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들어 자신의 장점을 되찾고 있는 두산 김재환 ⓒ곽혜미 기자
▲ 9월 들어 자신의 장점을 되찾고 있는 두산 김재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6년 이후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타자는 최정(SSG)으로 239개를 쳤다. 최정 다음의 전체 2위 선수, 그리고 좌타자로 1위가 바로 김재환(34‧두산)이다. 2016년 37개의 홈런을 때린 것을 시작으로 208개의 대포를 터뜨렸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선수가 홈런왕에 도전할 만한 장타력을 갖춘다면 그 가치는 어마어마해진다. 실제 프리에이전트(FA) 계약에서 이것이 증명됐다. 근래 들어 계속된 선수 유출에 애를 먹었던 두산이지만, 김재환에게는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115억 원이라는 거액을 안기며 눌러 앉혔다. 팀의 전력이나 자존심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김재환과 같은 거포 자원은 대체가 어렵다는 시각이 깔려 있었을 것이다.

계약 후 첫 시즌인 올해 성적은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하다. 같은 성적을 내도, 이제는 이름 앞에 ‘115억’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만큼 더 그렇다. 18일까지 시즌 111경기에서 타율 0.245, 20홈런, 6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95에 머물고 있다. 이는 2016년 이후 김재환의 통산 OPS(.931)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거포의 성적이 떨어지면 항상 먼저 드는 의문이 ‘힘’이다. 힘이 떨어지면 많은 것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힘이 떨어졌다는 증거는 데이터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김재환이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전반기 하드히트(시속 152.8㎞ 이상의 타구) 비율을 보면 그렇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제외)에 따르면 김재환의 2021년 하드히트 비율은 26.8%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올해 전반기에는 이 비율이 30.5%까지 올랐다. 리그에서 하드히트 비율이 많이 올라간 선수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타율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떨어졌고, 타율 저하 속에 자연히 장타율 또한 크게 떨어졌다. 힘보다는 다른 쪽에서 원인을 찾아야 했다.

전반적인 몸 상태와 타격 컨디션, 그리고 공이 예전처럼 폭발적으로 뜨지 않는다는 지적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됐다. 다만 당시에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김재환의 전성기가 끝나지 않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대로 무너질 선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 해설위원은 “김재환은 힘도 좋지만 무엇보다 스윙이 부드럽고 또 폭발적인 선수다. 힘이 떨어졌다는 느낌은 없다”고 했다. 

후반기에 들어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시즌 막바지로 들어선 9월에는 힘을 내고 있다. 김재환은 9월 이후 15경기에서 타율 0.375, 3홈런, 12타점, OPS 1.004를 기록 중이다. 최근 3경기에서는 장타감까지 되찾으며 7타점을 쓸어 담았다. 18일 인천 SSG전에서 터뜨린 홈런포는 전형적인 김재환의 그것이기도 했다.

9월 호성적이 올 시즌 전반적인 성적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뭔가 실마리를 찾는 흐름에서 시즌을 마친다는 건 중요한 일이다. 아직 김재환의 FA 계약은 3년이 남았기 때문이다. 첫 시즌 부진을 차분하게 돌아보며 남은 3년의 먹거리를 찾는다면 계약 평가는 뒤집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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