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김세민이 9일 사직 삼성전에서 9회초 희생번트를 성공시키고 있다.
▲ 롯데 김세민이 9일 사직 삼성전에서 9회초 희생번트를 성공시키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전날 1군으로 급히 올라와 바로 다음날 프로 데뷔전을 치르는 신인이라고는 믿기 힘든 경기력이었다. 안정적인 수비는 기본, 경험이 많은 선수들도 어렵다는 희생번트도 2개나 침착하게 성공시키면서 대선배의 환한 미소를 자아냈다.

롯데 자이언츠 루키 김세민(19)이 인상적인 데뷔전을 마쳤다. 김세민은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홈경기에서 8회초 수비를 앞두고 2루수로 투입된 뒤 공수에서 알토란 활약을 펼치면서 11회 7-6 끝내기 승리를 도왔다.

강릉고 출신의 우투우타 내야수 김세민은 아직 야구팬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 아니다. 지난해 열린 2022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2차지명에서 3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선택은 kt 위즈가 했지만, 앞서 단행된 트레이드를 통해 지명권이 롯데로 넘어가면서 곧장 롯데 소속이 됐다.

그토록 그리던 프로선수가 됐지만, 김세민은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했다. 쟁쟁한 동기 내야수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윤동희와 한태양, 김서진, 김용완 등 신인 내야수들과 2군에서 동고동락하며 1군 데뷔의 꿈을 키웠다.

앞서 한태양이 1군으로 올라가는 장면을 지켜본 김세민은 주전 1루수 정훈이 허벅지 부상으로 빠진 자리를 대신해 8일 콜업을 받았다. 이날 고양구장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2군 경기를 치르던 중 소식을 듣고 급히 사직구장으로 내려갔다.

이어 벤치에서 선배들의 경기를 관전하며 정신없는 하루를 마친 김세민은 다음날 데뷔 기회를 잡았다. 5-2로 앞선 8회 수비를 앞두고 2루수로 투입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런데 ‘바뀐 수비수에게 곧바로 타구가 간다’는 야구계 속설처럼 8회 첫 번째 타구가 곧장 김세민에게 향했다. 호세 피렐라의 강한 땅볼. 까다로운 타구였지만, 김세민은 이를 한 손으로 침착하게 잡아낸 뒤 1루로 뿌렸다. 자신의 프로 첫 수비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여기에서 자신감을 얻은 루키 내야수는 타석에서 다시 한번 벤치를 놀라게 했다. 6-6으로 맞선 9회 공격. 동기 유격수 한태양이 좌전안타로 출루한 상황. 이어 뜻깊은 데뷔 타석으로 들어선 김세민은 벤치의 작전 지시를 침착하게 수행했다. 이승현의 시속 139㎞짜리 직구를 희생번트로 연결했다.

▲ 롯데 김세민.
▲ 롯데 김세민.

깜짝 활약은 계속됐다. 10회 선두타자 강한울의 땅볼을 안전하게 처리한 뒤 2사 후 김재성의 까다로운 타구 역시 침착하게 아웃으로 연결했다. 튀어 오르는 바운드였지만, 기본기를 갖춘 포구로 아웃을 만들어냈다. 이를 받아든 1루수 이대호도 김세민의 수비 자세가 인상적이었는지 한동안 서서 미소를 지으며 김세민을 격려하기도 했다.

11회에는 다시 결정적인 수훈을 올렸다. 선두타자 한태양이 3루수 번트 포구 실책으로 출루한 뒤 맞이한 무사 1루. 이번에도 장필준의 초구를 희생번트로 연결해 한태양의 2루 진루를 도왔다. 이어 롯데는 계속된 2사 1·2루에서 나온 이대호의 좌중간 끝내기 2루타를 앞세워 최근 2연패를 끊어냈다.

주축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힘겨운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롯데. 그러나 이날만큼은 김세민의 깜짝 등장과 값진 끝내기 승리로 꽤 소득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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