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개념 육군 일병, UFC 파이터 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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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훈련소에서 구르고 있을 때 여자 친구가 떠났다. 그런데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 하루 만에 이별의 아픔을 털어 냈다.
머릿속에 오로지 운동 생각뿐이었다. 입대 전 'MMA 스토리'에서 배운 종합격투기 기술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내가 갈 길은 프로 파이터"라고 마음먹고 전역 때까지 체력을 만들어 놓기로 했다. 자대에 배치되고 일병이 된 뒤, 남들 축구하고 놀 때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일병이? 그건 개념이 없는 짓 아닌가?"라는 농담 섞인 질문에 "민폐긴 민폐였다. 그래도 일할 때 일하고 내 시간에 운동했다. 병사들은 이해해 줬는데 간부들이 날 싫어 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이 '무개념 일병'은 시간이 지나, UFC 플라이급 파이터가 됐다. 박현성(27)의 시작은 그렇게 당돌했다.
박현성은 2018년 국내 단체 더블지FC에서 프로로 데뷔하고 4연승을 달렸다. 2021년 12월에는 김주환을 꺾고 플라이급 챔피언에 올랐다. 거칠 것이 없는 쾌속 질주였다.
지난해 6월 UFC 계약이 걸린 8강 토너먼트 '로드 투 UFC'에 참가했다. 8강전 제레미아 시레가(인도네시아), 준결승전 톱노이 키우람(태국)을 꺾었다.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UFC에이펙스에서 열린 대망의 결승전. 최승국(한국)을 3라운드 3분 11초에 리어네이키드초크로 이기고 UFC 계약을 결정지었다.
프로 데뷔 5년 만에 세계 최강의 파이터들이 모이는 옥타곤에 당당히 입성했다. 가장 놀란 건 빗발치는 전우들의 카톡 메시지였다. "'그렇게 운동하더니 되긴 되는구나', '신기하다' 등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미소 지었다.
데뷔 후 8연승 무패다. 최근 7승은 모두 피니시 승리였다. 떠오르는 신예로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갈 길이 멀다는 걸, 박현성은 잘 안다. 그래서 단기 목표를 '생존'과 '재계약'으로 잡았다.
"난 현실적인 사람이다. 멀리 생각을 안 한다. 지금은 퇴출 안 당하는 게 목표다. UFC에서 계속 싸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챔피언까지 어떻게 단계를 밟아 나갈지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UFC 페더급 이정영과는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
"뭐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다. 이정영처럼 멀리 보고 가는 대표적인 선수는 코너 맥그리거다. 자기 암시를 통해서 거기까지 갔다. 난 현실적이다. 눈앞의 도전을 하나하나 해결하면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도달 못 할 수도 있고…."
UFC 플라이급은 아시아 파이터들이 활약할 수 있는 체급이다. 박현성이 UFC와 계약한 날, 타이라 타츠로(23, 일본)는 헤수스 아길라를 트라이앵글암바로 이기고 UFC 3연승을 달렸다. 총 전적은 13연승 무패.
박현성에게 미래의 라이벌 타이라를 잡을 수 있는지 물었다. 박현성은 "타이라는 동양인 체형이 아니다. 팔다리도 길고, '쉬운 상대가 아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열심히 하면 2년 후에 따라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급하게 가고 싶진 않다"고 답했다.
박현성은 지금도 앞뒤 안 재고 눈앞의 목표에 집중하는 파이터다. "부족한 기술을 보완하고 오는 6월에 UFC 데뷔전을 뛰는 게 이상적"이라며 "일단 1승을 한 다음, 그때 목표를 새로 설정하고 말씀 드리겠다. 오래 살아남는 UFC 파이터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박현성은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여자 친구를 잊고 운동만 생각했던 그때처럼, 라스베이거스에서 경기를 마치고 돌아와 이틀 만에 훈련에 복귀했다.
박현성은 "다친 곳도 없고 특별히 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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