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영(알 사드).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허윤수 기자] '언성 히어로' 정우영(알 사드)이 한껏 든든함을 뽐내며 대표팀의 중심이 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7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시원한 골 잔치를 벌이며 이라크를 3-0으로 눌렀다.

무패 행진을 이어간 한국은 4승 2무 승점 14점으로 1위 이란(승점 16점)에 이은 2위를 지켰다. 또 3위 아랍에미리트(6점)와의 격차를 8점으로 벌리며 본선행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모처럼 속 시원한 경기였다. 한국은 지난 아랍에미리트전에서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1득점에 그치며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통해 공 소유 시간을 늘렸고 황인범을 기점으로 한 유기적인 삼자 패스가 위력을 보였다.

결국 전반 33분 이재성(마인츠)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후반 29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후반 34분 정우영(SC프라이부르크)의 골이 연달아 터지며 완승을 거뒀다.

이번 최종예선 3승이 모두 한 골 차 승리였던 한국은 모처럼 다득점 경기를 펼치며 자신감을 배가했다.

한국이 화끈한 공격력을 펼칠 수 있었던 데는 베테랑 정우영의 존재가 컸다.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정우영은 말 그대로 언성 히어로였다.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공격진이 득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버팀목 같았던 선수들을 차례로 떠나보냈다. 그중 박지성과 이영표는 여전히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로 빈자리를 완벽히 메우지 못했다.

▲ 손흥민(왼쪽)과 기성용(오른쪽). ⓒ대한축구협회

2019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난 기성용(FC서울)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랬다. 그러나 정우영과 황인범은 기성용과 다르지만, 자신들만의 색깔로 그의 이름을 지워내고 있다.

황인범(루빈 카잔)이 빛난 이유도 뒤에 정우영이 있기에 가능했다. 함께 중원의 짝으로 나섰지만, 정우영이 수비 부담을 온전히 지며 황인범의 창의성을 끌어냈다. 또 공격 작업에 참여할 땐 좌우로 열어주는 긴 패스로 전환의 시작점이 됐다.

통계에서도 정우영의 활약을 알 수 있다. '폿몹'에 따르면 정우영은 96%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안전한 패스만 시도한 게 아니다. 97개의 패스 중 60개가 상대 진영에서 이뤄졌다. 10개의 긴 패스를 시도해 8개를 성공했다. 가로채기 2회와 리커버리 14회는 수비 임무도 충실히 해냈다는 걸 보여준다.

황인범이 번뜩임과 과감한 전진 패스를 통해 공격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면 정우영은 1차 저지선 역할과 시원하게 뻗는 긴 패스로 힘을 합하고 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순 없지만, 묵묵히 제 역할을 하며 황인범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언성 히어로이자 베테랑 정우영의 존재와 그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황인범. 우리가 험난할 것으로 예상했던 최종예선 기간 기성용의 이름을 소환하지 않은 이유였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