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개막전 1번 타자다” ML 1517승 명장, 보는 눈 틀리지 않았다…바람의 손자 타율 0.455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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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 “이정후는 개막전 1번 타자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밥 멜빈(63) 감독은 이정후(26) 영입 직후 개막전에 1번 타자 중견수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프링트레이닝도 시작하지 않은 시점이고, 시범경기도 치러보지 않은 메이저리그 신인에게 강한 신뢰를 들어낸 것이다. 멜빈 감독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는데, 어떤 경우에도 이정후는 1번 타자 중견수였다. 안 될 이유가 없다”며 이정후가 리드오프로 활약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고 시범경기에서도 이정후는 1번 타자로 출전 중이다. 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굿이어의 굿이어볼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경기에 이정후는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2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 1도루를 기록하며 리드오프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메이저리그 신인’ 이정후는 시범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첫 시범경기에 출전했던 지난달 28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는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고, 3월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는 3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을, 2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는 3타수 1안타를 올렸다. 클리블랜드전까지 포함해 4차례 시범경기에 출전한 이정후는 타율 0.455(11타수 5안타 1홈런) 출루율 0.500 장타율 0.818 OPS(출루율+장타율) 1.318을 기록했다.
4일 경기에서도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리드오프로 기용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중견수)-마르코 루치아노(지명타자)-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JD 데이비스(3루수)-루이스 마토스(우익수)-블레이크 사볼(좌익수)-조이 바트(포수)-닉 아메드(유격수)-도노반 월튼(2루수)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이정후는 1회부터 출루에 성공했다. 선두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클리블랜드 선발 태너 비비를 상대했다. 비비는 지난해 정규시즌 25경기에 등판해 142이닝을 소화했고 10승 4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한 신성이다. 이정후는 비비의 공을 침착하게 골라냈다.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들어오는 공을 지켜보며 볼넷으로 출루했다.
누상에 나간 이정후는 후속타자의 홈런으로 홈을 밟았다. 이정후의 뒤를 이어 타석에 선 마르코 루시아노는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가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아치를 그렸다. 웨이드 주니어는 비비의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으로 들어오는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이정후도 여유 있게 베이스를 돌며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2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내야 땅볼로 잡혔다. 이정후는 닉 아메드, 도노반 월튼의 안타로 만들어진 2사 1,3루 득점 찬스를 맞았다. 이정후는 바뀐 투수 헌터 스탠리의 초구를 공략했지만, 타구는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1루수 조쉬 네일러에게 잡혀 아웃됐다.
그렇지만 이정후는 4회 다시 안타를 뽑아냈다. 그리고 타점까지 올렸다. 블레이크 사볼의 볼넷, 닉 아메드의 야수선택 출루로 만들어진 2사 1,2루 때 이정후는 헌터 가디스로부터 강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공은 내야를 빠져나가 우전 안타로 이어졌고, 3루에 있던 사볼이 홈을 밟았다. 이정후의 시범경기 두 번째 타점이 만들어진 순간이다.
출루에 성공한 이정후는 도루 능력도 뽐냈다.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이정후는 후속타자 마르코 루시아노의 타석 때 2루를 훔쳤다. 득점권 찬스를 샌프란시스코에 안겨준 이정후다. 하지만 루시아노가 삼진을 당하면서 이정후는 득점하지 못했다. 이정후는 5회 수비까지 소화한 뒤 타일러 피츠제럴드와 교체돼 이날 경기 출전을 마쳤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부터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는 이정후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으로는 올 시즌 활약을 기대할만 하다. 사실 이정후에게도 1번 타순이 어색하지 않다.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시절에도 많이 해봤던 일이다.
통산 7시즌 동안 3947타석을 소화했던 이정후는 3번 타자(2017타석)로 가장 많이 기용됐다. 타석에 섰다. 그 다음이 1번 타자(1468타석)다. 1번 타자 성적은 타율 0.328 출루율 0.391이다. 멜빈 감독도 “이정후는 예전에도 1번 타자를 해봤다. 이정후가 가장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자리다”며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이정후가 1번 타자로 활약할 것이라 기대했다.
이정후는 멜빈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멜빈 감독의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음이 입증되고 있다. 멜빈 감독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이다. 2003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감독 커리어를 시작한 멜빈 감독은 이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을 지도했다. 2007년 시애틀, 2012년과 2018년에는 오클랜드에서 올해의 감독상까지 수상했다. 지난 20년 동안 통산 1517승(1425패)을 거뒀다.
첫 시범경기 출전부터 안타를 뽑아내며 존재감을 드러낸 이정후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첫 시범경기 출전을 앞두고 “정말 기대가 된다”고 말했고, 이정후가 안타를 뽑아내자 현지 취재진은 “샌프란시스코 새 리드오프 이정후가 시범경기 첫 출전에 나선다. 가벼운 옆구리 통증 때문에 데뷔가 조금 늦어졌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소속으로 첫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냈다. 이게 이정후의 야구다. 이정후는 커리어 내내 공을 방망이에 맞히는 능력을 보여줬다. KBO리그 통산 타율이 0.340이다 .또 삼진보다 볼넷이 더 많은 선수다”며 이정후를 극찬했다.
멜빈 감독도 “이정후가 옆구리 부상으로 출전이 조금 늦어졌다. 이정후가 뛰는 모습을 보기 위해 한참을 기다렸다. 그라운드에 나가서 첫 타석에 안타를 치고 득점도 해서 너무 좋게 봤다”며 흡족해 했다.
사령탑은 이정후의 빠른 주력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는 어떤 대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선수인지 여러분은 모를 것이다. 이정후가 그라운드에서 할 수 있는 능력을 다 보여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 이정후는 베이스에서 조금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길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분명 스피드를 갖춘 선수다. 지난해 발목 부상을 입었기 때문에 키움에서는 더 조심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지켜본 바로는 이정후는 발이 빠른 선수다. 베이스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더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사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이정후의 능력을 의심하기도 했다. 이정후의 높은 몸값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약 1502억원)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에게 샌프란시스코가 거액을 배팅한 것이다.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은 메이저리그 구단 전현직 임직원, 코칭스태프, 스카우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매체는 이번 오프시즌 최악의 계약 4선에 이정후를 꼽았다. 하지만 이정후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이런 악평에도 “별 생각이 안 든다. 좋은 기사가 나온다고 해서 기분이 좋거나, 나쁜 기사가 나온다고 해서 속상하지 않는다. 어차피 내가 잘하면 되는 거다. 그 돈을 내가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어쩌겠나. 그 사람들도 그 사람의 일을 하는거다. 앞으로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며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지의 따가운 시선에 이정후는 경기력으로 대응했다. 두 번째 시범경기 출전에 홈런까지 터뜨렸다. 이정후는 1일 애리조나전에서 3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이정후의 홈런은 3회 나왔다. 라이언 넬슨을 상대로 우중간을 넘어가는 아치를 그렸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홈런 비거리는 418피트, 발사각은 18도, 타구속도는 109.7마일이 기록됐다. 빠른 주력도 자랑했다. 홈런을 확신할 수 없었던 이정후는 1루까지 전력으로 내달렸다.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MLB.com은 “이정후는 인상적인 홈런을 생산했다. 홈런을 쳤을 때 담장을 넘어가는지 확신하지 못했고, 이정후는 홈플레이트부터 1루까지 4.1초만에 내달리는 허슬을 보여줬다. 홈런을 치고 뛰었다고 하기에는 일상적이지 않은 스피드였다”며 이정후의 빠른 발을 주목했다.
경기를 마치고 1루로 전력 질주한 이유에 대해 이정후는 “하드히트가 됐다는 건 알았다. 그런데 공이 낮게 날아갔다. 높이 뜨지 않았다. 공중에서 속도가 붙으면서 담장을 넘어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2루타 혹은 3루타가 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빨리 달렸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히어로즈 시절 절친이자 메이저리그 선배이기도 한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이정후에게 “살면서 처음 보는 공을 접하게 될 것이다. 와서 직접 느껴봐야 한다.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며 빅리그 투수들의 강력한 공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김하성도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였던 2021년에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하지만 점차 공에 익숙해졌고, 김하성도 장점인 타격 능력을 메이저리그에서도 발휘하게 됐다.
이정후는 “구속은 구속일 뿐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키가 정말 크더라. 릴리스 포인트가 높다. 그래서 공이 더 빠른 느낌이 든다. 타석에서 보면 더 그렇다. 공의 무브먼트도 다르다. 공이 정말 다르게 홈플레이트로 날아온다. 이번 겨울에는 그런 공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노력의 결실을 조금씩 보고 있는 것 같아 매우 기쁘다. 계속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빨리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멜빈 감독도 흡족하다. 그는 “이정후는 정말 좋은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패스트볼과 변화구까지 모두 잘 공략하는 것 같다”며 입이 마르도록 이정후를 칭찬했다.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던 3일 이정후는 코리안 메이저리거들과 회동을 가졌다. 이날 경기 상대는 김하성과 매제 고우석(26)이 속한 샌디에이고였다. 한국인 선수 세 명이 모이는 경기라 많은 관심이 집중됐지만, 이정후와 김하성, 고우석 모두 휴식을 취했다. 대신 이들은 경기장이 아닌 곳에서 만났다. 김하성의 집에서 바비큐 파티를 가졌다. 이정후는 자신의 SNS에 “하성이 형 집에서 바비큐~”라는 문구와 함께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김하성은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고우석은 이정후와 함께 식탁에 앉아 김하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도 빠르게 녹아들고 있는 이정후다. 낙천적인 성격과 친화력이 한몫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매체 ‘NBC 스포츠베이에어리아’는 “이정후는 외야수 야스트렘스키를 포함해 이미 많은 샌프란시스코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야스트렘스키는 올 시즌 우익수로 뛴다. 중견수인 이정후 바로 옆에서 함께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야스트렘스키는 이정후에게 한국어를 조금 배우기로 했다”며 이정후가 동료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고 했다.
야스트렘스키는 “이정후는 정말 환상적이다. 나는 이정후의 팬이 됐다. 매일 한국어 한 단어씩 배우고 쓰려고 노력 중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침착해’ 혹은 ‘편하게’와 같은 단어를 어떻게 하는지 물어봤다. 이정후가 담장으로 돌진할 때 쓰기 위해서였다. 이정후는 내게 ‘Shwibta(쉽다)’라고 알려줬다. 쉽다가 ‘easy'라고 하더라”며 이정후와 친분을 과시했다.
야스트렘스키를 비롯한 샌프란시스코 선수들은 이정후가 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자처했다. 야스트렘스키는 “파르한 자이디 사장과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하더라. 두 사람은 이정후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이정후는 이미 클럽하우스에서 편안하다고 느끼고 있다. 우리도 그라운드에서 뛸 때 환영한는 느낌이 들도록 노력했다. 이정후는 다른 선수들처럼 우리팀 일원이다”고 말했다.
이정후도 적극적으로 선수들과 어울리고 있다. 야스트렘스키는 “이정후는 활기차고 재밌다. 또 동료들 곁에 있고 싶어한다.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그는 동료들을 알고 싶어하고 그가 할 수 있는 한 동료들과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려 한다. 이정후의 그런 열정을 경험하는 건 정말 훌륭한 일이다”며 이정후의 친화력에 박수를 보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이정후다. 미국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스’는 야구 예측 시스템인 ‘ZiPS’를 활용해 이정후가 올 시즌 타율 0.288을 기록할 것이라 전망했는데, 이정후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성공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타율 0.288은 지난 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봤을 때 메이저리그 전체 14위에 해당하는 높은 타율이다.
팻 버렐 타격코치도 이정후가 활약할 것이라 확신했다. 버렐 코치는 “나도 이정후에 대해 걱정하긴 했다. 하지만 첫날 배팅 게이지에서 이정후의 움직임을 보고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정후가 적응을 해야 하긴 하지만, 콘택트 위주의 타격을 하는 선수라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낼 것이라 생각한다. 빠른 공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가 있긴 한데 이정후는 공을 잘 쫓는 선수다. 단지 빠른공을 경험해보지 못했을 뿐이고, 해보기 전까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정후는 정말 좋은 선수다. 그에게는 그저 다음 단계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이정후는 또 장타를 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며 이정후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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