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세 이하 대표팀 자원이었던 정우영, 카타르월드컵을 5개월 앞두고 벤투호의 강력한 조커로 등장했다. ⓒ곽혜미 기자
▲ 23세 이하 대표팀 자원이었던 정우영, 카타르월드컵을 5개월 앞두고 벤투호의 강력한 조커로 등장했다. ⓒ곽혜미 기자
▲ '엄살라'로 불리는 스피드레이서 엄원상 ⓒ대한축구협회
▲ '엄살라'로 불리는 스피드레이서 엄원상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경기가 풀리지 않거나 추가골이 필요한 순간 나서는 조커는 승점 3점을 가져오는 큰 힘으로 작용한다. 6월 A매치 3연전을 치르는 동안 벤투호는 가능성 있는 조커들을 발견 중이다. 

벤투호는 지난 2일 브라질에 1-5로 패하며 출발했다. 6일 칠레에 2-0으로 승리하더니 10일 파라과이에는 종료 직전 정우영(SC프라이부르크)의 극장골로 2-2로 비기며 가상의 우루과이를 상대로 1승1무1패로 균형을 잡았다. 

브라질전은 1-2로 지고 시작한 후반 수비가 그 누구도 마법을 걸지 않았지만, 브라질의 현란한 개인기와 패스플레이에 무너졌다. 정우영과 나상호(FC서울), 권창훈(김천 상무) 등이 투입됐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나상호의 과감한 침투는 인상적이었다. 

칠레전에서는 후반 7분 알렉스 이바카체의 경고 누적 퇴장이라는 변수가 나왔다. 이후 조규성(김천 상무)과 엄원상(울산 현대)이 각각 21분, 31분 투입됐다. 조규성은 '손톱'으로 뛰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호흡하며 연계에 충실했다. '엄살라' 엄원상은 스피드를 앞세운 빠른 드리블 침투로 팬들로부터 함성을 유도했다. 

'큰' 정우영(알 사드) 이상으로 주목받았던 '작은' 정우영은 칠레전 선발 맹활약을 앞세워 파라과이전에서는 후반 29분 권창훈을 대신해 등장했다.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운 공격 2선에서 상대 수비를 괴롭히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15분에 먼저 투입된 엄원상과 함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 

결과물은 1-2로 지고 있던 추가시간에 나왔다. 김영권(울산 현대)이 후방에서 왼발로 올린 볼을 엄원상이 오른쪽 측면에서 받아 흘렸고 수비 사이로 침투한 정우영이 차 넣으며 극적인 무승부를 만들었다. 

▲ 꾸준히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서 기회를 얻어 오는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 ⓒ곽혜미 기자
▲ 꾸준히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서 기회를 얻어 오는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 ⓒ곽혜미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은 6월 A매치 4연전을 본선 대비용 오답 노트 찾기에 집중하며 활용하고 있다. 공격진은 황의조(지롱댕 보르도) 원톱에 좌우 날개로 손흥민-황희찬(울버햄턴)이 어느 정도 자리 잡는 인상이다. 손흥민의 최전방 공격수 활용 등 다목적 실험도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부상이라는 큰 변수가 있지 않은 이상 본선은 이들의 주전이 확실하다. 처진 공격수 겸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이재성(마인츠05)이 자주 활용됐었다는 점, 3연전을 계기로 필요성이 더 커진 여론을 생각하면 정우영의 발견은 반가운 일이다. 

이전 벤투호에서는 이동경(살케04), 이동준(헤르타 베를린), 남태희(알 두하일) 등이 경기 분위기를 바꿔 놓는 역할을 맡았다. 공격 연계 또는 스스로 결정하는 모습들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런데 이동경, 이동준 모두 분데스리가 진출 후 부상 등의 변수와 마주하며 벤투호와 멀어졌다. 남태희도 마찬가지다. 다른 경쟁자인 권창훈은 정체된 모습이 있고 송민규(전북 현대)는 벤투 감독으로부터 검증이 된 것처럼, 3연전 내내 뛸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경쟁이 이어지는 도중 9월 예정됐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연기는 벤투호에 호재로 작용했다. 마음 놓고 선수 점검할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6월 A매치 기간 중 23세 이하(U-23) 대표팀인 황선홍호 합류하려 했었던 엄원상, 정우영이 일단 강력한 눈도장을 찍었다는 점은 본선을 앞둔 벤투호에 반가운 일이다. 

벤투 감독도 엄원상 선발 이유를 "좋은 장점이 있다. 상당히 빠르고 양 측면에서 모두 플레이가 가능하다. 공간을 잘 활용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전략, 전술에 부응 중인 엄원상이다. 

정우영에 대해서는 파라과이전 직후 "기술적, 전술적으로 뛰어나고 전술 이해도도 좋다. 수비적으로도 좋고 측면 공격수, 처진 공격수로도 활용할 수 있다"라며 다목적 조커임을 숨기지 않았다. 

수비 안정만 이뤄진다면 조커 전쟁으로 인한 나비 효과가 벤투호 전체에 좋게 끼칠 수 있다. 이들이 주전으로 도약하지 말란법도 없다. 동기 부여가 더 커진, 이집트전 출전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벤투호 조커 기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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