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깨 부상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아리엘 미란다 ⓒ곽혜미 기자
▲ 어깨 부상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아리엘 미란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김태형 두산 감독의 얼굴에는 체념의 기색이 있었다. 실제 표현도 그랬다. 김 감독은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 대상은 팀의 외국인 투수이자 지난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아리엘 미란다(33)였다.

김 감독이 체념할 만한 투구 내용이었다. 어깨 통증으로 올해 두 경기 출전에 그쳤던 미란다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복귀전을 가졌다. 어쩌면 두산의 한 시즌 농사가 달린 이 등판에서 미란다의 어두운 면이 적나라하게 모두 다 드러났다.

패스트볼 구속은 대부분 시속 140㎞를 갓 넘기는 수준이었다. 지난해의 미사일이 아니었다. 슬라이더는 밋밋했다. KIA 타자들이 잘 골라냈다.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는 동안 4사구만 7개를 내줬다. KBO리그 역대 한 이닝 최다 4사구 불명예 기록이 쓰이는 순간이었다. 박신지를 일찌감치 대기시켰던 김 감독도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1회 교체라는 강수를 썼다.

외국인 투수가 6월까지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8.22, WHIP(이닝당출루허용수) 2.61을 기록했다면 그 자체로도 최악의 투수다. 그런데 미란다는 올해 보장 금액만 190만 달러(약 24억6000만 원)를 받는 선수다. 두산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었던 최악의 결과다.

김 감독은 “교체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 같다”고 인정했다. 미란다를 교체하겠다는 의미다. 어깨 통증에 구위까지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지금까지는 그간의 실적과 투자 금액을 생각해 교체를 미뤘지만, 이제는 마지막 미련까지 사라졌다. 더 미뤘다가는 후반기 경쟁 동력이 사라질 수도 있다. 

이전부터 대체 외국인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었던 두산이다. 이제 큐사인이 떨어졌다. 김 감독은 리스트 중 빨리 되는 선수를 영입하겠다는 구단의 구상을 넌지시 드러냈다. 역시 대체 외국인 선수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KIA와 SSG로서는 그다지 좋지 않은 소식이기도 하다. 인력 풀이 한정되어 있는데 경쟁자가 하나 더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KIA와 SSG가 쉽게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지 못한 이유, 롯데가 검토 단계에서 과감하게 실행하지 못한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있는 선수보다 확실히 나은 선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트리플A에서 뛰는 선수들의 수준이 예전보다 떨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선수들을 잘 풀어주지도 않고, 과도한 이적료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메이저리그 콜업의 문턱이 예전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지다 보니 선수들이 미련을 갖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올해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 못해 KBO리그의 관심을 받았던 한 베테랑 선수는 당초 “갈 의향이 있다”고 했다가 최근 이를 번복했다. 접촉했던 구단들은 허탕만 쳤다.

10개 구단의 외국인 선수 영입 리스트는 사실 거의 비슷하다. 오프시즌에는 구단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과 여력이 조금 다르기에 다른 결과가 나오지만, 지금처럼 풀이 좁을 때는 경쟁이 더 심하게 붙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정규시즌 순위싸움만큼 치열한 경쟁이 장외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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