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감한 변화로 여전한 기량을 이어 가고 있는 LG 김현수 ⓒ곽혜미 기자
▲ 과감한 변화로 여전한 기량을 이어 가고 있는 LG 김현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이름을 날린 김현수(34‧LG)는 총 세 번의 FA 계약을 했다. 모두 성공적이었다. 김현수의 성공적인 경력을 단적으로 대변하는 숫자는, 화려한 타격 기록 외에도 그의 계약 규모를 보면 알 수 있다.

2016년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당시 계약 규모(2년 700만 달러)는 당시 아시아 타자들의 시선을 고려할 때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 KBO리그로 돌아올 때 LG와 한 4년 총액 115억 원의 계약은 당시 시세로서는 KBO리그 최정상급 대우였다. 그만큼 LG는 김현수라는 확실한 타자와, 또 더그아웃 리더가 될 수 있는 자질을 원했다.

4년의 성과는 확실했다. 4년간 539경기에서 타율 0.319, 70홈런, 39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83을 기록했다. 게다가 그는 기대대로 더그아웃의 리더로서 LG의 팀 문화를 바꾸는 데 크게 일조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효과를 체감한 LG는 2021년 시즌이 끝난 뒤 김현수에게 4+2년 총액 115억 원의 계약서를 내민다. 김현수도 사실상 은퇴 시점까지의 계약을 보장한 LG의 손을 잡았다.

2년의 옵션이 있기는 했지만 기본 4년 90억 원이 보장되어 있다. 생애 마지막 큰 계약 기회에서도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이제 은퇴까지 계약 걱정 없이 야구만 열심히 하는 되는 상황. 그러나 반대로 그런 환경은 ‘나태’라는 단어를 부를 수도 있다. KBO리그뿐만 아니라 어느 스포츠에서나 자주 보이는 장기 계약의 폐해는 거기서 나온다. 하지만 김현수는 달랐다. 배가 부르고 등이 따스운 상황이지만 뭔가를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에 시달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지난해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140경기에 나갔으나 타율 0.285, 17홈런에 그쳤다. 누구에게는 굉장히 뛰어난 성적이지만, 김현수이기에 스스로 실망한 숫자였다. 이제 30대 중반에 이르는 상황에서 몸이 예전만 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 남은 4+2년의 계약 기간 동안 같은 방식으로 남은 야구 인생을 살아도 뭐라 할 사람은 없었지만, 이는 김현수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비시즌 동안 타격폼을 바꿨다. 이미 성공한 선수에게는 큰 도박이었다. 김현수는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최종전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나이도 들어가고, 가진 것과 느낌만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코치님들과도 이야기를 하고 변화를 꾀하기 위해 레슨장에 찾아갔다. 안 되다 보니까 변화를 주려고 갔다”고 떠올렸다. 

점차 노화되는 신체 능력을 깨끗하게 인정했다. 김현수는 “힘이 떨어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느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고 했다.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해도 몸이 팔팔했던 20대로 돌아가기는 어려웠다. 남은 6년의 계약 기간 동안 버틸 수 있는 밑천을 만들어야 했다. 그 고민의 결과물이 적잖이 바뀐 타격폼과 많은 연습량이었고, 이는 2022년의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현수는 14일 잠실 KIA전에서 3회 결승 3점포를 치는 등 3안타를 몰아치며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기 83경기에서 타율 0.290으로 3할 타율은 기록하지 못했으나 19개의 홈런을 치며 생애 최고 페이스를 질주하고 있다. 김현수의 상징과도 같았던 3할을 기록하지 못했다고 해서 폄하할 만한 기록은 전혀 아니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한 따르면 김현수의 조정공격생산력(wRC+)은 158.2로 리그 5위다. 상위 5명을 놓고 보면 김현수의 나이가 가장 많다.

팀 성적도 좋았기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 눈치다. 시즌 중간에 폼을 조금 바꿨다가 슬럼프를 경험한 적이 있어 당분간은 이 페이스 그대로 가겠다고 했다. 현재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폼을 찾은 듯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팀 성적이다. 어차피 개인적으로 이룰 것은 거의 다 이룬 선수다. 김현수는 “개인적인 목표는 전혀 없다. 진짜 팀이 잘 되는 쪽만 생각하고 있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똘똘 잘 뭉쳐있다. 이 분위기를 계속 이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김현수가 그 중심에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