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더블A행’ 고우석, 3년 그림 그릴 절호의 기회다… 前 롯데 강타자와 같은 꿈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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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KBO리그 최고 마무리 고우석(26‧샌디에이고)의 길은 제법 가시밭길이다. 사실 계약 당시부터 그랬다.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 최고의 클로저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고우석은 하필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에 나서기 직전 시즌인 지난해 부진했다. 팀의 마무리로 많은 기회를 받기는 했으나 확실히 성적이 예전에 비해 별로였다.
그래서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1년 더 뒤로 미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고우석은 직진을 선언했다. 소속팀 LG의 난감한 기색 속에 포스팅을 시작했다. LG도 조건부 승인을 내걸었다. 그런 고우석은 한동안 메이저리그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아 팬들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많은 구단들이 고우석의 기량을 오랜 기간 보기는 했지만, 하필 지난해 부진했던 게 발목을 잡았다.
마지막 순간 샌디에이고가 등장했다. 고우석은 포스팅 마감을 코앞에 두고 샌디에이고와 2년 보장 450만 달러, 3년 최대 940만 달러에 계약하며 극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1년의 구단 옵션, 그리고 경기 수와 경기 마무리에 걸린 인센티브 등을 모두 다 따내야 940만 달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일단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는 자체로 안도할 만했다. 극적인 버저비터였다.
그러나 이후로도 길은 험난했다. 비자 발급부터가 늦었다. 고우석 측이 생각했던 것보다 비자 발급이 늦어지면서 자연히 미국으로 가는 시점이 늦어졌다. 당초 고우석 측은 되도록 빨리 미국에 들어가 현지에 적응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자가 안 나오는데 답이 없었다. 역시 비자발급이 늦어졌다는 이정후가 2월 1일 출국한 것에 비해, 고우석은 2월 9일에야 한국을 떠날 수 있었다.
불운도 있었다. 샌디에이고는 다른 팀보다 스프링트레이닝을 일찍 시작했다. 3월 20일과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팀보다 닷새 빨리 스프링트레이닝의 문을 열었고, 자연히 고우석은 준비를 할 시간이 부족했다. 장거리 비행의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공을 던져야 했고, 구단은 시범경기 첫 등판 일정까지 미루며 고우석을 배려했으나 좀처럼 구위가 올라오지 않았다.
가뜩이나 적응할 것이 많은 고우석은 시범경기에서 부진했다. 시범경기 6경기에 등판했으나 5이닝을 던지며 무려 11개의 안타와 3개의 볼넷을 내준 끝에 평균자책점 12.60으로 부진했다. 피안타율이 0.393에 이르렀고,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도 2.80에 불과했다. 샌디에이고는 그런 고우석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서울시리즈에 참가할 31인 스쿼드에 넣으며 고우석의 마지막 반등을 기다렸다. 하지만 LG와 연습 경기에서도 1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고, 결국 그 다음 날 개막 26인 로스터 제외 통보를 받았다.
고우석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구단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고우석은 “감독님이 잘 준비해라 이런 이야기를 했다. 예상을 못하고 도전한 것도 아니고, 아쉽기는 하지만 다시 잘 준비해서 올라와서 잘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도 고우석이 팀에 도움이 될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컨디션만 정상이라면 언제든지 메이저리그 팀에 올라올 수 있는 자원이라는 것이다.
그런 고우석은 3일 구단 산하 더블A팀인 샌안토니오로 배당됐다. 고우석이 서울시리즈 당시 26인 로스터에서 제외될 때는 트리플A팀인 엘 파소로 내려갔는데, 이날 다시 조정이 이뤄진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기는 하다. 서울시리즈 당시부터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트리플A도 아닌, 더블A로 간다고 해서 기분 나쁠 일도 아니다. 다 고우석에 대한 배려와 전략이다.
어차피 지금 고우석에게 필요한 건 마이너리그 성적이 아니다. 마이너리그에서 쓰려고 데려온 투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구위를 정상적으로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다. 그렇다면 트리플A보다 더블A가 더 편한 무대가 될 수 있다. 이곳에서 더블A 팀의 관리를 받으며천천히 구위를 올리고, 다 준비가 되면 그때 메이저리그 구단의 콜업 시점을 기다릴 전망이다.
더블A에도 좋은 유망주들이 많아 만만한 무대는 아니다. 그래도 트리플A보다는 경험이 적은 타자들이 많고, 고우석이 스파링을 치르기는 최적의 무대로 볼 수 있다. 또한 시즌 개막도 더블A가 트리플A보다 늦은 점도 하나의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트리플A 시즌은 이미 개막했지만 더블A는 주말 개막이다. 고우석이 경기의 부담감보다는 계속된 불펜 피칭과 조정으로 자신의 컨디션을 관리하기 더 적합한 무대다.
샌디에이고의 불펜 사정도 넉넉한 편이 아니다. 고우석이 메이저리그 무대를 갈구하듯, 샌디에이고도 고우석의 빠른 정상화가 절실한 건 마찬가지다. 3일 현재 샌디에이고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6.00으로 30개 구단 중 26위에 그치고 있다. 불펜도 마찬가지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6.88로 메이저리그 26위다. 전체적으로 다 흔들리고 있다. 샌디에이고가 기대했던 고우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쓰이 유키 정도가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25로 선방하고 있을 뿐, 나머지 불펜 투수들의 성적이 시즌 초반부터 망가지고 있다. 톰 코스그로브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8.90, 조니 브리토는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50, 스티브 콜렉은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71로 불안하다. 마쓰이, 로베르트 수아레스, 완디 페랄타로 이어지는 필승조 라인도 사실 아주 견고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원군이 필요하다. 고우석이 정상적인 컨디션만 만든다면 충분히 뚫어낼 수 있는 수준의 로스터다. 그렇지 않았다면 샌디에이고가 고우석과 계약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한편 이날 샌안토니오에는 KBO리그 팬들에게 익숙한 또 하나의 이름이 같이 배당됐다. 2022년 시즌 대체 외국인 선수로 롯데에 합류해 지난해 중반까지 뛴 잭 렉스(31)다. 렉스는 이날 고우석과 더불어 더블A 팀으로 내려갔다. 렉스는 2021년 LA 다저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6경기에 나갔고, 2022년에는 텍사스 소속으로 16경기에 뛰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22경기에서 타율 0.205를 기록했다.
렉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고, 예상 외로 트리플A가 아닌 더블A 팀으로 배당돼 시즌을 시작한다. 렉스가 전체적인 경력에서 더블A로 갈 만한 레벨은 아니라고 볼 때 역시 고우석과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두 선수가 어떤 반전을 만들어내며 메이저리그 무대에 올라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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