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타이거즈 양현종 ⓒ KIA 타이거즈
▲ KIA 타이거즈 양현종 ⓒ KIA 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양)현종이는 한번 쉬게 하려 했는데, 본인이 극구 거부하더라고요."

김종국 KIA 타이거즈 감독은 지난달부터 양현종에게 한 경기 정도 짧은 휴식을 줄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다. 후반기 들어 지친 기색이 보이기도 했고, 재충전해서 순위 싸움이 더 치열해질 시즌 막바지에 더 힘을 실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양현종은 쉴 마음이 없었다. 에이스, 그리고 선수로서 책임감이 먼저였다. 몸 어디에 탈이 난 것도 아니고, 치열한 5강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한 차례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는 게 팀에 얼마나 큰 부담인지 본인이 더 잘 알았을 것이다. 양현종은 사령탑의 마음만 감사히 받고 계속해서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하지만 양현종의 기록은 계속해서 이상 신호를 보냈다. 전반기 18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이 2.97(106이닝)로 리그 정상급이었는데, 후반기 9경기에서는 5.57(53⅓이닝)까지 치솟았다. 양현종이라는 이름값을 고려하지 않아도 눈에 띄게 높은 수치다. 피안타율 역시 전반기 0.231에서 후반기 0.290으로 올랐다. 전반기보다는 타자들이 공략하기 쉬운 공을 던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양현종은 1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6이닝 10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4실점에 그치며 시즌 7패(11승)째를 떠안았다. 5회까지 83구를 던지면서 1실점으로 잘 버티다 6회 3실점하며 무너졌다. 

두산 타순이 2바퀴 돌 때까지는 3안타를 허용했는데, 3바퀴 이상 돈 뒤 7안타를 내줬다. 2-1로 앞선 6회말 선두타자 양석환에게 좌월 홈런을 맞고, 다음 타자 허경민에게 좌중간 2루타를 내준 뒤 크게 흔들렸다. 1사 2루에서는 대타 김민혁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내줘 2-3으로 뒤집혔다. 이어진 2사 2루에서 정수빈에게 우전 적시타를 얻어맞으면서 2-4가 됐다. 이 상황이 결국 3-6 역전패로 이어졌다. 

양현종은 이미 타이거즈 구단 역사에 남을 투수다. 개인 통산 2145⅓이닝으로 이강철이 보유했던 구단 역대 투수 최다 이닝 기록(2138이닝)을 넘어섰다. 이강철(1989~1999년)과 정민태(1995~2004년)에 이어 KBO리그 역대 3번째로 8시즌 연속 150이닝을 던지기도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뛴 지난해를 제외하고 2014년부터 올해까지 꾸준했다. 또 11일 두산전에서 개인 통산 1800탈삼진을 달성해 송진우(2048탈삼진)에 이어 역대 2위에 올랐다. 

양현종은 나이 34살에 타이거즈는 물론 KBO리그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박수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그만큼 어릴 때부터 에이스로서 마운드에서 많은 공을 던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감독과 양현종이 고민해 결정할 일이지만, 때로는 책임감을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다. 

5위 KIA는 12일 현재 시즌 성적 62승61패1무로 6위 NC 다이노스에 4.5경기차로 앞서 있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KIA 팬들에게 더 많은 포스트시즌 경기를 선물하려면, 그때까지 지치지 않은 양현종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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