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경은의 42구 투구는 결과적으로 동점이 되어 돌아왔다 ⓒSSG랜더스
▲ 노경은의 42구 투구는 결과적으로 동점이 되어 돌아왔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정규시즌 우승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LG는 25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서 9회 2사 이후 동점을 만들고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간 끝에 6-2로 이겼다. 1위 SSG와 경기차를 3.5경기로 좁히면서 희망을 이어 갔다. 팀에는 굉장히 중요한 승리였다.

사실 큰 악재가 있었던 하루였다. 선발 아담 플럿코가 경기에 나서기 직전 담 증세로 등판을 포기한 것이다. 적어도 플럿코가 5이닝은 소화할 것이라는 경기 플랜 속에 플레이볼을 맞이한 LG로서는 낭패였다. 하지만 LG는 그 와중에서도 불펜을 총동원하며 버텼다. SSG 선발 숀 모리만도를 공략하지 못했으나 불펜 투수 10명이 총출동해 10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내고 값진 승리를 거뒀다.

뎁스 차원에서는 단연 KBO리그 최고 불펜이라고 할 만한 LG의 위용이 잘 드러난 경기였다. 갑작스레 마운드에 오른 최성훈을 시작으로 김진성 김대유 최동환 이우찬 이정용 진해수 정우영 고우석, 그리고 배재준까지 있는 불펜 투수들을 탈탈 털었다. 만약 경기가 10회에서 끝나지 않았다면, 마지막 남은 불펜 카드인 송은범까지 다 나왔을 것이 분명한 경기였다.

잘 던진 것도 잘 던진 것이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LG 불펜투수들이 어떤 상황에서 나설지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그에 대한 게임 플랜을 짜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기계적인 좌우놀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고, 이날 LG의 교체 과정이 100% 완벽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차분하게 자신이 해야 할 것을 풀어나갔다. 그렇게 10명의 과제 수행이 합쳐져 역전승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반대의 지점에 있던 SSG는 조금은 다른 불펜 운영을 했다. 모리만도가 7회까지 막고 마운드를 내려간 뒤, 8회 선택은 노경은이었다. 당연한 수순이었고 노경은은 8회를 잘 막은 것에 이어 2-1로 앞선 9회 2사까지 순조롭게 아웃카운트를 쌓아나갔다. 그러나 2사 후 볼넷이 계속 나오며 끝내 이영빈에게 밀어내기 동점 점수를 허용하며 경기가 연장으로 흘러갔다.

30구가 넘어가면서 노경은의 릴리스포인트는 계속 뒤로 밀리고 있었다. 체력 문제와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는 제구 불안으로 이어졌다. 이영빈에게 던진 마지막 볼이 상징적이었다.

2-2로 맞선 연장 10회에도 김택형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역시 볼넷과 자신의 야수선택으로 이어진 만루 위기를 막지 못했다. 오지환을 삼진으로 잡아내고 2사까지는 갔다. 우타자 김민성이 타석에 들어섰기에 우완들의 투입도 고려할 수 있었으나 SSG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고, 끝내 김택형이 역전 만루포를 맞으며 주저앉았다.

차분하게 경기를 다시 돌아보면 벤치의 심정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은 있을 것이다. SSG는 LG만큼 불펜 뎁스가 강하지 않다. 여기에 문승원이 부상으로 빠졌고 이태양은 24일 선발 등판으로 이날 등판이 불가능했다. 그나마 믿을 만한 선수는 노경은 김택형이었다. 나머지 선수들의 구위는 불분명했다.

여기에 어쨌든 2사까지는 갔고,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이닝이 종료되는 상황이었을 테니 벤치도 ‘한 타자만 더 보자’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여기에 이날 경기가 끝나면 사흘 휴식이니 조금 많이 던져도 휴식일이 충분하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나머지 선수들의 ‘쓰임새’는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풀리지 않는다. 가장 좋은 투수들을 믿고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25일처럼 플랜A가 흔들리거나 깨지기 일보 직전인 상황에서 ‘대안’이 있느냐는 물음이다.

대다수 불펜투수들은 30개 이상의 투구 혹은 빡빡한 등판 일정에서 성적이 떨어진다.  실제 리그 최강 마무리라는 고우석(LG)도 30구 이상에서의 피안타율이 0.333, 3연투시 평균자책점이 3.00이 된다. 특급 불펜도 이런 상황에서는 비교적 평범한 불펜투수가 된다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기계적인 교체를 권장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면 그 상황이 됐을 때 흐름을 끊어줄 수 있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하지만 SSG에 그런 ‘대안’이 없다는 건 근래 불펜 운영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못 나오는 선수들은 계속 못 나오고, 나가는 선수들은 계속 나간다. 투구 수가 20개, 30개가 되어도 계속 밀어붙이는 건 SSG 벤치에 ‘대안’이 부재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불펜에 수많은 투수들이 있지만 이 선수들은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시즌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모든 불펜 투수들이 자신의 임무를 알고 있는 LG와는 전혀 다르다.

여전히 SSG는 정규시즌 우승 확률이 높은 팀이다. 잔여 경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3.5경기는 쉽게 좁힐 수 있는 격차가 아니다. 또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면, 불펜 전력은 휴식과 함께 어느 정도 재정비될 것이다. 이는 무시할 수 없는 프리미엄이다. 중간에 휴식일이 있기에 모든 투수들은 매 경기 등판할 수 있다. SSG가 한국시리즈 직행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그러나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도 25일과 같은 상황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이런 경기에서의 패배는 시리즈 운영과 분위기에 큰 영향을 준다. 같은 상황이 됐을 때, SSG는 가진 투수들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알고 최적화된 쓰임새와 투입으로 ‘후회 없는’ 불펜 운영을 할 수 있을까. 같은 투수진이라도 벤치가 어떻게 기용하느냐에 따라 전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SSG가 이를 실감하고 원점부터 움직인다면, 25일의 1패는 무의미하지 않을 수 있다. 다음 경기(29일 인천 키움전)까지는 이를 돌아보고 계획을 다시 짤 시간이 충분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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