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티히트와 폭풍 질주로 최고의 개막전을 보낸 배지환
▲ 멀티히트와 폭풍 질주로 최고의 개막전을 보낸 배지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사실 스스로도 개막 로스터 진입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배지환(24‧피츠버그)이 말하는 이유는 팀에 베테랑 선수들이 많이 합류해서다. 최지만을 비롯, 앤드루 매커친과 카를로스 산타나라는 베테랑들은 팀이 성적 향상을 위해 데려온 선수다. 갑자기 로스터 세 자리가 꽉 들어찼다.

그러나 배지환은 팀 내 경쟁에서 당당하게 승리했고, 개막 로스터 진입에 이어 3월 31일(한국시간) 개막전에서도 대활약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내야와 외야가 모두 가능한 유틸리티 능력에 빠른 발이 돋보였다. 그리고 배지환의 가치는, 개막전에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같이 증명해주고 있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배지환은 31일 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와 시즌 개막전에 선발 8번 2루수로 출전, 3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 2도루라는 만점 활약을 펼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피츠버그는 배지환이 곳곳에서 공격의 혈을 뚫어준 덕에 선발 미치 켈러의 초반 난조(4⅔이닝 4실점)에도 불구하고 5-4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2회 첫 타석에서 투수를 넘어 2루수 방면으로 굴러가는 절묘한 번트 안타를 대 출루한 배지환은 4회 상대 선발 헌터 그린의 바깥쪽 공을 결대로 밀어 쳐 좌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로 시즌 첫 멀티히트까지 내달렸다. 그런데 현지 언론에서 주목한 건 배지환의 안타가 아니었다. 그 다음 상황이 더 중요했다. 바로 발이었다.

배지환은 4회 1사 2루에서 빠르게 스타트를 끊어 3루 도루에 성공했다. 신시내티 배터리는 물론 야수들도 전혀 대처를 못했을 정도의 기습 도루였다. 배지환은 8회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을 골랐고, 여기서도 곧바로 2루 도루에 성공하며 신시내티 내야를 사정 없이 흔들었다.

배지환의 최대 강점은 빠른 발이다. 스스로도 “달리는 건 자신이 있다”고 할 정도다. 미 CBS스포츠는 경기 후 ‘배지환이 타순상으로는 8번에 있었지만 그는 파이어리츠 모든 것의 중심에 있었다’면서 ‘그가 베이스에 도착했을 때 그는 자신의 스피드를 보여줬다. 통계에 따르면 배지환은 지난해 스프린트 스피드에서 90번째 백분위(상위 10%를 의미)에 있었다’고 안타보다는 빠른 발을 칭찬했다.

실제 배지환의 지난해 스프린트 스피드(정점에 이르렀을 때의 속도)는 초당 29피트로 메이저리그 전체 57위이자 상위 10%였다. 운동능력이 어마어마한 괴물들이 버티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특급 스피드를 자랑한 것이다. 

피츠버그가 왜 배지환을 선택했는지는 개막전 트렌드에서도 잘 나타났다. 지난해 개막전에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성공시킨 도루는 15경기를 다 통틀어 6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는 개막 15경기에서만 21개의 도루가 쏟아져 나왔다. 총 23번의 도루 시도 중 저지는 딱 2개였다.

메이저리그는 올해부터 피치클락을 도입했고, 홈을 제외한 나머지 플레이트의 물리적인 크기도 키웠다. 베이스의 크기가 커져 도루시 살 확률이 높아진데다 타자마다 견제는 두 번밖에 허용되지 않으니 빠른 주자들의 가치가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이는 개막전부터 완벽하게 증명됐다. 그 값어치를 시작부터 보여준 배지환의 로스터 생존 가능성이 계속해서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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