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우 ⓒ송경택 기자
▲ 권순우 ⓒ송경택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송경택, 임창만, 박진영 영상 기자] "올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 대회인 US오픈이 남았는데 이번(윔블던)에 자신감도 많이 얻고 욕심도 생겼습니다. US오픈 전에 투어 대회가 있는데 이 대회들을 뛰면서 마지막 메이저 대회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마지막 그랜드슬램 대회에서는 최고 성적을 내고 싶고 그런 마음이 다른 대회보다 간절해요."

한국 테니스의 간판 권순우(24, 당진시청, 세계 랭킹 81위)가 최고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윔블던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는 지난달 2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 1회전에서 노박 조코비치(35, 세르비아, 세계 랭킹 3위)를 만났다.

첫 경기부터 이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를 만났다. 조코비치는 윔블던에서만 6번이나 우승했고 올해도 단식 결승에 진출했다. 개인 통산 21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에 도전하는 '살아있는 전설'을 만난 권순우는 1-3(3-6 6-3 3-6 4-6)으로 석패했다.

비록 권순우는 '대이변'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한 세트를 따내며 분전했다. 윔블던 일정을 마친 뒤 지난 3일 귀국한 그는 SPOTV 스튜디오를 찾았다.

▲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 1회전 경기를 마친 뒤 서로 격려하는 권순우(오른쪽)와 노박 조코비치
▲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 1회전 경기를 마친 뒤 서로 격려하는 권순우(오른쪽)와 노박 조코비치

"처음 대진표를 보고 아! 하고 짧게 탄식했는데 그래도 좋은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조코비치 선수와는 지난해 클레이코트에서 한 번(ATP 세르비아 오픈 16강)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이번이 두 번째 대결이었죠. 긴장만 많이 안 하면 재미있는 경기를 할거라고 생각했어요."

권순우와 이번 대회 첫 경기를 치른 조코비치는 "수준 높은 테니스를 보여줬다"며 칭찬했다.

이 경기서 권순우는 2세트를 따내며 올해로 개장 100주년을 맞이한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 모인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초반 처음 시작했을 때는 긴장을 많이 했는데 느낌은 좋았어요. 첫 세트에서도 기회는 많았는데 두 번째 세트를 가져오면서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었죠."

권순우는 조코비치와 두 차례 경기를 치렀고 '흙신' 라파엘 나달(36, 스페인, 세계 랭킹 4위)과는 지난해 멕시코 오픈에서 한 차례 대결했다.

▲ 권순우 ⓒ임창만 기자
▲ 권순우 ⓒ임창만 기자

테니스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대선수와 일반 선수와의 차이점에 대해 권순우는 "우선 풍기는 아우라가 다르다. 우리는 (큰 대회) 경험도 적고 긴장도 많이 하는데 그 선수들(조코비치, 나달)은 큰 대회에서도 여유로움이 넘치고 경험에서도 많이 앞선다"라고 말했다.

나달과 조코비치와 모두 경기를 치러본 권순우는 두 선수의 차이점도 설명했다.

"두 선수는 공 구질이 다릅니다. 나달 선수는 왼손을 쓰고 조코비치 선수는 오른손으로 치는데 나달은 많이 감아치는 반면 조코비치는 깔끔하고 견고하게 칩니다. 두 선수는 모두 경기하는 데 힘들고 큰 선수들과 하다 보니 압박감도 많이 느껴요."

권순우는 알야즈 베데네(32, 슬로베니아, 세계 랭킹 200위)와 호흡을 맞춰 복식에도 출전했다. 결과는 아쉽게 1회전 탈락이었지만 좋은 경험이 됐다.

"복식은 같이 치고 싶은 선수끼리 연락해서 출전하는데 그 선수(베데네)가 저한테 먼저 같이하자고 물어봤어요. 복식은 즐겁게 하자는 마음으로 출전하는데 그러다 보면 좋은 성적도 나오죠."

▲ 권순우가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서브를 시도하고 있다.
▲ 권순우가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 1회전에서 서브를 시도하고 있다.

권순우는 ATP 투어에 출전하면서 많은 선수와 친분을 쌓았다. 주로 미국 선수들과 친하다고 밝힌 그는 이번 대회 단식 16강에 진출한 알렉스 드 미노(23, 호주)와 복식 팀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매너 좋기로 소문난 나달에 대해 권순우는 "나달 선수는 정말 매너가 좋고 인사도 잘 한다. 대회 때 보면 모르는 선수들에게도 친절하게 인사한다"고 밝혔다.

애초 권순우와 베데네는 복식 1회전에서 닉 키리오스(27, 호주, 세계 랭킹 40위)-타니스 코키나키스(26, 호주, 세계 랭킹 79위) 조를 만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키리오스가 단식에 전념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들은 출전을 포기했고 디에고 이달고(27, 에콰도르)-크리스티안 로드리게스(32, 콜롬비아) 조와 1회전을 치렀다.

키리오스-코키나키스 조는 올해 호주 오픈에서 우승했다. 이번 윔블던에서도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지만 단식에 전념하겠다는 키리오스의 뜻 때문에 코트에 서지 않았다. 이러한 키리오스의 선택은 긍정적인 쪽으로 진행됐고 그는 생애 처음으로 단식 결승에 진출했다.

▲ 권순우 ⓒ임창만 기자
▲ 권순우 ⓒ임창만 기자

권순우는 "(키리오스가) 좋은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남자 복식은 단식처럼 5세트 경기로 진행하는데 단식에 포커스를 맞췄으니 그런 결정을 해도 이해한다. 나도 상황이 비슷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록 이번 윔블던에서 권순우는 '이기는 경기'를 하지 못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윔블던이 가장 기억에 남고 행복한 대회였습니다. 1회전에서 졌는데 많은 분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지금까지 경기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격려 였습니다. 또한 경기가 끝난 뒤 센터코트에 계셨던 많은 관중 분이 기립박수를 쳐 주셨죠. 이런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는 테니스 외에 가장 잘하고 즐기는 스포츠로 '탁구'를 꼽았다. 권순우는 "탁구와 관련된 예능 프로가 있다면 꼭 참여해보고 싶다, 테니스와 비슷해서 도움도 된다"고 말했다.

자기 기술 가운데 장점으로 권순우는 '드롭 샷'을 꼽았다. 남자 테니스에서 '강한 서브'는 여전히 무서운 무기로 꼽힌다. 

▲  권순우 ⓒ송경택 기자
▲ 권순우 ⓒ송경택 기자

그러나 권순우는 서브의 강도에 대해 집착하지 않을 생각이다. 특별히 특정한 기술보다 나달과 조코비치처럼 모든 요소를 두루 잘하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은 것이 그의 의지다.

"아시아 선수들이 서브를 강하게 해서는 외국 선수(유럽, 북중미 및 남미)들을 이기지 못해요. 서브의 강도보다 정확성을 높이려고 합니다. 또한 톱 랭커들은 중요한 상황에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샷을 치는데 저도 그런 것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딱히 이거 하나만 잘하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을 잘하는 선수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국내에서 짧게 한숨을 돌린 권순우는 오는 13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윔블던을 끝으로 잔디 코트 시즌은 막을 내리고 다시 하드 코트 시즌이 시작한다. 권순우는 미국에 도착해 현지 적응 훈련에 들어간 뒤 오는 25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개막하는 ATP 투어 애틀랜타 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

올해 마지막 그랜드슬램 대회인 US오픈은 다음달 29일 막을 연다. 이번 윔블던에서 조코비치와 맞대결로 자신감을 얻은 권순우는 " 마지막 그랜드슬램 대회에서는 최고 성적을 내고 싶다. 그런 마음이 다른 대회보다 간절하다"며 각오를 다졌다. 

기자명 조영준 기자, 송경택 기자, 임창만 기자, 박진영 기자 floyd18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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