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적인 성장으로 구단과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모으는 오원석 ⓒ곽혜미 기자
▲ 지속적인 성장으로 구단과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모으는 오원석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지금은 미국으로 돌아간 야시엘 푸이그(33)는 지난해 키움에서 뛰던 시절 유독 SSG 좌완 영건 오원석(22)에게 강했다. 타율이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홈런만 세 방을 쳤다. 한국시리즈에서 4차전에서 쾌투한 오원석이지만, 그 오원석을 마지막까지 괴롭힌 것도 푸이그였다.

김원형 SSG 감독은 23일 광주 KIA 시범경기가 취소된 뒤 지난해를 돌아보며 “유독 오원석이 푸이그에게 많이 맞았다. 그런 이야기를 투수 코치하고도 하곤 했다”면서 “그게 뭐냐면 바로 커터였다. 우리나라에서 낮은 변화구를 많이 던지니까 안 속으려고 히팅 포인트를 조금 뒤에다 놓고 쳤다. 선수는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커터가 코스대로 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서 (푸이그의) 타이밍에 딱 걸렸다. 그 타이밍에 세 방을 맞았다”고 돌아봤다.

갑자기 푸이그 이야기가 나온 건 오원석이 알을 완전히 깨고 나오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 거기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에니 로메로의 부상으로 올해 SSG의 개막 로테이션 승선이 확실시되는 오원석은 21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경기에 6회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전체적인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이닝별로 투구 내용이 완전히 상반됐다.

6회 투구는 기가 막혔다. 패스트볼이 자로 잰듯이 날아갔고, 탈삼진 두 개를 곁들여 세 타자를 9구 만에 끝냈다. 7회 역시 안타 하나를 맞았을 뿐 나머지 타자를 모두 잡아내며 실점하지 않았다. 2이닝은 거의 완벽한 투구였다. 그러나 8회 1사 후 연속 4안타를 맞으면서 결국 3실점했다. 김 감독은 이닝별로 널뛰기를 한 원인이 커터의 제구에 있다고 봤다.

김 감독은 “한화 경기를 할 때도 (7회) 문현빈이 직구(포심)라고 생각하고 나가는데 커터가 한가운데로 왔다. 김인환에게도 똑같이 그랬다. 커터가 안 먹히면 느린 직구가 되는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커터라는 것은 어느 정도 코스에 잘 들어가야 한다. 커터가 한 가운데 오면 그냥 직구 타이밍에 다 맞아 나가는 건데, 그만큼 커터의 제구력이 중요하다. 원석이 같은 경우는 그런 조그마한 미스들이 한 타이밍에 걸린다”고 했다.

김 감독이 상황을 면밀하게 기억하고 또 분석하는 건 역설적으로 그만큼 기대가 커서다. 김 감독은 아직 오원석이 경기 내내 제구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러나 구위가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고, 제구력의 일관성도 구위처럼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자신, 아니 확신하고 있다. 오원석을 두고 “매년 눈에 보이게 발전하는 투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김 감독은 그 과정을 즐겁게 지켜볼 참이다.

김 감독은 “2021년보다는 작년에 더 좋아졌고, 작년보다는 지금이 더 좋다. 작년에 좋아졌던 모습이 연결되고 있다. 가장 좋아진 건 구위다. 확실하게 구위가 2021년보다 지난해 좋아졌다. 트랙맨 기준으로도 구속이 3~4㎞ 빨라졌다. 그래서 경쟁이 되는 것이다”고 흐뭇하게 말하면서 “(김)광현이처럼 넣었다 뺐다할 수 있는 능력은 아직 안 되지만, 구위가 좋아지니까 타자들이 애를 먹는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누군가 직접적으로 가르쳐줄 수도, 대신해 줄 수도 없는 문제다. 오원석 스스로가 이겨내야 한다. 아직 젊은 투수고, 그 과제를 이겨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는 계속 온다. 조금만 더 가면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다. 이는 SSG가 10년을 두고두고 쓸 선수를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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