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44G째 무주공산' 유격수에 대한 고찰[김민경의 비하인DOO]

작성일: 2023.05.28 10:02 김민경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김재호 ⓒ 두산 베어스
▲ 김재호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우리 팀 사정을 보면 알겠지만, 주전 유격수가 누구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 44경기를 치렀다. 144경기 가운데 1/3 정도가 지났는데, 아직도 센터라인의 핵심인 유격수의 주인이 없다. 선택지 자체는 많다. 베테랑 김재호(38)부터 박계범(27), 이유찬(25), 안재석(21) 등 4명이 봄부터 치열하게 자리싸움을 했다. 그런데 누구도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27일 잠실야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언제쯤 주전 유격수를 못 박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나도 궁금하다. 그런데 쉽지 않다"며 답답한 마음을 표현했다. 

◆ 실책 100개 돌파의 의미

이 감독은 지난해 10월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 '실책 최소화'를 강조했다. 두산은 지난해 팀 실책 117개로 리그 5위에 올랐다. 2015년 10구단 144경기 체제가 된 이래 두산이 한 시즌 팀 실책 100개를 넘긴 건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올 시즌도 이미 실책 41개를 기록했다. 거의 경기당 실책 1개씩은 꼬박꼬박 나오고 있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김재호-오재원(38) 키스톤콤비가 본격적으로 해체된 시점부터 두산의 견고한 수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재호와 오재원은 2015, 2016, 2019년 두산에 우승 트로피를 안긴 주역이다. 두 선수는 감독이나 수비코치의 지시 없이도 수비 위치를 알아서 조정했을 정도로 수비나 야구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았고, 어떻게든 내 앞에 오는 공은 막는다는 투지도 대단했다. 두 선수가 놓친 공은 진짜 어쩔 수 없는 타구라고 수긍하게 될 정도였다. 

문제는 세대교체였다. 김재호와 오재원도 세월을 피하지 못하고 수비 범위가 조금씩 좁아지는데, 뒤를 이을 후배들의 성장은 더뎠다. 그사이 오재원은 은퇴했고, 김재호는 이제 벤치에서 후배들을 다독이며 끌어주려는데도 마음 같지 않은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조성환 두산 수비코치는 "예전에 두산이 좋았던 것은 실책이 생기면 어떻게든 투수들까지 같이 옆에서 잘해줘서 막았다. 지금은 실책 하나가 나오면, 특히 지난해부터는 실책 하나에 너무 큰 파장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결국 수비가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 줄 리더, 내야에서는 특히 유격수의 공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왼쪽부터 박계범, 조성환 수비코치, 이유찬 ⓒ 두산 베어스
▲ 왼쪽부터 박계범, 조성환 수비코치, 이유찬 ⓒ 두산 베어스

◆ 경쟁과 돌려막기, 그 어디쯤

이 감독은 올해는 주전 유격수 한 명을 못 박겠다는 각오로 호주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호주에서는 김재호, 안재석, 이유찬, 박계범이 경쟁했고, 시범경기 기간에는 김재호, 안재석, 이유찬이 다시 자리를 다퉜다. 그 결과 이유찬이 개막 유격수로 낙점됐다. 이유찬은 시즌 초반 공수에서 활기를 띠며 주전 유격수 경쟁에 마침표를 찍는 듯했다.  

그러나 경험 부족이 결국 이유찬의 발목을 잡았다. 풀타임 첫해인 선수가 체력이 떨어지고, 기복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유찬이 처음 지쳤을 때는 안재석이 바통을 이어받았는데, 안재석 역시 반짝하다 허리 통증으로 자리를 비웠다. 그사이 김재호는 이유찬과 안재석을 뒤에서 받쳐주며 거의 벤치만 지키다 경기 감각이 떨어졌다. 

이때 이 감독의 숨통을 틔워준 유격수는 박계범이었다. 박계범은 지난 9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의 부름을 받았는데, 말 그대로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조 코치는 "(박)계범이가 우리 팀의 한 줄기 빛이다. 진짜 잘해주고 있다. 계범이가 개막을 앞두고 다쳐서 빠져 있긴 했어도 가진 능력을 의심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칭찬했을 정도다. 박계범이 유격수로 자리를 잡아 준 덕분에 이유찬은 2루수로 자리를 옮겨 공수에서 조금 더 편하게 활약을 이어 갈 수 있었다. 

그러던 박계범도 보름 정도가 지나니 실책도 하나씩 나오고, 타격 페이스도 조금씩 떨어졌다. 이 감독은 "박계범이 1군에 올라와서 꾸준할 때는 (주전 유격수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페이스가 떨어지다 보니까"라며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 

결국 캠프 때 경쟁에서 확실히 자리를 쟁취한 선수가 없다 보니 지금까지 두산 유격수는 무주공산으로 남아 있다. 조 코치는 "내가 부족했다. 유격수도 누군가 한 명이 정해져야 했는데, 그걸 못하고 캠프가 끝났다. (이)유찬이랑 (안)재석이가 감독님 생각만큼 못 올라왔다"며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 허경민(왼쪽)과 김재호 ⓒ 두산 베어스
▲ 허경민(왼쪽)과 김재호 ⓒ 두산 베어스

◆ 돌고 돌아, 다시 김재호

돌고 돌아 다시 김재호다. 김재호는 2군에서 3주 가까이 재정비를 하고 지난 23일 1군으로 복귀했다. 24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에 교체 출전해 안타 하나를 친 뒤로는 줄곧 유격수로 선발 출전하고 있다. 수비와 공격 모두 당장 김재호를 뛰어넘는 유격수가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 감독은 "(김재호가) 2군에 가서 준비를 잘한 것 같다. 몸에 스피드가 붙은 것 같다. 사실 2군에 내려가기 전에는 몸 움직임이 우리가 봤을 때는 조금 빠른 감이 없고, 무뎌졌다고 판단했다. 다녀왔을 때 연습하는 것을 보니까 역동적으로 움직임이 좋아졌더라. 2군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왔다고 생각했다"며 베테랑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재 선발 유격수는 김재호다. 남은 시즌 김재호가 주전 타이틀을 되찾을지, 후배들이 또 한번 김재호를 흔들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 감독은 "유격수는 타격도 타격이지만, 수비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수비가 좋아야 하는데 김재호가 최근 2경기에 나가서 큰 문제 없이 중심을 잘 잡아줬다. 투수가 힘들어하거나 긴장할 때는 베테랑으로서 템포를 늦춰줄 수도 있고, (유격수는) 내야수들을 좌우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베테랑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다. 젊은 선수들은 벤치에서 보면서 배우고, 기회가 되면 나가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44경기나 치르는 동안 기회를 잡지 못한 젊은 유격수 후보들에게 따끔한 말도 잊지 않았다. 자리를 내주면 다른 선수가 곧바로 치고 들어온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자리를 비워서는 안 된다. 그때 잘하는 선수가 나가는 게 맞다"면서도 "(자리를 비운 선수는)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준비해야 한다"며 남은 시즌은 조금 더 건강한 유격수 경쟁이 펼쳐지길 기대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