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하. 제공| 두루두루컴퍼니
▲ 장기하. 제공| 두루두루컴퍼니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가수 장기하가 장기하와얼굴들 해체 이후 약 3년 3개월 만에 솔로 가수로 돌아왔다. '싸구려 커피' 등 일상에서 포착한 더없이 평범하고 때로는 지질하기까지 한 순간들을 노래하며 공감을 얻은 그는 자랑과 부러움, 질투와 결핍이 일상이 된 시대에 자신의 목소리를 던진다. 

장기하의 EP '공중부양'은 장기하가 2018년 밴드 활동을 마친 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솔로 음반이다. 가장 장기하스러운 음악들로 장기하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으면서도 지금까지 장기하에게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음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말맛을 살리는 장기하의 고유함에는 무게를 더하고, 그밖의 요소들은 과감하게 걷어내며 '덜어냄의 미학'을 표현했다. 

장기하는 14일 선공개 싱글 '2022년 2월 22일'을 깜짝 공개하고 솔로 가수 데뷔를 알렸다. 

이 곡은 "나 은퇴한 거 아냐"라는 가사로 장기하의 귀환을 알려 화제를 모았다. 그는 "밴드를 마무리했지만 은퇴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는 처음부터 정확하게 했는데, 어떤 분들은 '음반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씀해주셨고, 제 중학교 동창은 '은퇴했는데 뭘 할 거냐'라고 질문했다"라며 "같은 얘기를 해도 사람마다 다르게 이해한다는 걸 느꼈다"라고 했다.

이어 "새 음반을 만들면서는 장기하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 뭘까, 이런 질문을 제 자신한테 던지는 데 2년 정도 썼고, 그 질문의 결과 제 정체성은 제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제 목소리를 목소리답게 활용해서 음악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제 정체성이고 그 외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하와얼굴들과 비교했을 때 제 목소리를 활용하는 방식은 비슷하거나 더 강조를 하고, 나머지는 그 정체성에 맞게 사운드를 붙여서 현재 음악이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공중부양'에는 타이틀곡 '부럽지가 않어'를 비롯해 '뭘 잘못한 걸까요', '얼마나 가겠어',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다' 등 실험적인 음악 5곡이 실렸다. 

▲ 장기하. 제공| 두루두루컴퍼니
▲ 장기하. 제공| 두루두루컴퍼니

타이틀곡 '부럽지가 않어'는 장기하가 '모든 자랑을 다 이기는 최고의 자랑은 뭘까'라는 마음으로 만든 곡이다. SNS가 필수가 된 시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아주 작은 조각을 보면서 그들을 부러워한다. SNS 때문에 많은 이들의 삶은 전시 형태가 되어가고, 삶에서 나온 SNS보다 SNS를 위한 삶이라는 주객전도가 벌어지기도 했다. 

장기하는 이같은 생각을 노래로 옮겼다. 장기하는 "부러움을 이용해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 정말 많고, 소셜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콘트롤 하지 못하면 사람이 너무 힘들어지는 시대가 된 것 같다.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일상을 너무 자세히 알 수 있는 시대 아닌가"라며 "물론 제가 이 노래를 자랑조로 썼지만 생각해보면 사실은 그 누구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라 여러분들이 부러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굉장히 기쁠 것 같다"라고 했다. 

'부럽지가 않어'에서는 싱잉랩에 넘어 '내레이션랩', '타령랩'이라 부를만한 유니크한 시도가 돋보이고,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는 이자람의 창을 샘플링으로 사용, 제목인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만을 가사로 반복하는 과감한 도전이 중독성을 자아낸다. 특히 모든 곡에서 베이스를 제외했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목소리를 제외한 다른 소리를 최대한 줄인 것은 '목소리'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는 그의 생각과 맞아 떨어진다. 정작 장기하 본인은 "내 목소리를 꽉 채우겠다는 생각은 없었다"지만 '미니멀'의 극단을 달리는 '공중부양'은 자연스럽게 장기하의 목소리와 말맛에만 귀를 기울이게 한다.

장기하는 "나라는 뮤지션의 정체성은 목소리고, 그 외에는 뭐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을 가졌다. 주로 작업 자체도 목소리를 먼저 녹음했다. 편곡 전부터 목소리부터 녹음하고, 이후에 목소리를 들어보면서 이런저런 소리를 붙이면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목소리가 한곡의 가요로 인식되는 데 있어서 최소한의 소리를 넣자는 생각을 했고, 편곡이 좀 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베이스를 줄이다 못해 빼지 않았나 싶다"라고 했다. 

3년이 넘는 긴 시간 이후 공개되는 '공중부양'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 밴드 시절부터 이어진 시 같기도, 소설 같기도, 에세이 같기도 한 장기하의 감성이 충만한 가사에 한층 진보한 사운드를 얹은 새 음반은 트랙이 넘어갈 때마다 기발하고 생경한 향과 맛을 전달한다. 

장기하는 "('싸구려 커피'가 실린 음반과) 가장 다른 것은 2008년에는 아무도 내 음악을 기대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에 비해서 기대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제가 대충 어떤 사람인지도 안다. 또 저 사람은 한 차례 해먹었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많이 다르다"고 너스레를 떨며 "그럼에도 비슷한 점은 '초심 따위 개나 줘버려'라는 가사를 썼음에도 초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 먼 길을 돌아서 그때와 마찬가지로 '나다운 걸 나답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라고 했다. 

▲ 장기하. 제공| 두루두루컴퍼니
▲ 장기하. 제공| 두루두루컴퍼니

밴드 활동을 마치고 익숙했던 환경, 가까웠던 사람들을 떠나 파주로 떠났던 장기하는 2년의 파주 생활을 마치고 최근 서울로 돌아왔다. 파주에서는 책을 썼다면, 서울로 돌아와서는 다시 음악 작업에 매진한 시기로 보인다. 파주에서 공백을 가진 뒤 새로워진 '브랜드뉴 장기하'로 돌아온 그는 '공중부양'으로 다음의 장기하를 기대하게 한다.

장기하는 "이번 음반은 지난 시간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솔로 장기하의 기본값을 보여드린 거라고 생각한다. 솔로 장기하의 출발점을 제시한 것이고, 자기소개서 같은 것"이라며 "어떤 결과, 작품이라는 의미보다는 이 정도 지점, 좌표를 찍었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어 "들으시는 분들께는 '지켜봐주세요'라는 의미고, 다른 창작자 분들께는 '지금 같이 하실 분들 '드루와'' 이런 느낌"이라며 "다른 좋은 아티스트들과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는 것이 솔로 장기하의 가장 큰 음악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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