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래리 서튼 롯데 감독(왼쪽)과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 ⓒ곽혜미 기자
▲ 래리 서튼 롯데 감독(왼쪽)과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의 외국인 감독 역사는 전체 지도자 역사에서 비중이 작다. 그러나 꽤 큰 임팩트를 남긴 경우도 있었다. 롯데 감독을 역임했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 SK(현 SSG) 감독으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트레이 힐만 감독이 대표적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이른바 ‘노피어’로 상징되는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하며 롯데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미국(캔자스시티)은 물론 일본(니혼햄)에서도 감독직을 역임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힐만 감독 또한 부임 2년차에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확실한 성과를 거두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 이후 적잖은 팀들이 외국인 감독을 선택했다. 2020년을 앞두고는 KIA가 워싱턴 감독직을 역임한 맷 윌리엄스 감독을 영입했고, 2021년 시즌을 앞두고는 리빌딩 그림을 그리던 한화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선임했다. 롯데는 2021년 시즌 중반 래리 서튼 감독을 승격시키며 한때 세 명의 외국인 감독이 리그를 누비기도 했다. 역대 최다였다.

사실 KBO리그에 외국인 감독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한 구단 단장은 “아무나 데려와서 되는 게 아니지만, 제대로 뽑는다는 가정이 있다면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 감독들은 아무래도 기존 선수단에 대한 선입견이 없고, 한국 지도자와는 결이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이런 문화가 잘 녹아들면 꽤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는 건 몇몇 사례에서 이미 확인이 됐다.

그러나 꼭 성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실제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사실상 경질됐다. 3년 계약을 다 채우지도 못했다. 성적도 성적이었고, 상대적으로 고집이 센 스타일로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도 아주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베로 감독과 서튼 감독도 고전 중이다. 한화는 올해 리그 최하위, 롯데는 리그 8위에 머물고 있다. 두 팀 모두 뭔가 색깔을 바꿔가는 과정에 있다는 건 동일한데 궁극적인 목표인 성적에는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감독이 가진 전력에 시너지 효과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건 증명됐어도, 아예 없는 살림을 뻥튀기시킬 수는 없다는 게 잘 드러난다. 윌리엄스‧수베로‧서튼 감독은 리빌딩 혹은 리툴링 흐름 속에 영입된 인사들이지만 제대로 된 전력 지원을 받지는 못했다. 이들에게 외부 FA 지원은 없다시피 했고, 오히려 내부 자원들의 이적으로 전력이 손실을 본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화는 아직 어린 선수들의 기량 한계를 뚜렷하게 확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수베로 감독이 마이너리그에서 풍부한 육성 경험을 갖춘 지도자임에는 분명하지만, 1군은 육성의 무대라기보다는 결과를 낸 장이다. 그나마 전력에서 조금 나은 롯데 또한 주축 선수들이 부상을 당했을 때 이를 메워줄 수 있는 뎁스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 결과 한창 좋을 때의 기세를 이어 가지 못하고 미끄러졌다.

사정이 이렇다면 기다려 줄 여유가 있는지가 관건인데 꼭 그렇지는 않다. 수베로 감독과 서튼 감독의 계약 기간은 내년으로 끝난다. 내년 안에는 뭔가 성과를 내야하고, 아마도 올해부터 성적에 대한 심한 압박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육성이라는 게 1~2년으로 끝나는 문제도 아닐뿐더러 1군 감독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기도 하다. 

외국인 감독은 마법사라기보다는 기존 KBO리그의 문화와 비교했을 때 결이 조금은 다른 새로운 방식의 리더로 봐야 한다. 리그가 이를 목도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감독 열풍이 사그라들 것이라는 전망도 조금씩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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