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벤클’의 재구성… 정훈과 한화가 같이 발끈한 이유, 보복 없었던 롯데가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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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한화의 경기는 홈팀 롯데의 8-1 승리로 끝났다. 두 팀은 주말 2연전을 한 경기씩 나눠가지며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그런데 경기 결과만큼 더 화제를 모은 장면이 있었다. 바로 3회 일어난 벤치클리어링이다.
롯데가 5-0으로 앞선 3회 2사 상황에서 한화 두 번째 투수 주현상의 몸쪽 패스트볼이 정훈의 팔꿈치 쪽을 강타했다. 다행히 보호대에 맞았지만 정훈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불만에 가득 찬 얼굴로 조금씩 마운드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이에 심상치 않은 조짐을 느낀 주심이 황급히 정훈을 가로막아야 했다. 이 직후 양쪽 선수단이 모두 뛰어나와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이후 벤치클리어링은 현장에서 암묵적으로 자제하는 추세다. 선수들이 한꺼번에 모이면 혹시 모를 감염이 생길 수 있어서다. 벤치클리어링을 예고하고 하는 건 아니지만, 코로나 시대에 팬들의 보는 눈도 있으니 선수들도 대체로 감정싸움의 확전을 자제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희귀해진 벤치클리어링이 다시 나왔고 그 배경과 결과에 팬들의 시선이 쏠리는 건 당연했다.
롯데가 5점을 앞서고 있지만 아직 3회, 그리고 주자가 3루에 있는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빈볼을 던질 만한 타이밍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정훈은 왜 발끈했을까. 상황 영상을 돌려본 한 투수 출신 해설위원은 “정훈이 타석에 바짝 붙는 선수는 아니다. 몸쪽 공이 분명히 깊었다”면서 “앞선 두 차례 몸에 맞는 공(전준우 안치홍)은 논외로 치고, 해당 상황에서 정훈이 고의성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정훈은 두 눈을 가리키며 불만을 드러냈다.
상대의 고의성은 투수의 눈을 보면 아는 경우가 있어서 그렇다는 설명이다. 이 해설위원은 “거의 대다수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투수는 자신이 던져야 할 포수 미트나 그 주변을 보며 공을 던진다. 다른 곳을 보면서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넣기는 불가능하다”면서 “같은 원리로 빈볼을 던질 때 투수의 눈은 타자 쪽으로 쏠리는 경우가 많다. 고의성 여부는 나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정훈이 타석에서 이를 느꼈다면 불쾌할 수 있다. 타자들은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몸에 맞는 공에 굉장히 예민하다”고 했다.
맞은 롯데가 억울한 건 당연한 일인데, 한화 벤치도 벤치클리어링에서 다소간 격앙된 모습을 드러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직접 뛰어 나왔고, 로사도 코치를 말리느라 한화 선수 및 관계자들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 해설위원은 “한화로서는 고의가 아닌데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느냐고 항의할 수도 있고, 우리 팀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도 있다”면서 “외국인 지도자들이 많은 팀 아닌가”라고 했다. 아무래도 국내보다는 미국의 벤치클리어링 문화가 더 적극적이다.
고의성 여부는 결국 한화만 알고 있다. 한화에 아무런 의도가 없었을 수도 있고, 정훈이나 다른 롯데 선수들이 이를 잘못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그렇게 큰 확률은 아니지만, 정말 수베로 감독조차 모를 수도 있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빈볼의 내막을 뜯어보면 진짜 그럴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해설위원은 “미국 문화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한국에서 감독이 빈볼을 직접 지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빈볼을 지시하는 건 감독의 의중을 읽고 있는 선임급 코치나 혹은 선수단 분위기를 꿰고 있는 선임급 선수인 경우가 많다. 주현상 독단적 판단은 불가능하다”면서 “다만 빈볼을 던진 뒤 상대에게 사과하는 경우도 없다. 이러면 선수단 내에서 한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이날 한화 투수들은 몸에 맞는 공 이후 상대에게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결과적으로 경기도 롯데가 이겼고, 인내심에서도 롯데가 빛났다. 사실 롯데 투수들도 몸에 맞는 공이 있다. 몸에 맞는 공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다만 이날은 경기 초반부터 주축 타자 세 명이 연이어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롯데의 심기가 불편할 만했다. 그러나 롯데는 보복구 정황 없이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 8-1 승리를 만들어냈다. 감정보다는 승리에 주력한 롯데의 집중에 확전은 없었고 모처럼의 벤치클리어링은 큰 여파 없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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