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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리포트] 프로 야구가 없는, 그러나 프로 야구가 자라는 곳…오키나와

작성일: 2016.02.27 06:30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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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신원철 기자] 오키나와에는 프로 야구팀이 없다. 그러나 가장 많은 프로 야구팀이 전지훈련지로 삼는 곳이다.

2월의 오키나와는 프로 야구 캠프가 최고 볼거리다. KBO 리그에서 6개 구단, 일본 프로 야구에서 9개 구단이 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렸다.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과반수 구단이 오키나와와 인근 섬을 전체 또는 2차 캠프 장소로 선택했다. 

한국 - 삼성 / 넥센 / SK / 한화 / KIA / LG

일본 - 야쿠르트 / 요미우리 / 한신 / 히로시마 / 주니치 / 요코하마 DeNA / 닛폰햄 / 지바 롯데(이시가키) / 라쿠텐(구메지마)  

따뜻한 남국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2월의 오키나와는 흐리고, 때론 비가 오기도 한다. 바닷가에 있는 구장이 많아 바람도 세다.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올해가 이런 기후 현상이 심하다며 울상을 짓는다. 그래도 팬들에게는 이만한 기회가 없다. 경기장에서 이야기를 나눠 본 이들은 모두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서 선수들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을 오키나와 캠프 관광의 매력으로 꼽았다.

23일 삼성 라이온즈와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의 경기가 열린 기노완구장에서 김규빈 어린이가 삼성 선수들을 따라다니며 사인을 받고 있었다. 규빈이 가족의 1순위 목적지는 다름 아닌 야구장. 야구 열성 팬인 규빈이를 위해 4인 가족이 3박 4일 동안 오키나와를 여행했다. 규빈이가 여동생과 함께 KIA, 한화, 삼성 선수들에게 받은 사인이 30개나 된다고 했다.


이날은 낯선 KBO 리그 팀과 경기가, 그것도 전날 내린 비로 땅이 마르지도 않은 날에 열렸는데 적지 않은 일본 팬들이 기노완구장을 찾아왔다. 요코하마에서 아내, 딸과 함께 오키나와에 온 스즈키 구니오 씨는 "캠프를 보러 오키나와에 온 것은 처음이다", "경기장 시설이 좋지는 않지만 2군 구장도 비슷해서 익숙하다"고 했다.

이 기회에 응원하는 팀뿐만 아니라 여러 구단을 둘러보는 팬들도 있다. 도쿄에서 온 하루나 이마오카 씨는 오키나와에 사는 친구가 있어 일주일 일정으로 여행을 왔다고 했다. 하루는 요미우리, 하루는 히로시마를 보고 23일 평소 응원 팀인 DeNA를 보러 기노완구장을 찾았다.

24일에는 나고시영구장에서 오타니 쇼헤이(닛폰햄)가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오키나와 캠프 첫 실전 등판을 했다. 홋카이도를 연고지로 하는 닛폰햄 파이터즈인 만큼 멀리서 원정 온 팬들도 많았다. 삿포로시 근처의 신치토세공항에서 오키나와 나하공항까지는 약 3시간이 걸린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나하공항으로 날아가는 시간보다도 길다.


이곳에서는 특별한 모임도 찾을 수 있었다. 도쿄에 사는 삿포로 출신 레미 프랑크, 삿포로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시카와 유리나, 대만에서 온 알렌 호 씨 일행은 닛폰햄 팬이다. 사는 곳은 다르지만 닛폰햄 캠프를 보러 오키나와에서 모였다. 이시카와 씨는 "4일 동안 머무는데 캠프 방문이 주 목적이다. 선수와 가까이 있어서 신기하다"며 즐거워했다.

오키나와 주민들에게도 캠프는 특별한 경험이다. 치넨 시게마츠 씨는 아들과 23일 기노완구장, 24일 나고시영구장을 방문했다. 치넨 씨에게 오키나와 캠프 순회는 일상이다. 벌써 20년 넘게 2월이면 여러 구장을 돌며 선수들을 지켜봤다고 한다. 가장 좋아하는 팀은 한신 타이거즈. 기노자구장뿐만 아니라 캠프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그는 "오키나와에는 프로 야구팀이 없는데, 2월에는 야구를 볼 수 있어서 매년 오게 됐다"고 말했다. 26일 LG와 주니치 2군의 경기가 열린 요미탄 헤이와노모리구장에서도 두 사람을 볼 수 있었다. 5~6년 전부터 한국 팀과 연습 경기를 보다보니 관심이 생겼다며 "한화 연습 경기를 봤다. 강한 팀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렇게 팜(2군) 훈련에도 팬들이 있다. 주니치 드래건스 팜은 25일 넥센 히어로즈와 요미탄 헤이와노모리구장에서 연습 경기를 했다. 여기에도 수십 명의 팬이 찾아왔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모리타 아이 씨는 "오사카에서 왔고, 사흘 동안 요미우리와 주니치, 야쿠르트 캠프를 돌고 다시 돌아간다"고 했다. 가까이서 사진을 찍고, 경기에 나가지 않는 선수들도 잘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얘기했다.

다양한 팬들이 모이다 보니 일본 언론과 오키나와현에서도 이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키나와 지역지 '류쿠신문'은 '2016년 프로 야구 오키나와 캠프 특집호'를 발행해 캠프 정보를 제공했다. 한국 팀에 대한 소식도 실렸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모기업인 요미우리신문 계열 '스포츠호치'는 16일부터 25일까지 무가지 '오키스포'를 발행했다. 요미우리가 오키나와 셀룰러스타디움에서 2차 캠프를 보내는 기간과 정확히 일치한다. 프로 야구 캠프가 열리는 구장 주변에는 어김없이 이를 알리는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프로 야구가 없는 오키나와를 프로 야구가 움직이고 있다.

[영상] 오키나와 캠프를 찾은 야구 팬 ⓒ SPOTV NEWS 배정호 기자

[사진] 닛폰햄 오타니 쇼헤이의 훈련을 지켜보는 팬들 ⓒ SPOTV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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