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개와 같은 주력 등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배지환
▲ 번개와 같은 주력 등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배지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고교 졸업 후 피츠버그와 계약하고 미국 도전에 나선 배지환(23‧피츠버그)은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다. 산하 마이너리그 팀을 차분하게 거친 뒤, 만 23세라는 나이에 드디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아주 빠른 건 아니지만, 늦은 것도 아닌 나이다.

올해 피츠버그 산하 트리플A팀인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배지환은 지난 9월 24일(한국시간) 감격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가졌다. 쏠쏠한 방망이와 주력을 과시하며 피츠버그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은 배지환은 1일까지 6경기에서 타율 0.286, 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04의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방망이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 있다. 바로 빠른 발이다. 배지환은 마이너리그 통산 314경기에서 91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올해 트리플A 108경기에서도 30번이나 베이스를 훔쳤다. 그런 주력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일 세인트루이스와 경기에서 보여준 주력은 번개와 같았다.

2회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한 배지환은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기습번트 안타를 만들어냈다. 2사 3루 상황에서 상대가 예측 못한 타이밍에서 기가 막힌 번트를 대고 타점을 만들었다. 전력질주해 1루에 먼저 들어갔는데 이 속도가 기가 막혔다.

‘스탯캐스트’ 시스템이 분석한 결과, 배지환은 번트를 댄 뒤 단 3.65초 만에 1루까지 갔다. 이는 관련 기록이 집계된 2019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빠른 속도였다. 2019년 이전의 기록은 집계할 수 없지만, 적어도 올해 이 부문 시즌 신기록을 세운 셈이 됐다.

올 시즌 홈에서 1루까지 평균 속도가 가장 빠른 선수는 개럿 미첼(밀워키)로 4.02초, 2위는 코빈 캐롤(애리조나)로 4.05초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4.08초로 3위다. 배지환의 기록은 단일 이벤트라는 점에서 평균과 비교하기 어렵지만, 이 수치는 아마도 올 시즌에는 깨지기 어려운 어마어마한 수치였음은 분명해 보인다. 

정점의 속도를 의미하는 ‘스프린트 스피드’에서 배지환은 상위 17%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홈에서 1루까지는 아무래도 좌타자가 몇 걸음 더 유리하고, 이미 번트를 생각하고 있었던 배지환은 작정하고 뛰었을 것이다. 기본적인 빠른 발에 이런 상황이 올해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공격이든 수비든 주루든 메이저리그에서 최상위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건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팀에서 여러 가지 쓰임새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지환의 최고 무기는 발임이 증명됐고, 이제 공격과 수비에서도 힘을 낼 수 있음을 남은 기간 증명해야 한다. 내년 개막 로스터 진입이 점차 유리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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