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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이승엽… ‘승짱’의 야구, 시동조차 못 걸고 있다

작성일: 2023.06.12 05:55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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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축 선수들의 회전문 부상 및 부진에 100% 전력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이승엽 감독 ⓒ연합뉴스
▲ 주축 선수들의 회전문 부상 및 부진에 100% 전력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이승엽 감독 ⓒ연합뉴스
▲ 11일 타격 조정차 2군행 통보를 받은 호세 로하스 ⓒ연합뉴스
▲ 11일 타격 조정차 2군행 통보를 받은 호세 로하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이승엽 두산 감독은 11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팀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30)를 2군으로 내린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표정에는 아쉬움과 당혹감이 동시에 묻어 나왔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영입한 로하스는 시즌 49경기에서 10개의 홈런을 치기는 했으나타율 0.205, 출루율 0.286, OPS(출루율+장타율) 0.728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있었다. 외국인 타자에게 바라는 수치보다는 훨씬 떨어졌다. 펀치력은 보여줬지만, 방망이에 공이 맞지 않으니 오히려 타선의 맥을 끊는 일이 잦았다. 9일과 10일 잠실 KIA전에서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이 감독은 외국인 선수가 벤치에 있는 건 의미가 없다고 봤다. 외국인 선수가 확고부동한 주전이 되고, 로하스가 지난 두 경기에서 소화했던 대타 임무는 오히려 경험을 줘야 할 어린 선수들에게 더 어울리는 것이었다. 이 감독은 “조정을 하고 완벽하게 됐을 때, 스타팅으로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하면 그때 부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1군 복귀는 기약이 없다는 의미다.

올해 두산의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 역대 최고의 ‘레전드’ 타자다. 코치 경력 없이 곧바로 감독 자리에 오른 이 감독이 어떤 야구를 보여주느냐는 세간의 큰 화제를 모았다. 한국과 일본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해설위원으로도 오래 야구를 접한 만큼 남들과 다른 ‘이승엽표’ 야구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이 감독은 한국 야구의 큰 자산이기에 그 시작의 의미가 남다르기도 했다.

그러나 야구계에서는 아직 이 감독이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지 못한다고 평가한다. 아직은 어떤 것이 ‘이승엽 야구’의 가장 큰 정체성인지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감독이 돼 시즌을 시작한 지 이제 갓 두 달이 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옹호하는 시각도 있고, 변명할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바로 시즌 개막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100% 전력으로 싸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10개 구단 그 어떤 팀도 개막 전 구상과 일치한 로스터에서 싸우고 있는 건 아니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부상자도 생기고, 예상보다 경기력이 저조한 선수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두산은 베스트 멤버가 한 번도 모여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 부상으로 두 경기 출전 뒤 퇴출된 딜런 파일 ⓒ두산 베어스
▲ 부상으로 두 경기 출전 뒤 퇴출된 딜런 파일 ⓒ두산 베어스
▲ 무릎 부상 이후 좀처럼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김재환 ⓒ연합뉴스
▲ 무릎 부상 이후 좀처럼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김재환 ⓒ연합뉴스

누가 하나 돌아오면, 누가 하나 빠지는 전형적인 이 빠진 그림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답답하다. 이 감독이 시즌 구상을 할 때 핵심적이었던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 및 부진으로 빠지고 있는 것이다. 믿는 도끼 여럿에 이미 발등을 꽤 세게 찍힌 모양새다. 야구 색깔을 보여줄 기회도 없이 그 공백을 채워 넣기에 바빴다. 그 와중에서도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게 이승엽과 두산의 저력을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외국인 선수 전력이 대표적이다.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만 꾸준하게 활약해주고 있다. 로하스는 부진의 시기가 길었고, 새 외국인 선수 딜런 파일은 불의의 부상을 시작해 이런 저런 사정으로 경기에 나가지 못하다 결국 2경기만 뛰고 퇴출됐다. 최원준 곽빈도 잔부상으로 로테이션을 거른 적이 있었다. 이영하는 뒤늦게 합류했다. 이 감독은 지금까지 시즌 내내 마운드의 말들을 이곳저곳에 옮기기 바빴다.

타선에서도 중심을 잡아야 할 베테랑 선수들이 부진에 빠져 자리를 못 잡았고, 그 결과 매일 라인업이 바뀌는 정신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두산은 11일까지 시즌 55경기를 치렀는데 서로 다른 54개의 라인업을 썼다. 상대가 누구든, 던지든 팔이 무엇이든 확실하게 자기 자리가 있는 선수들이 부족한 탓이다. 10일 잠실 KIA전에서 김대한-이유찬을 테이블세터로 기용한 건, 현재 두산의 실상을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린 선수들을 더 편한 상황에 내보낼 수 있는 ‘우산’이 없었다.

이렇게 라인업이 바뀌는데 이 감독의 공격적 성향을 보기 어려운 건 당연했다. 그냥 매일 매일 상황에 맞춰 경기를 운영해야 했다. 경기당 야수 사용이 리그에서 가장 많은 축에 속하고, 대타와 대주자, 대수비 기용도 리그 평균 수준이었다. 도루 시도는 많은 편이지만, 또 희생번트 지시는 적다. 추구하는 공격 스타일이 빅볼인지, 스몰볼인지 기록으로는 명확하게 판단이 안 된다. 

11일 곽빈이 돌아왔지만, 아직 새 외국인 선수 브랜든 와델의 합류는 멀었다. 계약이 임박하기는 했으나 최종 사인은 못했다. 빨라야 6월 말에나 로테이션에 들어올 수 있을 전망이다. 로하스는 2군에 갔고, 김재환은 아직 살아나기 전이다. 결국 6월까지는 매 경기에 맞추는 포인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초보 감독의 티는 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지만, 속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승짱’의 야구는 언제쯤 시작될까.

▲ 두산은 전력 약화 속에서 5할 버티기 이상으로는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 두산은 전력 약화 속에서 5할 버티기 이상으로는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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