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리슨 베이더(오른쪽)의 호수비를 반기고 있는 김광현 ⓒ조미예 특파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해리슨 베이더(28·세인트루이스)는 에너지 넘치는 수비를 보여주는 선수다. 지난해 세인트루이스의 중견수로 자리 잡은 베이더는 환상적인 수비를 여러 차례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결과 생애 첫 골드글러브 수상이라는 영예도 안았다.

그런데 베이더가 뜬금없이 초등학교 임시 교사가 돼 현지에서 화제다. 지역 방송국인 ‘KSDK’와 전국 단위 매체인 ‘USA투데이’에 따르면 베이더는 최근 미 미주리주 클레이튼에 위치한 멜라멕 초등학교에서 체육 수업을 맡았다. 

물론 앞길이 창창한 그가 교육계로 전직한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두 가지 슬픈 사연이 맞물려 있는 이벤트였다. 

우선 미국에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게 매체들의 설명이다. 미국은 오미크론 변이가 광범위하게 터지며 하루 100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는 날도 있다. 교육 현장에도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멜라멕 초등학교는 교직원들의 코로나19 감염으로 인력이 부족했다. 교사가 없으니 아이들의 수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지역 정치계와 교육계에서 사회 저명한 인사들을 학교와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베이더에게도 연락이 간 것이다.

베이더도 흔쾌히 수락했고, 어린 아이들과 체육 수업을 진행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베이더는 ‘KSDK’와 인터뷰에서 “이 연령대의 아이들과 교류하는 건 굉장히 즐거운 일”이라고 웃어보였다. 처음에는 베이더의 얼굴이 마스크에 가려 학생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일도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놀라움으로 바뀌었다는 게 패트릭 피셔 교장의 회고다. 

그런데 베이더가 이렇게 시간을 낼 수 있었던 것도 또 하나의 기구한 사연이 있다. ‘USA투데이’는 “메이저리그 직장폐쇄로 선수들은 팀 활동에 참가할 수 없다. (이 탓에) 베이더에게는 자유로운 시간이 있었다”고 했다. 평소 같았으면 구단의 허가 등 여러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지만, 직장이 폐쇄된 지금은 스스로의 의지만 있으면 큰 걸림돌이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를 2년 이상 휘감고 있다. 아직 종식까지는 시간이 한참 남았다. 메이저리그로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초유의 단축 시즌을 해야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각 구단들이 수입에 큰 타격을 받고 있고, 구단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근로자들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한편으로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노조의 새 노사협약(CBA) 또한 타결 조짐이 없다. 14일 가장 중요한 ‘돈 문제’가 다시 테이블에 올랐으나 사무국의 제안에 노조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메이저리그가 코로나19와 CBA라는 두 가지 그늘 속에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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