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 곽혜미 기자
▲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기다려보세요."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5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한 말이다. 최근 롯데는 구단 TV에 이대호(40)가 꽤 진지하게 불펜 피칭을 하는 영상을 올렸다. 취재진이 이 영상을 언급하며 '이대호가 은퇴식 날 깜짝 등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나'라고 물었는데, 서튼 감독은 일단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대호는 영상에서 투수를 그만둔 지 20년 가까이 됐는데도 예리한 제구력을 자랑했다. 결정구 포크볼까지 날카롭게 떨어뜨리며 "한 타자는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대호는 경남고를 졸업하고 2001년 신인 2차 1라운드 4순위로 롯데에 입단할 때는 투수였다. 거물급 신인 투수로 기대를 모았는데, 사실 거포의 자질도 갖추고 있었다. 투타 겸업 유망주로 눈길을 끌었던 2018년 신인왕 강백호(23, kt)보다 한참 전에 이대호가 있었던 셈이다. 

롯데는 투수로 이대호를 키워보려 했으나 신인 시즌 어깨와 팔꿈치 통증으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자 타자 전향을 고민했다. 이대호도 투수보다 타자에 더 매력을 느꼈고, 이때의 과감한 결정이 '조선의 4번타자'를 키웠다. 2010년에는 KBO 최초로 타격 7관왕(타율·홈런·타점·득점·안타·출루율·장타율)에 오르며 정점을 찍었다. 

영원히 조선의 4번타자일 것 같았던 이대호가 선수로 유니폼을 입고 뛸 경기는 이제 딱 1경기가 남았다. 롯데는 오는 8일 사직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정규시즌 최종전에 이대호의 공식 은퇴식을 연다. 이대호는 올해를 '은퇴 시즌'으로 선언하면서 2017년 이승엽 이후 KBO 역대 2번째 은퇴투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대호는 은퇴가 아까울 정도로 올해도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141경기에서 타율 0.332(536타수 178안타), 23홈런, 100타점으로 활약했다. 그래도 이대호는 '박수 칠 때 떠난다'는 마음으로 팬들과 마주할 마지막 순간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신인 시절 이대호의 본모습인 '투수'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최근 불펜 피칭으로 확인했다. 서튼 감독은 베테랑의 마지막 순간, 팬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물할 수 있는 깜짝 이벤트를 과감하게 진행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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