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최숙현 사건' 그 후 2년…울먹인 유족 "체육계 병폐와 여전히 싸워요"

작성일: 2022.07.30 06:30 박대현 기자, 정형근 기자, 배정호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최)숙현이가 떠난 지 2년이 흘렀다. 숙현이의 유산이 잊히지 않도록 노력을 많이 기울인 시간이었다. 사회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일었다. 그럼에도 (체육계는) 아직도 안 바뀐 것 같다. 문제가 커지지 않길 바라고 같은 업에 있는 사람끼리 봐주기식으로 일처리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은 2020년 6월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를 마지막 메시지로 스스로 삶을 뒤로했다.

체육계 병폐를 죽음으로 고발했다. 고교 2학년 때 태극마크를 달 만큼 유망주였던 그는 2017년부터 약 2년간 전 소속팀 감독과 선배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했다. 폭언과 폭행, 집단 따돌림 등에 지속해서 신음했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최숙현이 세상을 등지고 한 달 뒤인 2020년 7월 핵심 가해자 2인을 영구 제명했다. 사법부도 철퇴를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감독에게 징역 7년, 선배 장 모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해 2월에는 국민체육진흥법(최숙현법)이 개정 시행됐다. 체육계 인권 보호를 골자로 한 이 법은 가해자 제재 수위 강화와 표준계약서 도입, 스포츠윤리센터 기능 신장 등을 담아 제2의 최숙현 방지에 역점을 뒀다.

고 최숙현의 외삼촌 류정민(49) 씨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조금은 미흡한 구석이 있진 않은지 아쉬움이 든다. 더 노력해야 할 부문은 어디일까 머릿속이 복잡하다"고 털어놨다. 

조정 국가대표 출신으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 참가했고, 체육계의 폐쇄적인 문화를 직접 경험한 그는 현재도 체육계 병폐와 맞서 싸우고 있었다. 

다음은 류정민 씨와 일문일답.

-최숙현 선수가 떠난 지 2년이 됐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숙현이가 가고 일 년간은 정말 바쁘게, 그리고 힘들게 지냈다. (이후 일 년은) 숙현이 유산이 잊히지 않도록 나름 노력을 많이 기울인 시간이었다. 이 기간 대한체육회나 여러 체육단체에서 많은 변화를 보여 주셨다. 다만 조금은 미흡한 부문도 있지 않은가 (아쉬운) 느낌을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폭언 폭행을 가한 감독과 주장에게 각각 징역 7년, 4년이 확정됐는데.

"숙현이가 떠난 마당에 판결이 무슨 소용일까 싶다. (다만) 그럼에도 형량이 조금 약한 건 아닌지 그런 맘은 든다. 그 사람들이 숙현이에게 한 행동을 고려하면 특히 그렇다."

"물론 여러 사유가 있고 재판부도 그 점을 고려해 결정하셨겠지만 유가족 입장에서, 그리고 주변서도 형량이 조금 낮은 게 아닌가 생각이 크다. 솔직히 아쉽다."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소식 이후 체육계 안팎으로 인권 의식과 제도 면에서 많은 변화가 일었다. 일련의 변화를 어떻게 보시는지.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옆에서 지켜볼 때도 확실히 사회 변화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스포츠윤리센터 등) 단체도 많이 만들어졌다. 다만 해당 단체에서 많은 사안을 속 시원히 해결하진 못하는 것 같아 좀 아쉽다. 조사도 많이 하시고 활동도 많이 하시는 듯한데 결과물은 좀 아쉽지 않나 싶은 것이다."

-약 1년 전부터 '부산조정협회 비위 의혹'을 제기하고 계신다 들었는데.

"내가 조정 국가대표 출신이다. 부산에서 운동을 시작했고 우리 아이들도 부산에서 운동을 하고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다. 부산조정협회 조직 사유화 수준이 심각하다. 선수, 지도자, 학부형 모두가 불만을 제기하는데도 부산조정협회와 대한조정협회는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넘어가려 한다. 범죄 사실이 경찰 수사로 증명됐는데도 여전히 수수방관하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부산조정협회를 예로 들면 한 대학팀 감독을 임용하는 과정에서 3명의 지원자 중 누가 봐도 스펙이나 지도력이 떨어지는 지원자(당시 협회 임원의 자녀)를 합격시켜 채용비리 의혹을 증폭시켰다. 한 고등부 지도자를 채용하는 과정에선 파벌에 의해 특정 지도자 임용을 막아 정당하게 합격했음에도 그 지원자가 임용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회계처리도 짬짜미다. 협회 내 지도자가 모르는 단기 근로계약서를 만들어 가짜 서명을 날인하고 (불투명한 예산을 집행해) 수당을 송금했다 다시 되돌려받아 금액 절반을 재송금하는 등 실수라고 보긴 어려운 부정회계 의혹도 있다. 이밖에도 자격증기본법 위반, 강사료 횡령 등 문제가 다양하다. (해당 의혹을 접한) 지난해 5월 부산경찰청에 고발장을 넣었고 현재 수사 중에 있다. 이렇듯 부정비리로 물러난 사람이 아직도 몇 해 전 국정농단처럼 뒤에서 부산조정협회를 좌지우지하고 조직 사유화를 꾀하고 있다.“ 

-승부조작 정황도 포착했다 들었는데.

"관내 장학금을 받기 위해 아들의 성적 기록 원부를 뗀 적이 있다. 아내가 유심히 보더니 '성적이 좀 다르게 적혀 있는 것 같다' 하더라. 1등을 했는데 2등으로 기록돼 있다는 거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선생님이 이렇게 타라 말씀하셨다. 그땐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고 했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들이 중등부 선수일 때다. A선수와 B(아들)가 있었는데 경기 전날 코치가 아들에게 A의 번호를 달고 타라 했다는 거다. 당시 아들은 A보다 기량이 훨씬 뛰어났다. 결국 선수 등록과 다르게 A의 번호를 달고 뛴 아들이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아들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는데 상장을 확인하니 2등이었다. 아들이 상장이 바뀌었다고 하자 시상식이 끝난 후 상장만 (1등으로) 바꿔줬다. 그런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경기 실적 기록은 A가 1등, 아들이 2등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도덕적으로, 스포츠윤리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사안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한조정협회를 포함해 여러 단체에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중앙협회에선 문제를 크게 안 만들려는 듯 제 식구 감싸기식 답변이 왔다. 이 사건 공정위 절차도 제대로 되었는지 의문이 든다. 지금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체육계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음을 느끼실 것 같다.

"맞다. 아직도 안 바뀐 것 같다. 잘못이 있으면 명확히 그 잘못된 게 무엇인질 찾고 그걸 시정하는 게 체육단체가 해야 할 일일 텐데. 실제론 그렇지가 않다. 그저 문제가 안 커지길 바라고 같은 업에 있는 사람끼리 봐주기식으로 일처리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시민과 정부, 체육계 등에 건네고픈 말이 있는지.

"숙현이 2주기가 지난달에 열렸다. 더운 날씨에도 와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대한철인3종협회서도 와 주셨고 친구, 동료 분들도 함께하셔서 같이 묵념해 주셨다. (함께) 뜻을 기려주신 데 이 자릴 빌어 정말 감사드린다." 

"다만 1주기 때와 견줘 직접 참여해 애도해 주시는 분들 수가 조금은 줄었다. '점점 잊혀지겠지' 생각은 당연히 하고 있다.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아) 잊혀졌으면, 또 잊혀져야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하나 솔직한 심경으론 사회와 운동인들, 그밖에 많은 리더분들 가슴 속에 (숙현이가) 조금은 빨리 잊혀지는 건 아닌가 그런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숙현이 사건이 남긴 메시지만은 잊지 않아 주셨으면 한다."

스포티비뉴스=부산, 박대현, 배정호, 정형근 기자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