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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중국 선수 나오면 “짜요” 함성…고독하게 빛난 태극기 하나

작성일: 2022.02.06 00:05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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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경기가 열린 5일 캐피털인도어스타디움에서 몇몇 관중(아랫줄 가운데)이 태극기를 내걸고 응원하고 있다. ⓒ베이징, 고봉준 기자
▲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경기가 열린 5일 캐피털인도어스타디움에서 몇몇 관중(아랫줄 가운데)이 태극기를 내걸고 응원하고 있다. ⓒ베이징, 고봉준 기자

[스포티비뉴스=베이징, 고봉준 기자] 마스크는 쓰고 있었지만, 함성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자국 선수들이 나올 때마다 무심코 터져나오는 응원의 목소리. 그래도 한국 선수를 힘내게 한 것은 관중석에서 홀로 빛난 태극기였다.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첫 경기가 열린 5일 캐피털인도어스타디움은 한국과 중국의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신경전으로 달아올랐다. 이미 이번 대회 개막 전부터 라이벌 구도가 팽팽하게 굳어진 상황에서 첫날부터 주축 선수들이 맞붙으면서 흥미로운 경쟁이 펼쳐졌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 20년간 쇼트트랙 왕좌를 놓고 전쟁 아닌 전쟁을 벌였다. 물론 역대 동계올림픽 성적에선 한국이 금메달 24개, 은메달 13개, 동메달 11개로 금메달 10개, 은메달 15개, 동메달 8개의 중국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중국의 쇼트트랙 굴기 정책 탓이다. 중국은 안방에서 열리는 베이징올림픽을 위해 빙판 전력을 강화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한 김선태 감독과 빅토르 안 코치를 영입하는 한편, 또, 최근까지 선수로 뛴 임효준도 데려와 몸집을 키웠다. 다분히 한국을 의식한 포석이었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 사이의 신경전은 이번 대회 개막전부터 펼쳐졌다. 먼저 중국은 한국 선수단 입국 후 훈련을 4차례나 돌연 취소하면서 전력을 감췄다. 중국 김선태 감독과 빅토르 안 코치는 한국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일제히 거절했다.

한국 역시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의연하게 대처했다. 안방에서 생길지 모를 편파 판정은 의식하면서도, 기세에서 뒤지지 않겠다는 각오를 선수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중국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이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중국 정부는 30~50%의 관중을 받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전날 열린 개회식에선 2만여 팬들이 자리해 자국의 첫 동계올림픽 개막을 축하했다.

이날 쇼트트랙 경기가 열린 캐피털인도어스타디움에도 중국 관중이 모습을 보였다. 개회식 때처럼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관중석을 꽤 채운 수준으로 입장이 진행됐다. 모두 마스크를 쓴 이들은 자국 선수들이 나올 때마다 소리를 질렀고, 경기가 박빙으로 펼쳐질 때는 데시벨을 더욱 올렸다. 우리말로 “힘내”를 뜻하는 “짜요”의 소리도 간간이 들렸다.

▲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들이 5일 베이징올림픽 혼성 계주 예선을 마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들이 5일 베이징올림픽 혼성 계주 예선을 마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한국 선수들은 어떤 응원도 받지 못한 채 경기를 풀어가야 했다. 이번 대회는 일명 ‘폐쇄 루프’로 진행되면서 해외 관객 입장이 제한되고 있다. 대신 중국 당국이 선정한 관중만 경기장으로 들어올 수 있다.

그래도 이날 캐피털인도어스타디움에는 반가운 국기가 보였다. 태극기였다. 중국 교민으로 추정되는 소수의 인원이 중형 태극기를 내걸고 한국 선수들을 응원했다. 작은 태극기를 흔드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날 한국은 개인전에선 최민정이 여자 500m 예선을, 황대헌과 박장혁, 이준서가 남자 1000m 예선을 통과하면서 기대감을 키웠지만, 혼성 계주 예선에서 탈락 고배를 마시며 우울하게 하루를 마감했다. 반면 중국은 준결선에서 나온 석연치 않은 판정을 앞세워 결선으로 올라가더니 끝내 정상까지 차지했다.

결과가 더 좋지 않아서였을까. 중국의 금메달 획득 때까지 자리를 지킨 태극기는 더욱 고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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