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신의 힘을 다해 팀의 선두 수성에 일조한 노경은 ⓒSSG랜더스
▲ 혼신의 힘을 다해 팀의 선두 수성에 일조한 노경은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제주 전지훈련 당시 만난 노경은(38‧SSG)의 표정은 밝았다. 야구를 다시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야구 인생의 굴곡이 많았다면서도, 앞만 보고 달리겠다고 했다. 몸 상태는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팀이 원한다면 어떤 보직이든, 어떤 상황이든 출전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흔히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과 나올 때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한다. 캠프 당시의 노경은은 들어가기 전의 선수였다. 팀 내 입지가 굳건한 것도 아니었고, 실적이 없다면 언제든지 다시 방출될 수 있는 선수였다. 언제까지 야구를 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신분도 아니었다. “닥치는대로 다 한다”는 마인드는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년도 지나지 않아 모든 것은 달라졌다. 캠프 당시부터 쾌조의 컨디션을 선보이며 시범경기에 들어가기도 전에 사실상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예약한 노경은은 올해 선발과 불펜에서 대활약을 펼쳤다. 선발로는 8경기에서 5승을 따내며 평균자책점 3.38로 활약했다. 박종훈의 복귀와 함께 불펜으로 이동한 이후에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33경기에서 7승과 7홀드, 그리고 1세이브까지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2.72의 대활약이다.

이미 충분한 활약을 했고, 노경은이 없는 내년 SSG 마운드는 이제 상상하기 어렵다. 대우가 달라졌다. 그렇다면 화장실에서 나올 때의 심정이 될 수도 있다. 꾀도 부릴 만하고, 정말 힘들면 “NO”라고 양해를 구할 만도 하다. 그러나 천성이 사나이라는 평가를 받는 노경은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지 않았다. 캠프 때 초심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만신창이가 된 SSG 불펜을 지탱한 건 노경은이었다. 성적이 좋든, 그렇지 않든, 상황이 어쨌든, 얼마를 던져야 하는 상황이든 벤치의 호출에 성실하게 응했다. 이 과정에서 노경은은 단 한 번도 ‘NO’를 한 적이 없다. 부르면 나갔고, 결과야 어쨌든 최선을 다해 던졌다.

정규시즌 1위 수성을 위해 가장 중요했던 최근 네 경기에서도 투혼을 불살랐다. 최근 4경기에서 기록한 투구 수만 무려 108구였다. 9월 29일 인천 키움전부터 10월 1일 광주 KIA전까지는 3연투도 마다하지 않았다. 승계주자에 실점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끝내 무너지지는 않으며 1일 광주 KIA전에서는 시즌 12번째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이는 2012년 12승 이후 개인 최다승이기도 했다.

다행히 팀이 정규시즌 우승까지 ‘매직넘버’를 하나만 남겨둔 상황이고, 빠르면 3일 대전 한화전에서 우승을 확정할 수 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면 20일 이상 푹 쉴 시간이 주어진다. 지친 몸을 달래고, 구위를 회복하고, 심리적인 피로도까지 해결하기에는 모자라지 않은 시간이다. KBO리그 ‘올해의 영입’은 시즌 전 그 다짐 그대로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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