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 ⓒ 곽혜미 기자
▲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분위기 쇄신을 위해 불가피하게 결정한 일이다."

2020년 창단 첫 통합 우승과 함께 왕조를 꿈꾸던 NC 다이노스가 끝 모를 추락의 길을 걷고 있다. 구단의 역사적 우승 시즌을 이끌었던 이동욱 감독은 지난 10일 밤 구단으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3년 재계약의 첫 시즌에 단 33경기만 치른 채 유니폼을 벗었다. 

우승 샴페인을 터트린 뒤로 도통 성적이 나지 않은 탓이다. 지난해는 67승68패9무로 7위에 그쳤고, 올해는 9승25패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NC가 개막 34경기를 치를 때까지 10승을 달성하지 못한 시즌은 올해가 처음이다. 

온전히 이 감독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박석민, 박민우, 이명기, 권희동 등 선수 4명이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위반하는 술자리를 가져 애를 먹인 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주축 선수 4명이 KBO와 구단으로부터 받은 출전 정지 징계로 한꺼번에 이탈하면서 1군 경험이 거의 없었던 백업급 야수들로 버텨야 했다. 

올해는 가뜩이나 최하위로 팀 분위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한규식 수비코치와 용덕한 배터리코치가 음주 폭행 사건으로 경찰 조사까지 받으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폭행 가해자인 한 코치는 계약 해지 및 퇴단 조치했고, 용 코치는 직무 배제 상태다. 

구단은 두 사건의 책임을 이 감독의 선수단 장악력에 물었다. 이진만 NC 대표이사는 "지난해부터 구단에 불미스러운 일(코로나 술판)을 시작으로 최근에 있었던 하나의 사건(코치 음주 폭행)을 독립적으로 볼 것이냐 또는 반복되는 패턴으로 볼 것이냐로 고민이 많았는데, 후자가 맞다고 생각했다. 선수단 기강이나 문제들이 경기력에서도 보이지 않나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개막을 앞두고 우승 전력으로 평가받았기에 NC는 지금의 부진을 받아들이기 더 어려웠을 것이다. FA 시장에서 주포 나성범(KIA)을 놓쳤지만, 박건우와 손아섭을 각각 6년 100억원과 4년 64억원에 영입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썼다.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는 올해 외국인 선수 최고 몸값인 200만 달러에 붙잡았다. 박민우, 이명기, 권희동 등이 5월에 합류하기 전까지가 고비라고 예상했어도 꼴찌까지 떨어질 줄은 몰랐다. 

NC는 빠르게 칼을 빼 드는 쪽을 선택했다. 이 대표이사는 "절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창단 때부터 기여했던 점이 크고, 구단 첫 우승까지 공여가 큰 점이 결코 쉽지 않았다"면서도 "23%(시즌의 ¼)를 치렀기 때문에 샘플사이즈가 작지 않다고 생각했다. 올 시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이 더 늦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사령탑을 바꿔서 극적으로 해결될 문제로 보이지는 않는다. 감독 경질은 선수단에 잠깐의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는 있어도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바꿀 수는 없다. 

몇 년째 해결되지 않는 불펜 문제가 대표적이다. 12일 현재 불펜 평균자책점 5.34로 리그 최하위다. 시즌 초반과 비교해 최근에는 그래도 타선이 터지고 있지만, 불펜이 지키지 못해 역전패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감독 경질 강수에도 7연패에 빠진 배경이다. 

지난해 FA로 영입한 이용찬, 베테랑 원종현 정도를 빼면 승리를 지킬 수 있는 투수가 없다. 필승조로 준비했던 김영규(ERA 4.96)와 류진욱(6.75), 임정호(3.86) 등이 고전한 게 크다. 베테랑 임창민(두산)과 김진성(LG)을 과감히 방출하면서 믿었던 젊은 투수들인데 지금까지는 기대 이하다. 삼성에 포수 김태군을 내주면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심창민은 평균자책점 12.79로 고전하고 있고, 나성범의 보상선수로 데려온 하준영 역시 평균자책점 24.55로 부진했다. 필승조에서 선발로 자리를 옮긴 김시훈을 제외하면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영건도 없다. 불펜 문제를 계속 안고 있는 이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창단 때부터 계속되는 사고뭉치 이미지, 그리고 승패 마진이 -16까지 떨어진 팀을 떠안고 갈 새 사령탑은 누가 될까. NC는 일단 강인권 수석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가면서 강 감독대행을 새 사령탑 후보에 두겠다고 했다. 아울러 외부 인사 물색도 진행하겠다고 했다. 독이 든 성배를 들려는 자가 이른 시일 안에 나타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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