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형이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펼치고 있다. ⓒ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포티비뉴스=의정부, 조영준 기자] 스케이트를 타는 다른 아이들처럼 그저 김연아(32)가 좋았다. 단지 빙판에 서서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드는 현실은 버거웠다. 가시밭 같은 현실 속에서도 은반을 떠나지 않았고 마침내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 한 걸음 다가섰다.

이시형(22, 고려대)은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8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22(제76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겸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대표 2차 선발전) 남자 싱글 1그룹 쇼트프로그램에서 73.68점으로 2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남자 싱글 출전권이 2장 걸려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1차 선발전의 총점과 2차 선발전의 점수를 합해 상위 1, 2위 선수가 베이징행 티켓을 거머쥔다.

2차 선발전 쇼트프로그램까지 남자 싱글 1위를 달리고 있는 차준환(21, 고려대)이다. 차준환은 1차 선발전 총점(239.16)과 2차 쇼트프로그램 점수(98.31)를 합친 337.47점으로 사실상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을 예약했다.

이시형도 매우 유리한 고지에 섰다. 그는 1차 선발전 총점(237.01)과 2차 쇼트프로그램 점수를 합친 310.69점으로 2위를 지키고 있다. 3위 경재석(22 경희대, 273.68)과 점수 차는 무려 37.01점 차다.

▲ 이시형 ⓒ 연합뉴스

9일 열리는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큰 실수가 없을 경우 이시형은 베이징 올림픽 출전에 성공한다.

이시형은 9살 때부터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다. 그러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출전하고 싶은 대회에 좀처럼 서지 못했다. 한때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면서 훈련 지원이 끊겼다. 당시 집안 사정은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상황이었다. 피겨스케이팅을 포기할 위기에 봉착했지만 딱한 사연을 전해 들은 이들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섰다.

여기에 갑자기 쑥쑥 자라는 키도 그의 고민이었다. 피겨스케이팅은 다른 스포츠 종목과는 다르게 장신일 경우 부상 위험이 큰 특징이 있다. 멈추지 않고 자란 키는 185cm를 넘겼다. 이시형은 "한 때는 185cm가 넘으면 피겨스케이팅을 그만 둘까하는 생각도 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인생의 동반자와 같은 스케이트를 끝내 벗을 수 없었다. 어려운 경제적 형편 때문에 해외 전지훈련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오로지 국내에서만 훈련에 전념했던 그는 놀랍게도 쿼드러플(4회전) 살코를 완성했다. 지난해 회장배 랭킹전에서는 '절대 강자' 차준환을 제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네벨혼 트로피에서는 5위에 오르는 성과도 거뒀다.

이시형은 올림픽 1차 선발전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 살코를 깨끗하게 뛰며 한층 성장한 기량을 과시했다. 총점 237.01점을 받으며 선두 차준환(239.16)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2차 선발전 쇼트프로그램에서도 이시형은 쿼드러플 살코를 시도했다. 그러나 아쉽게 빙판에 넘어졌다. 경기를 마친 이시형은 "올 시즌에는 점프 실수가 없는 경기를 많이 했다. 그런데 실수가 나왔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다른 문제가 있어서 실수한 것은 아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시형은 현재 허리 통증을 안고 대회에 임하고 있다. 그는 "허리가 아팠다 안 아팠다 하는데 통증을 조절하면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라며 "원래 토루프도 4회전 연습을 하고 있다. 올 시즌 부상도 있어서 이번 선발전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살코 하나만 4회전으로 뛰겠다"라고 밝혔다.

노력가인 이시형은 국내 훈련 만으로 4회전 점프를 완성했다. 평생 꿈꿔온 올림픽 출전을 눈앞에 뒀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방심은 금물"이라며 냉정을 유지했다.

이시형은 "3위와 점수 차가 있지만 빙판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정신을 다잡고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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