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양찬열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양찬열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이천, 김민경 기자] "저 선수는 어떤 선수죠."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지난 2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치른 SSG 랜더스와 연습경기에서 외야수 양찬열(25)을 눈여겨봤다. 양찬열은 2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공격 선봉장 임무를 톡톡히 맡았다. 안타와 볼넷으로 3차례 출루에 성공했고, 누상에 나가면 무조건 한 베어스 더 뛰었다. 한 경기에 도루를 3차례나 했으니 감독 눈에 띄지 않는 게 이상했다.

이 감독은 이날 더그아웃이 아닌 원정 임원실에서 구단 관계자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중요한 내용은 기록하면서 꼼꼼하게 선수들을 파악했는데, 눈에 띄는 선수가 보이면 바로 구단 관계자에게 "저 선수는 어떤 선수죠"라고 질문을 던졌다. 양찬열은 사령탑이 궁금해했던 선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이 감독은 "경기를 보면서 열심히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자 중에서는 양찬열이 안타를 하나 치고, 볼넷도 얻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도루를 3개 했다. 나는 크게 치는 타자지만, 그런 플레이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다. 

양찬열은 이 감독의 칭찬에 "나는 타격이나 수비와 같은 야구 실력보다는 열심히 하는 게 장점인 선수다. 내 장점을 보여드린 것 같다 뿌듯했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정수성 주루코치님께서 뛰어야 하는 사람들은 과감하게 뛰어보자고 하셨다. 처음에는 스타트가 잘 안 걸려서 못 갔는데, 운 좋게 기회가 한 번 더 와서 성공했다. 두 번째 도루는 견제가 하나 오면 바로 다음 공에 가보자 했는데 또 운 좋게 성공했다. 3루 도루는 정수성 코치님이 한번 과감하게 와보라고 사인을 보내주셨다. 과감하게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혼신을 다한 3차례 도루에서 양찬열이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설레는 마음이 크다. (감독님께서) 지금까지 잘했던 것을 떠나서 백지상태에서 시작한다고 하셨으니까. 새로운 것을 더 배운다고 생각하니 그런 것도 좋고, 아무래도 새로운 변화는 기분 좋게 설레게 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훈련할 때) 감독님께서 보고 계시면 그냥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동등하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니까. 내 할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이 감독은 실내훈련장에서 티배팅을 할 때 직접 공을 올려주며 양찬열의 타격을 살펴봤다. 양찬열은 "공을 올려주시면서 '이렇게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네 것이 된다'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면서 힘들게 해주셨다"고 답하며 웃었다. 

말은 이렇게 했어도 양찬열은 훈련량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선수다. 2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양찬열만큼만 훈련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제는 '열심히 하는 선수'에서 '잘하는 선수'로 한 단계 올라서는 일만 남았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올해는 1군 41경기에서 타율 0.244(82타수 20안타), OPS 0.735, 3홈런, 12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주전 외야수를 차지했던 김인태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뒤 안권수와 함께 두각을 나타냈는데, 시즌 끝까지 좋았던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해 2군을 계속 오가야 했다. 

양찬열은 "기복이 심했다. 올해는 안 되는 것을 잘하려 하다 보니까 중후반에 내가 잘하는 것을 잃은 느낌이었다. 나를 믿고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준비하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년에는 꾸준하고 싶다. 나가면 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게 수비도 '이 선수한테 공이 가면 잡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드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다음 시즌 두산 외야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새 외국인 타자로 외야수 영입이 유력한 가운데 김재환, 정수빈, 김인태, 김대한, 강진성, 조수행, 홍성호, 김태근, 송승환 등 양찬열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양찬열은 "나는 도전자니까. 같은 팀이지만, 경쟁자가 있어야 서로 발전할 수 있다. 나도 내 자리를 찾아야 하기에 못 올라갈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좋게 생각하고 믿고 하다 보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한 단계 더 도약할 2023년을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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