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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리-고영표의 특별한 재능, ‘전설’ 선동열을 감히 소환했다… 역대급 성적 완성될까

작성일: 2023.08.25 07:45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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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좌완 선발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이의리 ⓒ연합뉴스
▲ 국내 좌완 선발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이의리 ⓒ연합뉴스
▲ 정교한 제구력 하나는 리그 최강 평가를 받고 있는 고영표 ⓒ연합뉴스
▲ 정교한 제구력 하나는 리그 최강 평가를 받고 있는 고영표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일단 스트라이크를 잘 던진다”

김종국 KIA 감독은 24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경기를 앞두고 이날 상대 선발 투수였던 고영표(32‧kt)의 장점을 ‘스트라이크’로 명쾌하게 정의했다. 김 감독은 “변화구든 직구든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니 항상 유리한 카운트로 끌고 간다. 타자들이 볼카운트가 몰리면 확률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노림수를 가지고 초구나 2구에서도 조금은 더 적극적인 승부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 KIA뿐만 아니라 모든 팀들이 고영표를 상대할 때 같은 전략을 가지고 나온다. 고영표는 리그 최강의 제구력을 갖춘 투수다. 패스트볼은 물론 체인지업과 커브도 원하는 곳에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다. 특히 체인지업은 던진다고 말해도 못 칠 정도의 위력이다. 모든 투수들이 마찬가지지만, 2S를 잡으면 높은 확률로 이기는 선수다. 그럴 바에는 그 전에 실투를 치거나 노림수를 가져가야 한다는 게 9개 구단의 공통된 전력 분석이다.

고영표는 이를 역이용한다. 타자들의 방망이를 유혹하는 제구 잘 된 공으로 빗맞은 타구나 헛스윙을 유도한다. 상대 팀의 전략이 성공할 때는 장타도 나오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1~3구 승부가 많다보니 투구 수를 아끼고 7~8이닝을 그냥 달리는 경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영표를 도박을 걸어야 하는 투수다. 그 자체가 대단한 존재다.

고영표는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음은 물론, 투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도 가지고 있다. '볼'도 예쁘게 잘 던진다. 허투루 버리는 공이 별로 없다. 헛스윙 유도 비율도 꽤 높은 편이다. 여기에 적극적인 성향도 있다. 그래서 투수들이 가장 피해야 할 볼넷이 별로 없다. 그런 피칭은 갈수록 경험과 자신감을 안고 더 정교해지고 있다. 올해 볼넷 비율은 가히 KBO리그 역대에 남을 수준이다.

고영표는 원래 볼넷이 별로 없는 투수다. 보통 9이닝당 볼넷 개수가 3개 이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 2개 이하면 뛰어난 수준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고영표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수치가 1.6개를 넘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수치는 계속 떨어진다. 지난해 9이닝당 볼넷 개수는 1.14개였고, 올해는 24일 현재 0.77개다. 고영표의 경기에서 볼넷을 구경한다면, 진기한 장면을 봤다고 해도 좋다. 적어도 올해는 그렇다.

앞으로 시즌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 수치를 유지할 경우 KBO리그에 하나의 이정표를 남긴다. KBO리그 역사상 9이닝당 볼넷 개수가 가장 적었던 선수는 2015년 우규민(당시 LG)으로 1.00개였다. 9이닝당 볼넷 개수가 0개 대를 기록한 선수는 역사상 단 하나도 없었다. 고영표가 이 대업에 도전하는 것이다.

▲ 고영표는 극강의 커맨드로 상대 타자들을 손쉽게 요리한다 ⓒ연합뉴스
▲ 고영표는 극강의 커맨드로 상대 타자들을 손쉽게 요리한다 ⓒ연합뉴스
▲ 빠른 구속과 공의 움직임으로 상대 타자를 압박하는 이의리 ⓒ연합뉴스
▲ 빠른 구속과 공의 움직임으로 상대 타자를 압박하는 이의리 ⓒ연합뉴스

덕분에 일반적으로 투수 성적의 선행지표로 여기는 탈삼진/볼넷 비율도 역대급이다. 탈삼진과 볼넷은 투수 고유의 영역이다. 인플레이타구 특유의 운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이 비율이 높으려면 탈삼진이 많거나, 혹은 볼넷이 적어야 한다. 고영표는 후자다. 올해 탈삼진/볼넷 수치는 무려 7.67. KBO리그 역사상 이 수치보다 좋은 성적을 냈던 선수는 1991년과 1993년 ‘전설’ 선동열 오직 한 명이다. 1991년 8.40, 1993년 8.20을 기록했다. 당시 선동열은 삼진도 잘 잡고, 볼넷도 잘 안 줬던 당대 무적의 투수였다. 

고영표의 반대에 있는 선수가 반대편 더그아웃에 앉아 있었던 KIA의 좌완 영건 이의리(21)다. 이의리는 고질적인 제구 불안에서 아직 탈출하지 못했다. 그래서 완성형 투수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모두가 이의리의 재능에 열광하는 건 강력한 구위를 갖췄기 때문이다. 올해 ‘트랙맨’ 기준 포심패스트볼 경기 평균 구속이 148㎞ 이상을 기록한 국내 좌완 선발 오직 이의리 하나 뿐이다.

단순히 공이 빠른 게 아니다. 차고 들어오는 힘도 ‘다른 레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50㎞를 던지면서 수직 무브먼트 50㎝ 이상을 가볍게 찍는 선수는 리그에서 몇 안 되고 좌완은 더더욱 없는데 이의리가 그런 선수다. 그래서 뻔히 패스트볼이 들어올 것을 알면서도 헛스윙이 나오기 일쑤다. “제구만 잡으면”이라는 바람은, 실현될 경우 KBO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투수의 탄생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이의리의 탈삼진 제조 능력도 굉장하다. 데뷔 시즌이었던 2021년 이의리의 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8.84개로 뛰어났다. 지난해는 9.41개로 더 오르더니, 올해는 100이닝을 소화한 현재 11.07개를 찍고 있다. 올해 100이닝 이상 투구 선수 중 리그 최고다. KBO리그 역사를 보더라도 국내 선수로는 1996년 구대성(11.85개), 1993년 선동열(11.68개)라는 전설들만이 이의리 위에 있다. 21세기 한정 최고 기록이다. 그 대단하다던 2022년 안우진(키움)도 10.29개였다.

물론 탈삼진 개수가 많다고 해서 그것이 좋은 투수로 직결되는 건 아니다. 이의리는 분명 4사구를 줄여야 하는 과제가 있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인플레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탈삼진이다.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이 선수의 그릇을 특별하게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고영표와 이의리가 서로 다른 재능을 바탕으로 역사적 기록을 완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9이닝당 탈삼진 개수 10개 이상에 도전하는 이의리 ⓒ연합뉴스
▲ 9이닝당 탈삼진 개수 10개 이상에 도전하는 이의리 ⓒ연합뉴스
▲ 역대급 9이닝당 볼넷 개수를 기록할 기세인 고영표 ⓒ연합뉴스
▲ 역대급 9이닝당 볼넷 개수를 기록할 기세인 고영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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