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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승 투수인데, 불명예 은퇴는…" 레전드의 레전드 대우법

작성일: 2022.10.25 03:40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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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장원준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장원준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이천, 김민경 기자] "여기서 그만두라고 했을 때 129승을 한 투수가 다른 팀을 알아보고,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보면 불명예 은퇴니까."

레전드는 레전드를 대우하고 싶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은퇴의 갈림길에 선 베테랑 좌완 장원준(37)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줬다. 구단이 올 시즌 뒤 선수단을 한 차례 정리했을 때였다. 이 감독은 구단이 장원준을 두고 고심하자 "직접 만나서 한번 보고 싶다"며 시간을 벌어줬다. 

이 감독은 마무리캠프가 시작된 시점에 장원준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장원준은 한 시즌 더 마운드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이 감독은 선수를 믿고 함께 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감독은 24일 이천베어스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본인이 1년을 더 하고 싶다고 하고, 우리 팀이 아직은 왼손 투수가 부족하다. 장원준이 그 몫을 해줬으면 한다"고 입을 열었다. 

은퇴를 결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장원준의 마음에 공감했다. 이 감독은 KBO 통산 467홈런으로 역대 1위에 오른 최고의 타자였다. 나이 41살이었던 2017년 은퇴 시즌에도 30홈런을 쳤다. 당시 주변에서는 여전히 리그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이 감독의 은퇴를 만류했지만, 당시 그는 "지금의 나에게 만족을 못 한다"며 스스로 원할 때 유니폼을 벗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장원준은 2015년 두산과 4년 84억원 FA 계약을 한 뒤 좌완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며 꾸준함의 대명사로 통했다. 

그러나 2018년 시즌부터 지독한 슬럼프가 찾아왔다. 부상을 참고 참으면서 던진 게 화근이었다. 좀처럼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았고, 지난해부터는 선발 보직을 완전히 포기하고 왼손 스페셜리스트로 전향했다. 개인 통산 129승으로 현역 최다승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2019년부터는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올해는 27경기에서 6홀드, 17이닝, 평균자책점 3.71로 2018년 이후로는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다음 시즌 한번 더 마운드에 서고 싶을 만했다. 

사령탑은 선수가 포기하지 않았기에 믿어주기로 했다. 이 감독은 "아직 은퇴 생각이 없는데, 여기서 그만두라고 했을 때 129승을 한 투수가 다른 팀을 알아보고 안 되면, 어떻게 보면 불명예 은퇴니까. 레전드들은 대우해주고 싶다. 후회 없이 뛰었으면 한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다음 시즌 한번 더 당당히 후배들과 경쟁할 장원준을 기대했다. 이 감독은 "내년에 잘하면 또 더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후배들과 경쟁했으면 좋겠다. 편애는 없다.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결과가 좋으면 잠실야구장에서 본다. 레전드라고 그냥 경기장에서 뛰게 해주는 건 본인도 바라지 않을 것"이라며 장원준이 스스로 납득하는 결과를 얻고 명예롭게 유니폼을 벗을 날을 맞이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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