26경기에서 타율 0.302(43타수 13안타), 2홈런, 12타점을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김인태는 시즌 내내 이어진 정수빈과 경쟁 구도와 관련해 "프로는 잘하는 사람이 나가는 게 맞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다면 기회를 받았을 것이다. 내가 조금 더 준비하고, 더 노력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서로 잘해야 팀이 좋아진다고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이어 "가을이 되니까 팀이 잘하는 게 신기하기도 한데, (정)수빈이 형은 더 가을을 잘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정수빈도 같은 마음이다. 김인태에게 주전 타이틀을 넘겨줬을 때 정수빈은 "항상 주전은 없다. 내가 못해서 못 나가는 거니까. 당연히 인정하고, (김)인태가 나보다 좋았기 때문에 그 점은 내가 할 말이 없다. 준비하다 보면 기회가 와서 잘했을 때처럼 잘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두 선수는 경쟁을 넘어 두산의 7년 연속 가을야구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김인태는 "확실히 선선한 느낌이 드니까 형들이 잘한다. 나도 신기하다. 다른 팀에서 온 선수들은 잘 못 느끼겠지만, 내가 있는 동안은 2~3등에 있어도 1등을 위협한 적도 있었고, 2019년(통합 우승)도 있었다. 지난해와 올해도 마찬가지고 나도 신기하게 생각한다"며 동료들과 함께 두산의 가을 DNA를 다시 한번 증명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