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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인에서 '행정가 진종오'로…"인생 2번째 사대 오릅니다"

작성일: 2023.06.24 06:50 박대현 기자, 배정호 기자, 정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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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선수 출신 최초로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선임된 진종오는 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 진종오
▲ 지난 2월 선수 출신 최초로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선임된 진종오는 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 진종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배정호 정형근 기자] 진종오(43)는 소문난 메모광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2021년 도쿄 대회까지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를 거머쥔 비결로 메모하는 습관을 첫손에 꼽는다.

지난 2월 선수 출신 최초로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선임된 뒤에도 변함없다. 좁쌀 만한 글씨를 노트에 뻬곡히 채운다. 

다만 선수 시절과 메모 내용이 조금 달라졌다. 한국에서 열리는 동계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서 국제대회 성공 개최에 관한 고민이 메모지 곳곳에 녹아 있다.

진 위원장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요즘은 메모 대부분이 조직위 관련 내용이다. 스케줄 관리가 정말 힘들다"면서 "주어진 스케줄을 소화할 때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말과 생각을 해야 하는지를 많이 적는다"며 웃었다.

"동계'청소년'올림픽이다보니 시대 흐름상 젊은 층을 위해 (상대적으로) 젊은 친구가 조직위 업무를 맡으면 좋지 않겠는가 목소리가 있었다. 물론 내가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웃음) 우리 청소년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위원장 직함을 맡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은 내년 1월 19일부터 2월 1일까지 14일간 강원도 강릉, 평창, 횡성, 정선에서 열린다. 세계 70여 개국 약 2600명의 청소년이 참여할 예정으로 이중 경기참여 선수는 약 1900명이다.

진 위원장은 "조금 생소해 하실 수 있는데 말 그대로 15~18세의 어린 선수가 펼치는 '청소년 올림픽'이라 보시면 될 것 같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관하는 대회로 (성인) 올림픽과 똑같이 청소년에게 올림픽 무대를 경험하게 해주자는 의미가 담긴 스포츠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진 위원장은 조직위 총괄 수장이기 전에 다섯 번의 올림픽을 경험한 '운동 선배'다. 이번 동계청소년올림픽에 출전하는 각국 '유소년 후배'에게 건네고픈 조언은 없는지 물었다.

"무엇보다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 아무래도 겨울에 열리는 대회다보니 감기 몸살을 조심해야 한다. 안 걸리는 게 최선이지만 혹 걸리더라도 어떻게 자기 몸을 챙기고 빨리 회복할 수 있는지 그런 부문을 철저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 2월 IOC 선수위원 도전을 공식화했다. "IOC 선수위원은 선수들의 마지막 꿈"이라 밝힌 그는 "경기력이 아닌 모든 대한민국 선수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도전을 결심했다"며 출사표를 적어 올렸다.

"2014년에 국제사격연맹(ISSF) 선수위원으로 활동한 게 (행정가로서 삶의) 시작이었다. 이후 대한체육회 이사 등을 역임하며 행정 경험을 쌓았다. 처음에 IOC 위원에 도전한다 했을 때 내가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다. 스포츠행정가로서 내가 좀더 한국 스포츠가 윤택해지고 더 나은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그리고 대중과 함께하는 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염원하는 마음이 커 도전을 결심했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 진종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도전을 공식화했다. "경기력이 아닌 모든 대한민국 선수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도전을 결심했다"며 출사표를 올렸다. ⓒ 진종오
▲ 진종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도전을 공식화했다. "경기력이 아닌 모든 대한민국 선수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도전을 결심했다"며 출사표를 올렸다. ⓒ 진종오

진 위원장은 현재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선수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현역 시절 도핑 관리에 대한 에피소드나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했다.

"메달리스트는 시간대별로 어디 있었는지 꼼꼼히 적어 제출해야 한다. 한 번은 독일에서 경기를 뛰는데 바뀐 시차 탓에 오후 훈련을 마치고 잠이 좀 일찍 들었다. 자고 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눈을 뜨니 한 190cm가량 되는 남자 분이 내 방에 들어와 날 딱 지켜보고 있더라. 그 분이 도핑 검사관이었다." 

"방에 어떻게 들어왔냐 물으니 전화해도 안 받길래 방문 앞에서 녹화 기기를 켜고 서 있었다 했다. 그러던 중 한국 대표팀 선배가 누구냐 물어봤고 (도핑 검사관이라 밝히니) 열어줬다는 거다. 당시 선배는 내가 혹시 잘못될까 문을 열어준 건데 그때 약간 섬뜩했다. 그날을 계기로 '도핑 검사라는 게 정말 철저히 지켜지는구나'를 확실히 느끼게 됐다."

도핑 검사를 수행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간에는 작든 크든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진 위원장은 "그때 날 놀라게 한 도핑 검사관과는 (해당 대회에서) 메달을 딴 뒤 또 만났다. 반갑다 인사하면서 대화를 나눴고 그 과정에서 (도핑 시스템에 관해)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검사관 노고도 십분 이해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사실 선수와 도핑방지기구는 마찰이 잦을 수밖에 없다. KADA 선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양측 사이 이해심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도핑 검사는 선수 여러분이 진실로 더 나은 스포츠활동을 할 수 있게 돕는다'는 점을 많이 홍보한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모든 선수가 더 슬기롭게 좋은 성적을 내고 즐겁게 운동할 수 있도록 '중간 지점'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격인 진종오' 하면 초인적인 집중력과 흔들림 없는 손이 떠오른다. 강철 멘털 표본이다. 그럼에도 진 위원장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는 유리 멘털"이라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이유가 궁금했다.

"사격의 특징을 하나 꼽으라면 극한의 긴장감이다. 중계화면에 비쳐지는 난 엄청 차갑고 강인한 이미지가 강한데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다. 속으로는 엄청 긴장을 많이 한다. 긴장감을 극복하려 각고의 노력을 한 것이지 멘털 자체가 강한 건 결코 아니다."

"멘털 관리 비결은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계속해서 생각하고 한발 먼저 사전에 준비한다. 준비가 안 돼 있으면 긴장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 항상 메모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사전에 모든 부문에서 (마음의) 준비를 마치면 그만큼 긴장을 덜한다는 걸 경험칙으로 알게 된 뒤 꾸준히 이 습관을 유지 중이다. 철저한 사전 준비가 긴장감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선수생활 의지는 가슴 깊숙한 곳에 묻었다. 이제 스포츠행정가라는 '두 번째 사대'에 초점을 맞춰 메모하고 땀을 흘린다.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오래 해왔다. 더는 못할 것 같다. 이제 스포츠행정가로서 꿈을 꾼다. 그간 준비를 착실히 해왔고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온 힘을 다하고 싶다. 조금 더 국제적인 무대에서 스포츠행정가로 왕성히 활동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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