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보는 타자 vs 가장 볼넷 없는 투수 만나면 손에 땀이…고영표가 돌아본 권희동 21구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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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창원, 신원철 기자] 가장 공을 많이 보는 타자와, 가장 빨리 승부하는 투수가 만났다. 어느 누구도 쉽게 질 생각이 없는 듯 단 두 타석에서 21구 승부가 펼쳐졌다. 결과는 1승 1패였다.
kt 위즈는 2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0 승리를 거두고 벼랑 끝에서 버텼다. 2패 뒤 1승을 이끈 주역은 선발투수 고영표. 6이닝 동안 105구를 던지면서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가을 야구 9연승을 달리던 NC에 제동을 걸었다.
올해 174⅔이닝을 던지면서 볼넷이 19개 밖에 없었던 고영표다. 28경기 가운데 2개 이상의 볼넷이 나온 경우는 단 4번. 볼넷 없이 마친 경기가 14번이나 있다. 7월 2일 NC전부터 8월 1일 SSG전까지 5경기 연속 무볼넷을 기록하기도 했다.
타석당 투구 수는 1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가운데 최소 1위인 3.48개. 9이닝당 볼넷은 1개에 조금 못 미치는 0.98개다. 그만큼 제구에 자신이 있는 고영표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2회 권희동, 6회 박민우에게 볼넷을 줬다.
권희동과 승부가 특히 치열했다. 2회 무사 1루에서 권희동을 상대로 볼카운트 3-1까지 몰린 고영표. 그러나 쉽게 주자를 내보낼 생각은 없었다. 5구째를 스트라이크존에 넣어 풀카운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상대 권희동 역시 만만한 타자가 아니다. 고영표와 정확히 반대 성향을 가졌다. 올해 373타석에서 1641구를 던지게 한, 타석당 투구 수 4.40개로 이 부문 최다 1위에 오른 선수다(350타석 이상 기준). 이번 포스트시즌에는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타석당 4.54구를 끌어냈다. 3차전까지 포함하면 무려 4.90구다.
가장 많은 공을 끌어내는 타자답게 4연속 파울로 응수했다. 고영표는 결국 10구째에 볼을 던지면서 3차전 첫 볼넷을 허용했다.
다음 타석도 긴 승부였다. 단 과정은 2회와 반대였다. 이번에는 고영표가 권희동을 초반부터 압박하고 들어갔다. 초구 스트라이크 뒤 3연속 파울로 볼카운트 0-2가 이어졌다. 5구째가 볼이 됐고, 권희동은 6구와 7구를 걷어내며 계속 버텼다. 고영표의 8구와 9구는 볼 판정을 받았다. 다시 풀카운트.
2사 주자 없는 상황이었지만 2-0으로 점수 차가 크지 않았다. 여기서 볼넷을 또 내주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는 만큼 고영표는 다시 정면승부를 걸었다. 권희동이 10구째를 커트했다. 고영표는 11구째 직구로 중견수 뜬공을 유도하며 4회를 마무리했다.
4회까지 75구를 던졌는데 이 가운데 21구를 권희동과 두 차례 승부에 쏟아부었다. 고영표는 경기 후 권희동과 승부에 대해 "까다로웠다.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보였다. (타석이)풀카운트에서 길게 이어졌는데 볼넷은 절대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돌아봤다.
또 "(첫 타석은)마지막 공이 아쉽게 볼 판정 받아서 볼넷을 줬다. 다음 타석에서도 집중력이 좋더라. 또 볼넷을 주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상대를 칭찬했다.
시리즈 전적 2패로 탈락 위기에 몰려 있던 만큼 유독 신중한 투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고영표는 NC가 자랑하는 1~3번 타순 손아섭-박민우-박건우에게 올해만 37타수 21안타(타율 0.568)로 약했다.
고영표는 "어려운 타자들인 만큼 어렵게 상대했다. 또 팀이 어려운 상황이고, 여러모로 내가 신인처럼 쉽게 들어가다가는 맞는 상황을 의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가능한 약점을 공략하려다 보니 볼이 많았다. NC 타선이 뜨거운 상태기 때문에 어렵게 승부하려고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마지막이 될 수 있었는데 고영표가 힘들었을 텐데도 잘 던져줬다", "2패 뒤에 나가는 거라 힘들었을 거다. 고영표답게 좋은 투구를 해줘서 우리가 4차전을 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2패 뒤 1승을 올린 kt는 이제 시리즈 전적 2승 2패 타이를 바라본다. 이강철 감독은 4차전 선발로 윌리엄 쿠에바스를 예고하며 "쿠에바스가 1차전에서도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 몇 가지 체크를 했고 얘기했다. 좋은 투수니까, 송명기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기록상 우리가 우위를 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고영표의 호투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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