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결정적인 끝내기 홈런을 친 SSG 오태곤 ⓒSSG랜더스
▲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결정적인 끝내기 홈런을 친 SSG 오태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SG의 최근 경기 내용이 비판을 받는 대목 중 하나는 말만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엔트리 확장으로 총 33명의 넉넉한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정작 승부처에서 과감한 교체나 승부수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전 선수들로 경기가 잘 풀리면 그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SSG의 최근 흐름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였다. 8월 이후 주축 타자들이 부상 및 부진에 시달리며 전반적인 팀 공격력의 폭발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벤치의 수싸움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18일 인천 두산전은 조금 달랐다. 상황마다 야수들을 총동원하며 기민하게 움직였고,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벤치 멤버들이 경기를 끝냈다. 이건 16일 창원 NC전 대승과는 또 다른 흐름이었다.

믿었던 에이스 윌머 폰트가 흔들렸고, 바턴을 이어받은 김택형이 실점을 하며 경기 분위기가 비관적으로 흘렀다. 7회가 시작될 때 스코어는 3-8이었다. 하지만 7회부터 타자들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4점을 따라붙었다.

무사 만루에서 한유섬의 적시타, 라가레스의 2타점 적시타가 나오자 SSG는 1사 2,3루에서 포수 김민식 대신 베테랑 타자 김강민을 대타로 써 상대 마운드를 압박했다. 김강민이 볼넷을 고르자 이번에는 최경모 타석 때 하재훈을 대타로 다시 썼다. 하재훈이 깊숙한 희생플라이를 치며 SSG는 7-8, 1점차까지 따라붙었다.

김민식과 최경모를 빼면 아무래도 수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그러나 뒤를 생각하지 않고 일단 따라가는 데 총력을 기울인 김원형 감독의 의지는 경기 막판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에서 행운을 가져다 왔다.

하재훈 대신 2루에는 안상현이 들어갔고, 포수 마스크는 예상대로 이재원이 썼다. 7-8로 뒤진 8회 1점을 실점했음에도 불구하고 SSG의 흐름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8회 최주환이 극적인 동점 투런포를 때렸고, 최정이 백투백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어진 1점 앞선 2사 1루에서는 들어간 선수들의 타격이 빛을 발했다. 이재원이 가운데 담장을 직접 맞히는 적시 2루타를 쳤고, 이어 안상현이 좌월 투런포를 날리며 점수차를 단숨에 4점으로 벌렸다. 

비록 9회 4점을 허용하며 경기가 어렵게 풀리기는 했지만, 9회에는 수비 강화 차원에서 최주환을 대신해 1루에 들어간 오태곤이 끝내기 홈런을 치며 결국 14-13, 귀중한 1승을 거둘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마지막 4점이 경기 막판에 벤치에서 들어간 선수들로부터 나왔다. SSG의 뎁스가 약하다는 비관적인 시선도 있지만, 이들도 할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준 한 판이었다.

깔끔하게 이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은 과정보다는 어쩌면 결과가 더 중요한 하루하루다. 야수 엔트리를 탈탈 털어 총력전에 나선 그 의지와 집중력이 경기를 뒤집었다고 봐도 무방한 날이었다. 모든 선수들이 경기에 직접 ‘참전’함으로서 얻는 유대의식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투수 운영은 선수들의 부진과 함께 다소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날의 벤치 운영은 향후 투수 운영의 총력전도 기대케 할 만한 요소가 있었다. 김원형 감독은 되도록 1이닝을 맡기는 유형의 스타일이지만, 경기 일정에 여유가 생기는 시기가 찾아오면 데이터에 기반한 더 과감한 기용도 기대할 수 있다. 마무리 문승원을 비롯한 전반적인 불펜 운영을 어떻게 구상할지도 휴식일의 관심사가 됐다. 2위 LG에 3.5경기 앞서며 흐름을 되돌린 만큼 지금은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야 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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