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현장] 총 든 군인도 안 무섭다…목숨 건 '오픈런'에 월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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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시돈(레바논), 김건일 기자] 최근 한국 미디어에선 한정판 신발을 사기 위해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는, 이른바 '오픈런'이 화제가 됐다.
27일(한국시간) 레바논 시돈 사이다 무니시팔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한국과 레바논 경기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화창한 날씨로 킥오프했던 경기장에 시간이 지나면서 먹구름이 끼었고, 전반 추가 시간 빗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러자 전반 종료 휘슬과 동시에 레바논 팬들이 우르르 같은 곳을 바라보며 달렸다. 사이다 국제경기장은 한쪽에만 지붕이 있는 비대칭 구조. 사이다 국제 경기장에선 VIP석과 1등석이 지붕을 위에 두고 있고, 가장 저렴한 2등석엔 지붕이 없다. 대부분의 레바논 팬들은 2등석에서 응원하고 있었는데 비를 피하기 위해 지붕이 있는 반대편으로 향한 것이다.
이들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어른부터 어린 아이까지 가리지 않았다. 여러 사람이 뒤엉켜 넘어지는 이들이 속출했으며, 2층 관중석으로 향하는 계단엔 사람들이 몰려 일대가 마비되기도 했다.
1등석엔 한국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경기장을 찾은 40명 남짓한 한국 교민들이 일당백으로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프타임에 이곳을 레바논 팬들이 점거했다.
레바논 팬들의 '달리기'로 경기장 일대가 혼란스러워지자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월담을 시도하기도 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기장 곳곳에 경호요원들과 총을 든 군인들이 배치됐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담장을 넘는 것은 물론이고 담장을 흔들어 무너뜨리려 했다.
경기 전 레바논 한인회 회장 김상국씨는 "레바논은 치안이 좋은 곳이 아니다. 경기 장소가 베이루트가 아니라 사이다 무니시팔 경기장인 이유는 안전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곳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김 씨에 따르면 안전을 이유로 경기장 방문을 꺼린 한인들도 있다.
경기가 한국의 1-0 승리로 끝나자 기자석 위 2층을 점거한 레바논 팬들이 본 기자를 향해 욕설과 조롱을 퍼부었다. 기자는 보안 요원의 경호를 받으면서 가까스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레바논과 한국의 경기는 레바논에서 신종코로나펜데믹 이후 처음으로 관중 입장을 허용한 경기다. 레바논 축구협회 관계자는 "좋은 기억만 주고 싶었는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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