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 감독 ⓒ곽혜미 기자
▲ 이승엽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안녕하십니까. 두산 베어스 감독 이승엽입니다."

'국민 타자' 이승엽(46)이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제11대 감독 취임식'에 참석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은 지난 14일 두산과 계약기간 3년, 총액 18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5억원) 조건에 사인하고 2017년 선수 은퇴 이후 5년 만에 현장 복귀를 알렸다. 취임식에는 주장 김재환이 참석해 선수단 대표로 꽃다발을 전달했고, 이 감독은 등번호 77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 

레전드 타자의 사령탑으로 돌아와 눈길을 끌었다. 이 감독은 경북고를 졸업하고 1995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해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프로 통산 1096경기서 타율 0.302, 467홈런, 1498타점을 기록했다 MVP와 홈런왕을 각각 5차례, 골든글러브를 10차례 차지한 말 그대로 전설의 타자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서도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국제무대에서 활약으로 '국민 타자' 타이틀을 얻었다. 이 감독은 올림픽 금메달 1개(2008년), 동메달 1개(2000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1개(2002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3위(2006년) 등의 성과에 힘을 보탰다. 

다음은 이승엽 감독과 일문일답. 

-두산 유니폼 처음 입은 소감과 등번호의 의미는. 

어색하시죠. 항상 파란 유니폼을 입다가 남색 유니폼을 입었다. 유니폼은 다 똑같다. 나도 팀을 많이 옮겨봐서 어색하진 않다. 처음 입었는데 나쁘지 않다.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등번호는 내가 7번을 좋아한다. 언젠가 지도자가 되면 77번을 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도자의 시작인 두산에서 77번을 달게 됐다. 

-대구 팬들에게 SNS로 절절한 소감을 남겼다. 박진만 감독과 선의의 경쟁을 이어 가게 됐다. 

야구로 돌아왔기 때문에 삼성에서 받은 아주 큰 사랑은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가슴 속에 늘 갖고 있다. 박진만 감독은 동년배이자 동기다. 시드니부터 베이징 올림픽까지 국제무대에서 함께 뛴 아주 좋은 친구다. 이제는 친구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두산의 승리를 위해 뛸 것이고 당연히 박진만 감독도 팀 승리를 위해 뛸 것이다. 젊은 감독들이 중심이 돼서 떨어진 야구팬들의 발길을 되돌렸으면 한다. 

-김한수 수석코치와 다시 호흡을 맞추는 소감이 궁금하다. 또 고토 코치와 조성환 코치는 구단이 추천한 지도자로 안다. 두 코치의 어떤 강점을 보고 동의를 했는지. 

김한수 코치님은 어릴 때 프로에 발을 붙일 때 팀 메이트였다. 내가 선수일 때는 주장으로, 일본에 갔다 돌아왔을 때는 지도자로, 또 은퇴할 때는 감독으로,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다 경험해본 분이다. 시간이 오래돼서 나를 잘 알고, 김한수 코치님도 잘 안다. 언젠가는 함께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기회가 됐다. 내가 경험이 없는 만큼 수석코치로 좋은 호흡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더욱더 훌륭한 팀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고토 코치는 몇 년 전에 두산에서 코치를 하셨다. 선수들과 융화과 뛰어나고 선수들도 고토 코치를 신뢰해 구단에서 요청했을 때 동의했다. 조성환 코치도 롯데 시절부터 잘 봐왔다. 올해 한화에서 코치하는 걸 지켜봤을 때 나와 함께하면 좋은 시너지효과를 낼 것 같아서 영입하게 됐다. 

▲ 이승엽 감독 ⓒ곽혜미 기자
▲ 이승엽 감독 ⓒ곽혜미 기자

-최근 두산 야구를 보면서 강하게 만들고 싶은 점이 있다면. 

올해 야구를 보면 팀 평균자책점도 4점대고, 팀 타율도 2할5푼이다. 가장 문제점은 실책이었다. 실책이 많으면 경기의 향방이 갑자기 바뀌기 때문에 투수들과 경기를 이기려는 마음에 상실감이 들 수 있다. 우리 실수로 상대 팀에 기회를 줘선 안 된다고 생각해 수비를 보충하고 싶다. 내년에는 조금 더 단단하고 실수하지 않는 야구를 하고 싶다.  

-신인 김유성과 투수 이영하는 헤쳐 나가야 할 문제인데. 

민감하고 어려운 부분이다. 구단으로부터 보고를 들었다. 김유성은 충분히 사과와 화해를 하려 하고 있다고 들었다. 피해자 부모님께서 어떤 생각이실지 모르겠지만, 잘 해결이 됐으면 한다. 나라도 필요하면 나도 함께 가서 사과를 드리겠다. 진심으로 김유성이 피해자께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나도 구단으로부터 들어봐야 한다. 

이영하는 구단으로부터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고 들었다. 감독은 좋은 선수들이 빨리 합류해 좋은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지만, 지도자가 할 일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선수들이 빨리 해결해 팀으로 복귀했으면 좋겠지만, 그 전에 가장 중요한 건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화해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산을 지켜보며 가장 취약했던 포지션은. 전력 보강 관련 구단과 이야기 나눈 게 있다면. 

포수 박세혁이 지금 FA다. 혹시나 박세혁이 떠난다면 나는 포수를 매우 중요한 포지션으로 생각한다. 만약 우리 팀에서 가장 필요한 포지션이 뭐냐고 묻는다면 포수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구단과 구체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취약한 포지션이 포수라고는 이야기 드렸다. 

-두산에 젊은 선수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눈여겨본 유망주가 있다면. 

안재석을 유심히 봤었다. 충분히 대스타로 갈 수 있는 자질이 보였고, 밖에서 봤을 때는 지금보다 더 높은 곳에 더 좋은 성적으로 있어야 하는 선수라 생각하는데 아직 잠재력이 터지지 않은 것 같다. 그 선수를 조금 더 좋은 선수로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로 만들고 싶다. 

투수는 정철원이 워낙 좋은 투구를 펼쳤다. 어린 선수인데도 프로야구 대스타처럼 대담한 투구를 펼쳤다. 그 친구도 지켜보면서 올해 더 보여줄 게 많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관리를 잘해서 앞으로도 어린 선수들이 두산에서 더 길게 갈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만들려 노력하겠다. 

-사령탑으로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고 싶은지, 선수단에 강조하고 싶은 원칙이 있다면. 

사인 전에 전풍 사장님께서 강조하신 첫 번째가 소통이었다. 선수단과 프런트, 코치진과 대화를 잘 나누길 바라셨다. 원팀으로 달려가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나 역시 같은 팀에서 프런트, 코치진, 선수들이 한마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은 앞으로 선수, 코치진이 가장 소통이 잘돼서 힘들 때나 고민이 있을 때 형님 정도는 아니더라도 고민 정도는 털어놓을 수 있게 하려 한다. 

기회는 동등하게 줄 것이다. 20살 선수와 35살 선수 똑같이 기회를 줄 것이다. 어느 선수가 진중하게 진심을 다해 야구를 하는지 연습 과정을 보고 조금 더 집중하고 몰입하는 선수들에게 마음이 갈 것 같다. 대스타든 신인이든 동등하게 기회를 주겠다. 거기서 결과를 내라. 결과를 낸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것이다.

 -감독 취임하고 가장 많이 들은 말과 가족들에게 들은 말은.

우리 가족은 정말 축하해줬다. 내가 야구 선수였었고, 내 꿈이 다시 야구로 언젠가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매일 보는 아내나 아이들은 늘 그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두산에서 기회를 주셔서 내가 잡았다. 가족들이 정말 좋아하고 있다. 남편이 받을 스트레스는 아직 생강 안 하는지(웃음). 내 생각과 같이 더 고개 숙이고 겸손하면서 주위 사람을 챙기라고 했다. 

지인들은 왜 그렇게 어려운 선택을 하느냐고 했다. 앞으로 많이 힘들어질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했다. 야구 하는 동안 늘 압박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게 내 천직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야구를 하기 위해 다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어 지금 정말 행복하다. 

-마무리 훈련 지휘는 어떻게. 

일단 선수를 파악해야 할 것 같다. 많은 선수들과 만나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올 시즌 9위를 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투타 밸런스가 맞지 않았고, 수치상으로 지난해보다 많이 떨어져 있었다. 코치진과 만나 대화를 나누며 문제점이 뭐였고 왜 9위라는 성적을 받았는지 파악하겠다. 

나는 선수 시절 훈련량이 적은 선수가 아니었다. 반복 훈련을 해보고 싶다. 연습을 하지 않으면 경기장에서 자연스러운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 준비가 부족해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계속 한국시리즈에 가면서 올 시즌 실패한 것을 내년에는 채우는 복습 훈련이 안 됐던 것 같다. 내년은 올해보다 훨씬 달라진 두산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 이승엽 감독 ⓒ곽혜미 기자
▲ 이승엽 감독 ⓒ곽혜미 기자

-홈런 타자 출신이라 장타 지표 향상을 고민할 것 같은데. 기대할 만한 선수는.

김재환이 올해 홈런 23개, 타율도 2할4푼대로 안다. 4번타자가 30개 이상 홈런을 쳐줘야 시너지효과로 3번, 5번, 6번까지 기대할 수 있다. 김재환, 양석환, 그리고 추후 결정될 외국인 선수까지 터지면 나머지 선수들도 자연히 장타를 날릴 것이라 생각한다. 잠실야구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기에 40개 이상 치기는 무리가 있다. 2루타, 3루타 그 연장선이 홈런이다. 2루타를 많이 치는 타격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여러 감독을 경험했는데, 롤모델이 있다면.

롤모델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여러 감독님을 모셔봤는데, 장점도 있고 조금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 점도 있었다. 선수로 느꼈던 장점들을 많이 뽑아서 누구의 롤모델보다는 그냥 감독 이승엽을 보여드리고 싶다.  

-기본기와 디테일을 쌓아가기 위한 방법론이 있다면.

나는 유하다. 빡빡한 스타일이 아니고 편안한 스타일이다. 전제조건은 선수들이 알아서 훈련을 해야 한다. 특히 경기에 나가서는 프로 선수들이기에 이래라저래라하면 그건 프로가 아니다. 선수들도 뭐라고 지시하기 전에 알아서 스스로 하는 선수들이 됐으면 한다. 경기에서는 아마 엄해질 것이다.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뛰고, 치고, 수비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당연히 본헤드 플레이와 실책, 실수가 나올 수 있다. 실수가 잦아지고 해서는 안 될 플레이가 나오면 정확히 판단을 내리겠다. 선수들이 플레이할 때는 조금 더 집중해서 이 경기에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나태한 플레이, 편안한 플레이가 나오면 간과하지 않겠다. 

-갈망하던 현장에 돌아온 소감과 새로 만나게 된 두산 팬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5년 동안 떠나 있으면서 계약이 확정됐을 때 만감이 교차했다. 다시 서바이벌에 돌아왔구나. 이 힘든 곳에 다시 돌아왔구나. 내 의지대로 돌아왔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선수와 코치진이 얼마나 신뢰가 있고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느냐에 따라 순위가 결정될 것이다. 야구를 정말 좋아했고 앞으로도 정말 좋아할 것 같다. 좋은 화합을 이뤄서 내년 이맘때는 마무리 훈련이 아닌 경기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왔으면 한다. 

나는 선수 때 (팬들께) 크고 작은 실수를 해봤다. 사실 실수를 하면 실수 뒤에 더 얻는 게 있지 않나 생각한다. 팬들께 더 낮은 자세로 가겠다. 조금 더 여유를 갖고 팬들께 다가서서 동네 아저씨처럼 편안한 감독으로 생각되고 싶다. 

-감독으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계약이 3년인데, 3년 안에는 한국시리즈에서 야구를 한번 해보고 싶다. 그러면 감독 생활의 첫 목표는 달성할 것 같다.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해보겠다. 3년 안에는 꼭 한국시리즈에 가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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