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임준형 ⓒ 잠실, 신원철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KBO리그 구단들은 매년 11명의 신인을 선발하지만 모두에게 같은 기대를 보내지는 않는다. 각자의 지명 순위와 계약금이 곧 기대치를 의미한다. 그래서 LG 왼손투수 임준형은 지금의 기대가 낯설기만 하다.

임준형은 2019년 드래프트에서 8라운드에 뽑혀 첫 시즌은 제대로 공을 던지지도 못했지만 4년째인 올해는 당당히 선발 후보로 언급되는 선수가 됐다. 스스로는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던 3년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낸 덕분이다.

임준형에게 2021년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첫 2년 동안은 퓨처스 캠프에서 봄을 맞이했는데,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2020년 시즌 하반기 퓨처스팀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 덕분에 1군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참가가 곧 1군 데뷔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임준형은 8월까지 퓨처스팀에만 머물렀다.

여기서 낙담하지 않았다. 13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그는 "솔직히 초반에 1군 합류에 실패하면서 막막하다고 생각했다. 내 것이 없어서 뒤처지는 느낌이었는데 묵묵히 하다 보니 내 자리가 생겼다"며 "포기하지 않았다. 입단 후에 안 좋을 때도 있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했다. 좋은 코치님들을 만나면서 눈을 떴다고 해야 할까. 경헌호 코치님, 김광삼 코치님, 김경태 코치님 등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고 밝혔다.

9월 5일 kt전은 임준형이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패색이 짙어진 분위기 속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며 5⅓이닝 9피안타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임준형은 "긴장은 했는데 구속도 나오고 제구도 되는 것 같아서 재미있게 던졌다. 이제 기회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바로 어머니께 전화했다.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시는 것 같았다. 코치님께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얘기했다.

▲ 임준형은 지난해 9월 멕시코에서 열린 23세 이하 야구 월드컵에서 4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0.91로 호투했다.
이 경기를 마친 뒤 임준형은 23세 이하 야구월드컵에 참가하게 됐다. 귀국 후에는 또 한번 달라진 위치를 실감했다. 1군 복귀전에서 덜컥 선발 기회를 잡았다. 기대가 큰 경기는 아니었다. 상대 선발투수는 LG에 저승사자 같은 존재 고영표였다.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인 임준형과는 체급 차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LG의 6-1 승. 10월 9일 잠실 경기에서 임준형은 3⅔이닝 1실점으로 선전했고, 6이닝 3실점한 고영표는 패전투수가 됐다. 임준형은 이때를 돌아보며 "오히려 강한 상대를 만나야 좋다. 못 던져도 본전이고 잘하면 좋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들어갔다. 코치님들도 편하게 해주셨다. 제구만 잘하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10월 26일에는 한화를 상대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와 승리를 동시에 챙겼다. 이 승리로 LG는 희미하게나마 우승 희망을 살릴 수 있었다. 임준형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커졌다.

코칭스태프의 `대우`가 달라졌다. 1군 23이닝, 퓨처스리그 69⅔이닝을 투구한 임준형은 지난해 마무리캠프를 이천이 아닌 잠실에서 끝냈다. 이미 1군에 먼저 자리를 잡았던 이민호 김윤식 등과 함께 잠실에서 회복훈련을 하며 미리 올해를 준비했다. 그는 "작년이었으면 생각도 못 했을 일인데 시즌 막판 기회를 받은 덕분인 것 같다. 대우받는 기분이어서 감동받았다"고 돌아봤다.

LG에서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장수 외국인 선수 케이시 켈리도 임준형을 눈여겨봤다. 구단을 통해 새 시즌 각오를 전하면서 "팀에 젊고 가능성이 큰 투수들이 많다. 한 명만 꼽자면 시즌 막판에 멋진 투구를 보여준 임준형이 기대된다"고 해 화제를 모았다. 임준형은 "이런 대우가 처음이라 항상 기쁘게 생각한다.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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