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LB.com 미네소타 트윈스 비트라이터 박도형 기자. MLB.com은 서울 시리즈에 LA 다저스 비트라이터인 후안 토리비오, 그리고 박도형 기자를 파견했다. 샌디에이고 비트라이터 AJ 카사벨 기자는 미국에 남았다. '한국인을 한국 개막전에' 보내기 위해서다. ⓒ 신원철 기자
▲ MLB.com 미네소타 트윈스 비트라이터 박도형 기자. MLB.com은 서울 시리즈에 LA 다저스 비트라이터인 후안 토리비오, 그리고 박도형 기자를 파견했다. 샌디에이고 비트라이터 AJ 카사벨 기자는 미국에 남았다. '한국인을 한국 개막전에' 보내기 위해서다. ⓒ 신원철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신원철 기자] MLB.com은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경기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에 2명의 구단 담당 기자(비트 라이터)를 파견했다. LA 다저스 담당 후안 토리비오 기자의 방한은 당연하게 느껴지는데, 또 한명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담당인 AJ 카사벨 기자가 아닌 '한국인' 미네소타 트윈스 담당 박도형 기자였다. 이유가 짐작은 가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21일 박도형 기자에게 직접 물었다. 

미네소타 파이어니어 프레스에 따르면 박도형 기자는 2016년 박병호(kt 위즈)의 메이저리그 진출 때부터 인턴으로 MLB.com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제 곧 10년이 된다. 30명의 담당기자가 일하는 MLB.com에서 그는 유일하게 한국 이름을 쓰는 사람이다. 박도형 기자는 "미국에는 4살 때 넘어갔다. 부모님이 한국에 계셔서 1년에 한 번은 들어오려고 한다"고 얘기를 시작했다. 

이어서 영어로 "미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한국 야구에 가까운 느낌이 없었다. 자라면서 한국의,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 문화에 관심을 가질 기회가 없었다. 이번 시리즈를 위해 한국에 올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그 자체만으로도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이런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이고, 또 한국 팬들이 야구라는 스포츠에 얼마나 열정적인지 직접 겪어볼 수 있다는 것 역시 뜻깊었다. KBO리그 경기는 (메이저리그와) 정말 달랐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활기찼다"고 밝혔다. 

또 "어제(20일)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린다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경기 전에 애국가가 울리는데 앞에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선수들이 베이스라인에 도열해 있고, 태극기와 성조기가 일렁이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눈물이 났다. 일주일 내내 여기 있었지만 어제야 처음으로 '와, 이게 지금 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구나'라는 실감이 났다"고 돌아봤다. 

▲ 박도형 기자가 서울 시리즈 기간 중 쓴 기사들. 바이라인에 미국식 이름이 아닌 한국 이름을 고집한다.
▲ 박도형 기자가 서울 시리즈 기간 중 쓴 기사들. 바이라인에 미국식 이름이 아닌 한국 이름을 고집한다.
▲ 박도형 기자가 서울 시리즈 기간 중 쓴 기사들. 바이라인에 미국식 이름이 아닌 한국 이름을 고집한다.
▲ 박도형 기자가 서울 시리즈 기간 중 쓴 기사들. 바이라인에 미국식 이름이 아닌 한국 이름을 고집한다.

샌디에이고 담당이 아닌 자신이 한국에 오게 된 이유에 대해 박도형 기자는 "내가 회사에 직접 문의하지는 않았는데 에디터가 의견을 물어왔다. 그 얘기를 듣고 너무 너무 기뻤다. (한국인인)나를 생각해서 먼저 물어봐 줘서 고마웠다. 물론 가고 싶다는 생각도 당연히 있었다. 혹시나 가게 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회사에 일부러 문의하지는 않았었다"며 활짝 웃었다. 

한국인으로 미국의 스포츠인 야구를 다루는, 30명 뿐인 MLB.com 비트라이터로 일한다는 점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했다. 박도형 기자는 "나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다. 한국에 사는 내 친구들, 부모님, 지인들로부터 내 직업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책임감을 갖고 있다. 매일 의식하면서 지내지는 않지만 많은 한국의 독자들이 이 문제(MLB.com에서 일하는 한국인 기자가 있다는 사실)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들었다. 나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기사의 맨 위에 내 이름(Do-Hyoung Park)이 올라간다. 한국 사람들이 MLB.com에 들어가서 한국인의 이름과 한국인의 얼굴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며 일한다. 미국에서 일하면서 늘 왜 영어 이름을 쓰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한국인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일을)굳이 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 박도형 기자 개인 홈페이지 첫 화면.
▲ 박도형 기자 개인 홈페이지 첫 화면. "통적인 스포츠 저널리스트의 길을 밟지 않았다"며 자신이 공학도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도형 기자는 '출신'이 독특하다. 스탠포드대학에서 저널리즘이 아닌 화학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그래서 그의 포트폴리오에는 "나는 스포츠 기자가 되는 전통적인 배경을 갖고 있지 않다", "잠재적인 수입이 줄어들 수 있지만, 대학교 1학년 때 내가 스포츠에 큰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MLB.com에서 풀타임 스포츠기자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그는 "내 이야기(공학을 전공하고 MLB.com 기자로 취업한 과정)이 또 다른 한국사람들을 통해 반복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행운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겪었던 여러가지 독특한 상황의 집합이라고 본다. MLB.com에서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오직 30명 밖에 없다"며 "단지 그래서 책임감을 느끼는 것만은 아니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한국을 대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MLB.com 비트라이터로 당당히 고척돔을 누비고 있지만 사실 박도형 기자는 아직도 이 상황이 비현실적이라며 놀라워했다. 그는 "내가 여기서 일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사실 오기 전에는 스트레스가 많았다. 한국에서 열리는 이런 경기에서 일해 본 적도 없고, 의미는 있겠지만 한국말로 인터뷰하거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모르는 것들이 많아서 부담스러운 점들이 있었는데 실제로 해보니까(좋았다). 어제 경기 시작할 때는 이게 정말인가 싶었다"고 얘기했다. 

박도형 기자는 그 여운을 느낄 틈도 없이 22일 오전 바로 미국으로 출국한다. 담당 팀인 미네소타의 스프링캠프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박도형 기자는 "미네소타는 아직 스프링트레이닝이 일주일 남았다. 또 플로리다 들어가서 바로 경기를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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