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정철원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정철원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코치님께서 저한테는 '야구할 때만큼은 네가 제일 잘한다', '신인상 너 아니면 누가 받냐'고 해주세요." 

두산 베어스 필승조 정철원(23)은 최근 배영수 불펜코치의 충고를 귀 기울여 들었다. 배 코치는 정철원이 신인왕 유력 후보로 떠오르자 "걔는 신인왕을 주면 안 된다. 마운드 위에서는 정말 말할 게 없을 정도로 잘하는데, 마운드 아래에서는 조금만 더 한 단계 성숙했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정철원이 당장 신인왕에 만족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말이었다. 배 코치는 "지금은 체력 운동을 조금 소홀히 해도 젊어서 힘든 줄도 모를 것이다. 문제는 나중에 나타난다. 물론 기술 훈련과 달리 컨디셔닝은 지루하고 힘들다. 그래도 철원이는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어야 할 투수 가운데 한 명이니까. 운동할 때도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이 뛰었으면 좋겠다. 몸을 잘 만들어서 유지하면 장기적으로 MVP도 받을 수 있는 선수"라고 애정을 담아 이야기했다. 

제자는 스승의 진심을 잘 알고 있었다. 정철원은 "많은 뜻이 담긴 말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신인상을 받지 않아도 야구 할 날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내게도 항상 '넌 신인상 받으면 안 된다. 신인상 말고 MVP 받을 생각으로 운동하라'고 이야기하신다. 그러면서도 '야구할 때는 네가 제일 잘한다', '신인상 너 아니면 누가 받냐'고도 해주신다. 많은 뜻이 있다고 생각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지 상처를 받진 않았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배 코치가 충고한 뒤 팬들에게 오는 SNS 메시지 내용이 달라졌다고 했다. 정철원은 "팬들께서 이제는 '오늘도 수고했다. 이제 웨이트트레이닝 하자', '배영수 코치님 말 잘 듣자' 이런 메시지를 보내주신다"고 말하며 웃었다. 

정철원은 안산공고를 졸업하고 2018년 신인 2차 2라운드 20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2군에서 시간을 보내다 현역으로 군 문제부터 해결했고, 전역하고 복귀 시즌인 올해 1군에 데뷔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48경기에 등판해 4승, 3세이브, 15홀드, 61⅔이닝, 평균자책점 2.48로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 7월 29일 대전 한화전부터 11일 잠실 KIA전까지 15경기 연속 비자책점 행진을 이어 가며 신인왕 레이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시즌 '정철원이 없었다면'이라고 가정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두산 불펜은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김강률과 박치국이 차례로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고, 새로 영입한 베테랑 임창민과 김지용은 기대보다 승리 상황에서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홍건희마저 등 담 증세로 자리를 비웠을 때는 정철원과 김명신 둘이서 필승조로 이닝을 나누기도 했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철원은 일단 부름을 받으면 씩씩하게 마운드에 올라 자기 공을 던졌다. 어떤 상황에 마운드에 올려도 침착하게 상대 타자와 싸우고 내려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가장 높이 산 정철원의 장점이다. 고교 시절부터 빼어났던 수비와 견제 능력은 신인 수준을 뛰어넘었다. 

▲ 두산 베어스 정철원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정철원 ⓒ 두산 베어스

정철원은 "지금 불펜 상황이 여유롭지 않아서 동점 상황이나 6점차로 벌어졌을 때, 또 세이브 상황에서도 나가고 있다. 나는 이런 상황이 내가 인정받은 것이고, 눈에 띄었다는 거니까 좋은 것 같다. 나도 이제 5년차인데 입단 동기인 (곽)빈이나 (박)신지, (김)민규가 (1군에서) 경기에 나갈 때 나는 군 생활을 했다. 군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서 팀이 힘들 때 내가 힘이 될 수 있어서 좋다. 내년, 내후년, 앞으로도 두산에서 열심히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나는 마운드에서 기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운드에 올라갈 때 기운과 타자를 상대할 때 기운이 중요하다. 기세부터 타자를 이겨야 타자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만루거나 1, 2루 위기면 '어떻게 막지'가 아니라 '이건 막았다. 범타 삼진이다' 이런 마음으로 마운드에 선다. 그렇게 올 시즌을 치르면서 내년, 내후년 시즌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신인왕보다 앞섰던 정철원의 꿈은 가을 마운드에 서는 것이었다. 두산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동안 해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때 정철원은 뒤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정철원이 반짝 빛난 올해는 두산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두산은 12일 현재 50승69패2무 승률 0.420으로 9위에 머물러 있어 5강 싸움에서도 멀어졌다. 

정철원은 가을야구와 멀어진 것과 관련해 "내가 신인일 때 2라운드 20번으로 뽑혔고, 또 군대에 있을 때도 항상 1등을 하던 팀이었는데 속상하긴 하다"면서도 "두산은 야구를 잘하는 팀 컬러가 있으니까. 내가 야구하는 동안에 열심히 팀에 보탬이 된다면 다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이야기했다. 

가을과 멀어졌어도 두산과 정철원의 올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철원은 끝까지 팀이 가능한 더 많은 승리를 챙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 행운이 따라 신인상을 받는다면 지난 6월 돌아가신 외할머니에게 선물하려 한다. 

정철원은 "할머니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분이다. 신인상을 받는다면 할머니 덕분에 받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지금도 내가 야구하는 것을 지켜보고 계실 것이다. 신인상을 받는다면 할머니가 진짜 계셨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계셨으면 그냥 집에 가서 할머니께 자랑하면 되는데 그럴 수 없으니 속상한 일인 것 같다. 신인상을 받으면 할머니께서 하늘에서 봐주실 것"이라며 외할머니를 위해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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