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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책임감… 박민호-김택형이 더 잘 던지고 싶은 이유

작성일: 2022.05.24 05:3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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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군에 복귀했거나 복귀를 앞두고 있는 SSG 필승조. 박민호(왼쪽)와 김택형 ⓒSSG랜더스
▲ 1군에 복귀했거나 복귀를 앞두고 있는 SSG 필승조. 박민호(왼쪽)와 김택형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구위 점검차 잠시 2군으로 내려갔던 SSG 우완 사이드암 박민호(30)는 22일 인천 LG전을 앞두고 다시 1군에 올라왔다. 보통 1군 콜업은 기쁜 일이고, 설레는 일이다. 그러나 박민호의 표정 한곳에서는 난처함이 묻어 있었다.

자신의 1군 등록 대신 누군가는 1군에서 빠져야 했다. 어쩔 수 없는 프로의 냉정한 현실이다. 그런데 하필 그 대상이 좌완 한두솔(25)임을 확인한 직후였다. 말소 명단을 보고 마음이 무거웠던 박민호에게, 마침 훈련을 마치고 2군행을 준비하는 한두솔이 다가왔다.

두 선수는 반갑게 인사를 나눴지만, 박민호는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뭔가 말을 꺼내려고 하다 포기하고, 다시 꺼내려고 하다 마땅한 말이 생각나지 않는지 포기하기를 반복했다. 오히려 1군 데뷔전을 치르며 1군이 그렇게 멀지 않음을 확인한 까닭인지 한두솔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표정만 보면 한두솔이 1군에, 박민호가 2군에 가는 것 같았다. 처지가 반대가 된 건 이유가 있었다. 두 선수는 근래 강화에 잠시 같이 있을 때 “꼭 둘 다 1군에 가서 던지자”라고 약속하고 다짐했었다. 박민호가 한두솔을 살뜰하게 챙겼고, 한두솔도 박민호를 잘 따랐다. 그런데 자신이 올라오는 과정에서 정작 1군에서 말소된 게 한두솔이었다. 박민호가 난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런 박민호를 위로한 건 한두솔이었다. “미안하다”고 말을 잘 잇지 못하는 박민호에게 오히려 “괜찮습니다”고 시원스레 대답했다. 그렇게 짧은 인사를 나눈 뒤 두 선수는 함께 1군 무대에 설 나중을 기약하며 서로의 행선지를 향했다. 박민호는 한두솔의 몫까지 던지겠다는 강한 의지를 품고 있었을 법하다.

동료들에게 미안한 선수는 또 있었다. 왼 팔뚝 통증으로 지난 5월 1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마무리 김택형(26)이었다. 김택형은 검진 결과 왼 팔뚝 내부에 출혈이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방법이 없었다. 그냥 쉬어야 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 다시 촬영을 해보니 출혈이 멈췄고, 고여 있던 피가 상당 부분 빠졌다는 소견을 받고 캐치볼을 재개했다. 22일은 두 번째 캐치볼이었다.

김택형은 “상태가 괜찮다”고 이야기하면서 조만간 정식 투구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을 내놨다. 하지만 역시 말투는 조심스러워했다. 치열한 9회를 떠나 잠시 바깥에서 팀을 바라본 김택형은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내가 빠졌고, 그것 때문에 다들 너무 힘들어 보인다”고 털어놨다. 

마무리 투수는 불펜에서도 ‘귀족’으로 불린다. 나갈 시점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고, 그만큼 대기 루틴도 복잡하지 않다. 언제 나갈지 몰라 불펜에서 경기 내내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다른 불펜투수들과 다르다. 그런데 김택형의 부상으로 SSG는 상황에 따른 불펜 대기를 해야 했다. 자연히 남은 투수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몸도, 마음도 힘든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 김택형은 내심 그게 미안했다.

김택형은 자리가 있는 선수고, 1군에 복귀할 때는 또 누군가가 2군으로 가야 할 것이다. 어쩌면 김택형과 박민호는, 누군가는 평생의 꿈일 1군 출전이 그냥 일상처럼 찾아오는 선수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들을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의 기까지 모아 잘 던져야 한다는 건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자, 책임감이자, 또 의무다. 잘 던져야 미안함도 풀어낼 수 있다. 말소 전 잠시 주춤했던 두 선수의 터닝포인트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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