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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꿀 발라놨나… SSG 의기투합, 제법 낭만적이었던 겨울

작성일: 2021.12.25 20:0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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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겨울 각각 5년 다년 계약에 합의한 박종훈-한유섬-문승원(왼쪽부터)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류선규 SSG 단장은 이번 오프시즌 그림을 그리면서 외야수 영입에 욕심을 냈다. 2022년 포스트시즌 복귀를 위해서는 전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류 단장은 항상 "2022년 5강을 장담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래서 시장이 열리자마자 외야 FA 선수들의 에이전트와 모두 접촉했다. 그러나 만나면 만날수록 시장 분위기가 과열될 것 같다는 느낌만 받았다. 몇몇 선수들은 계약기간에 차이가 있을 뿐 시장가가 100억 원 언저리에서 스타트였다. 이미 리그에서 압도적인 팀 연봉 1위 팀인 SSG는 2023년부터 시행될 샐러리캡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SSG는 2022년 시즌이 끝난 뒤 주축 선수들이 대거 FA로 풀릴 예정이었다. 

류 단장은 25일 사실상의 오프시즌을 마무리한 뒤 “시장이 열린 뒤 에이전트들과 접촉은 바로 했었다.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떠올리면서 “시장 자체가 과열 양상을 보일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어떤 상황인지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 예상은 결과적으로 맞았다. 올해 FA 시장은 100억 원 이상 계약이 속출하는 등 역대급 과열이었다는 게 중론이었다.

분위기를 감지한 SSG 수뇌부는 발상을 전환했다. 2022년 시즌이 끝난 뒤 FA로 풀릴 예정인 박종훈 문승원 한유섬을 우선 잡기로 했다. 이 선수들은 팀 전력의 핵심이자, 선수단의 리더십을 주도하는 선수들이기도 했다. 팀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또 그 문화를 후배들에게 물려줄 적임자였다는 의미다. 결론을 내린 12월 초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샐러리캡 시행을 앞두고 팀 연봉을 확실하게 계산할 수 있다는 장점, 그리고 2022년 연봉을 높게 하면서 2023년부터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다.

어쩌면 외부 FA 영입에 누구보다 욕심이 가장 컸을 것이라 웃는 류 단장은 “외부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왔던 건 사실이다”고 인정하면서도 “에이전트들을 만나며 선수들의 요구액에 샐러리캡을 따져보니, 정작 내년에 나오는 우리 선수들을 못 잡겠구나 생각했다. 이 선수들은 구단에 대한 로열티도 강하고, SK부터 선수단의 문화를 이끌던 선수였다. 외부에서 영입해 전력을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정작 이 선수들을 뺏기면 팀의 문화가 훼손된다고 생각했다”고 어려웠던 고민을 털어놨다. 

양자택일의 기로에서 선택은 "내부부터 지키자"였다. 류 단장은 “실제 팀 운영이라는 게 어떤 선수가 들어오면 어떤 선수를 채워 넣어서 바로 이어지는 야구 게임이 아니다. 팀 케미스트리는 굉장히 중요하고, SSG는 그런 팀 분위기에 자부심이 있다. 성적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팀 문화를 이어 가는 것도 성적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상황을 보니 원클럽맨도 희소해지는 분위기다. 3명과 계약으로 팀 정체성을 지켜서 기쁘다”고 의의를 뒀다.

모두 팀에 대한 애정이 큰 선수들도 그런 SSG의 진정성에 감동을 받으며 큰 잡음 없이 도장을 찍었다. 특히 한유섬의 경우는 사실 올해 잘해서 내년 FA 시장에 나가면 이 조건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한유섬은 “마음이 계속 그쪽(연장계약)으로 가더라”는 말로 팀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박종훈(5년 65억 원) 한유섬(5년 60억 원) 문승원(5년 55억 원)까지 모두 시장의 예상가보다는 낮았지만 구단의 진정성과 팀을 이끌어가고 싶다는 선수들의 포부가 만나 계약이 이뤄졌다.

한유섬 에이전시 측도 “최초 제시부터 네 번 정도 수정을 해서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면서 “선수도 만족하고, 다시 마음을 잡고 야구를 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지금 맞는 팀, 그리고 익숙한 좋은 선수들과 어울려야 시너지가 난다는 게 ‘한유섬이라는 사람’의 생각이었다”고 협상 과정을 떠올렸다. 류 단장은 “한유섬에게 ‘시원섭섭하겠다’라고 했더니, 선수가 ‘섭섭은 빼주세요. 시원합니다’라고 하더라”고 고마워했다.

류 단장은 최근 세 선수를 모두 만나 “너희 3명이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다. 너희들이 나보다는 더 오래 있을 테니 5년 동안 꼭 한 번은 우승을 할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큰 선수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세 선수에게 5년간 투자한 금액은 총액 180억 원. 작은 금액이 아니고 구단도 리스크를 떠안았지만, SSG는 전력의 뼈대와 팀 문화의 뼈대를 지키는 데 성공하며 외부 FA 영입 실패의 아쉬움을 달랬다.

다만 고민은 계속 이어진다. 류 단장은 “어쨌든 당장 2022년에 대비한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냉정하게 현실을 짚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외부 FA 외야수 영입을 노렸지만 결국 빡빡한 샐러리캡을 고심한 끝에 발을 뺐다. 문승원 박종훈의 가세가 있지만 본격적인 효과를 보는 건 후반기고, 복귀 후 첫 시즌은 보수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류 단장은 “계속해서 전력 보강을 위해 여러 방면에서 고민을 해보겠다”고 다음 과제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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