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의 좋은 말 들어도 안 되더라, 바보 같았다"
작성일: 2022.01.09 11:40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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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우완 이승진(27)은 지난해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을 보냈다. 필승조로 시즌을 맞이해 5월까지 21경기에서 1승1패, 13홀드, 25⅓이닝, 평균자책점 1.42로 맹활약했다. 데뷔 첫 홀드왕을 꿈꿀 수 있는 페이스였는데, 6월부터 성적이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26경기에서 3패, 2세이브, 23이닝, 평균자책점 6.65에 그쳤다.
필승조에서 제외되고, 2군에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돌파구를 찾으려 누구보다 애를 썼기에 답답한 마음이 컸다.
이승진은 8일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2020년에 처음 두산에 왔을 때는 어떤 게 좋아졌는지 신경 쓰지 않고 막 던졌다. 지난해는 시즌 초반에 좋아진 것과 관련해서 너무 머리를 꽁꽁 싸맸다.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까 생각하니 오히려 안 좋아졌다. 6월 이후에 구속이 확 떨어지면서 오는 스트레스가 컸다. 제구 문제도 있었고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동료들은 그런 이승진에게 힘이 될 만한 말을 건넸다. 투수 조장이자 원정 숙소 룸메이트였던 홍건희(30)는 지난 시즌 "(이)승진이가 지난해(2020년)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는데, 올해(2021년)는 안 풀려서 힘들어했다. 크게 해줄 것은 없지만, 나이도 창창하니까. 좋게 성장할 수 있으니까 이겨내 보라고 했다"고 밝혔다.
동료들의 도움은 고마워도 온전히 위로가 되진 않았다. 이승진은 "(홍)건희 형이 옆에서 말을 많이 해줬다. 투수 형들이 내가 안 좋을 때 말을 많이 해줬다.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다, 생각 없이 해'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좋게 받아들이지만, 듣는다고 그렇게 되진 않는다. 투구 폼을 최대한 생각하지 않고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안 되더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4~5월에 페이스도 좋고 결과도 정말 좋았다. 그런데 6월 말부터는 이닝 수와 경기 수만 늘었지 기록은 더 쌓지 못했다.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못 잡고 강판된 날도 5번 정도 있었다. 4~5월에 좋았을 때 만족하고 몸 관리만 신경 쓰면 됐는데, 2020년과 왜 폼이 다른지만 계속 생각했다. 구속만 조금 잘 나오고 볼끝은 2020년보다 안 좋은 느낌이었다. 성적이 좋은데 나 혼자 그런 생각을 바보 같이 했다"고 덧붙였다.
바보 같아도 공을 잡는 수밖에 없었다. 이승진은 "사람인지라 똑같이 하려 해도 투구 폼은 계속 달라지는 건데, 내가 못 받아들였다. 혼자 예전 영상을 찾아가면서 섀도 모션을 했다. 투구 폼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신경 쓰는 스타일이라 결과가 안 좋거나 힘쓸 때 어디가 이상한 걸 느끼면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섀도 모션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러니까 정신이 더 피폐해지더라. 2군에 있을 때도 경기가 끝나고도 피칭을 한번 더 하고 집에 갔다. 혼자서 후배 한 명 데리고 했는데, 더 안 좋아지더라(웃음). 팔을 그렇게 무리를 시키니까 더 안 좋아진 거였다. 지금은 바보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때는 그런 줄 모르고 연습만 더 하다가 안 좋아졌다"고 되돌아봤다.
끝없이 추락만 할 줄 알았는데, 후반기 막바지부터 조금씩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10월 등판한 10경기에서 11⅓이닝, 평균자책점 2.38을 기록하면서 포스트시즌 엔트리까지 승선할 수 있었다.
이승진은 "내 몸으로 직접 경험하고 깨닫고 나니까 건희 형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겠더라. 후반기 막바지부터는 정말 맑은 정신으로 야구를 했다.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고 되는대로 하자는 마음으로 했다. 올해는 후반기 때 느낌대로 해보려 한다. 밸런스랑 제구만 신경 쓰려 한다. 투구 폼은 답이 없는데, 답이 없는 것과 계속 싸우고 있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투구 폼과 구속에 집착했던 과거는 이제 지웠다. 이승진은 "비시즌에는 변화구를 카운트를 잡는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걸 중점으로 두고 연습하려 한다. 구속도 작년에 깨달았다. 나는 팔 스로잉을 많이 생각했는데, 몸통만 생각하고 팔을 신경 안 쓰고 던지니까 오히려 구속이 더 잘 나오더라. 내가 그동안 바보짓을 많이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해 4월에 좋았던 이유도 내 기록치고는 볼넷이 거의 없었다. 밸런스와 제구를 많이 신경 쓰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진은 2014년 신인 2차 7라운드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지명된 뒤로 단 한번도 1군에서 풀타임 시즌을 치른 적이 없다. 2018년에야 처음 1군 무대를 밟았고, 2020년 두산으로 트레이드되면서 기량을 조금씩 꽃피우기 시작했다. 지난 2년 동안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한 이승진은 올해 다시 한번 필승조로 힘을 보탤 준비를 하고 있다.
이승진은 "프로 입단하고 1군에서 풀타임 시즌이 단 한번도 없었다. 올해는 절대 아프지 말고 꼭 1군에서 풀타임을 뛰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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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kmk@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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