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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길 수 있다’ 마음가짐… 경기장 지배한 그 직구, SSG 이런 흥분 오래간만이네

작성일: 2024.04.04 11:5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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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적인 구위와 자신감으로 SSG 불펜의 활력소가 되고 있는 조병현 ⓒSSG랜더스
▲ 인상적인 구위와 자신감으로 SSG 불펜의 활력소가 되고 있는 조병현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는 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경기에서 중반 투수 교체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0-3으로 뒤지던 경기는 선발 오원석이 추가 실점을 막고 5회 3점을 쫓아가며 원점으로 돌아온 상황이었다. 3-3으로 맞선 6회, SSG는 불펜 가동을 고민하다 조병현(22) 카드를 선택했다.

노경은 고효준 문승원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는 있었다. 경기가 이렇게 흘러간다면 7~9회를 나눠 들게 하면 됐다. 문제는 1이닝, 6회였다. 게다가 상대 타선은 힘 있는 선수들로 이어지고 있었다. 두산이 자랑하는 거포들인 김재환과 양석환, 그리고 현재 KBO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감이 가장 좋은 선수인 강승호가 줄줄이 대기 타석에 들어설 예정이었다. 당장 김재환과 강승호는 이전 타석에서 홈런을 친 선수들이었다.

순번을 바꿔 경험이 많은 노경은이나 고효준을 먼저 내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이숭용 SSG 감독은 잠시 고민하다 최근 불펜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조병현을 밀어붙였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라는 점에서 불안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구위를 믿었다. 지난 주 제법 많은 공을 던져 2일 경기에는 아예 불펜에 대기조차 안 시키고 쉬게 한 것은 이런 상황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병현이를 6회 초 상대 중심타선에 붙여서 이겨내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힘으로 붙어볼 만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조병현은 이 감독과 SSG 벤치의 믿음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김재환을 3루수 뜬공으로, 양석환을 중견수 뜬공으로, 그리고 강승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냈다. 승리나 홀드와 같은 기록은 없었지만 그보다 더 큰 ‘자신감’이라는 기록을 자신의 시즌 성적표에 새겨 넣었다. 단순히 성적만 좋았던 게 아니었다. 내용 자체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랜더스필드는 KBO리그에서 장타가 가장 잘 나오는 경기장 중 하나다. 그런 상황에서 힘 있는 타자들과 상대하는 투수들은 자연히 장타를 피하기 위해 어렵게 승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대 타자의 명성에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어린 선수들은 더 그렇다. 그러나 조병현은 그렇지 않았다. 이 힘 있는 선수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힘으로 붙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날 최고 시속 149㎞의 빠른 공을 앞세워 오히려 윽박지르는 피칭을 했다. 이 기백에 오히려 두산 거포들의 방망이가 밀렸다.

김재환을 상대로는 2B-1S 카운트에서 패스트볼을 연거푸 두 개 던져 파울을 유도하더니 6구째 포크볼로 뜬공 처리했다. 존에 떨어진 포크볼이었는데 이미 빠른 공을 계속 본 김재환의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 이어 양석환과도 1B에서 3구 연속 패스트볼 승부로 중견수 뜬공을 유도해냈다. 이번에도 조병현의 힘이 더 좋았고, 방망이 끝에 맞으며 무난하게 아웃카운트 하나를 추가할 수 있었다.

강승호와 승부는 1B 이후 5구 연속 패스트볼이었다. 던지면 던질수록 힘이 계속 붙었다. 결국 6구째 147㎞짜리 높은 쪽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스피드가 붙은 데다 워낙 수직무브먼트가 좋은 선수라 마치 공이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구위가 좋았다. 그렇게 조병현이 1이닝을 막으며 첫 스타트를 끊은 SSG 불펜은 이후 남은 3이닝을 베테랑 선수들이 깔끔하게 정리하며 5-3 승리의 주춧돌을 놨다.

▲ 조병현은 3일 인천 두산전에서 인상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SSG랜더스
▲ 조병현은 3일 인천 두산전에서 인상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SSG랜더스

조병현은 경기 후 “상대 타자들의 힘이 좋고 뛰어난 타자들이지만 내가 가진 공과 패스트볼로 상대했을 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매구 전력으로 피칭을 이어 갔다”면서 “이지영 선배님이 계속 직구 사인을 냈고 나도 직구만 생각하고 있었다. 직구가 제일 좋다고 생각해서 직구만 계속 던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두려움을 지운 강력한 마인드컨트롤은 패스트볼 구위를 더 강력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베테랑 포수인 이지영이 봐도 지금 이 패스트볼이라면 충분히 타자와 승부가 될 것이라 판단했을 정도의 위력이었던 셈이다. 어린 선수가 느끼는 그 뿌듯한 감정이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다른 선배들도 계속 칭찬하며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조병현은 “고효준 선배님도 말씀을 해주셨는데 지금 볼과 구위가 괜찮으니 시즌 초반에는 그냥 코스 보지 말고 글러브 주위에 직구만 강하게 던져도 된다고 하시더라. 선배님 말을 믿고 그렇게 던지고 있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2021년 팀의 2차 3라운드(전체 28순위) 지명을 받은 조병현은 신인 시절부터 잠재력이 큰 선수로 일찌감치 1군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모았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고, 지난해 남부리그 구원왕에 오르면서 올해 활약을 궁금케 했다. 플로리다 캠프부터 코칭스태프의 호평이 쏟아졌다. 힘 있는 패스트볼에 원래부터 좋았던 커브의 조합이 지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패스트볼·커브 레퍼토리의 중간에 들어갈 만한 포크볼을 장착해 더 업그레이드됐다. 송신영 수석코치가 이 포크볼을 전수하며 캠프 내내 공을 들였다.

시범경기 초반에는 페이스가 살짝 떨어지기는 했지만 코칭스태프는 캠프 당시 본 조병현의 ‘그림’을 잊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포기할 수 없었다. 그만큼 좋은 그림이었다. 결국 개막 이후 점차 중요도를 높여가며 불펜의 한 축으로 거듭났다. 3월 29일 대구 삼성전이 전환점이었다. 당시 SSG는 6-4로 앞선 8회 조병현을 과감하게 투입했는데, 조병현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첫 홀드를 챙기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SSG 불펜에 주목할 만한 신예가 등장했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한 판이었다.

이숭용 감독도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평생 잊지 못할 것이 그 조병현 교체일 것 같다. 투수 교체가 참 힘들구나 다시 느끼고 있는데 그때 송신영 수석이 추천하지 않았다면 굉장히 꼬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 생활을 하면서 제일 많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조병현도 “오늘(3일) 포함해서 5경기에 나갔다. 위기 상황도 있고 그래도 조금 편안한상황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삼성전(3월 29일) 이후 여유가 조금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SSG 불펜은 세대교체가 쉽지 않은 흐름이었다. 무엇보다 베테랑들의 구위 이상을 보여주는 젊은 선수가 부족했다. 남들은 다 150㎞ 이상을 펑펑 던지며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파이어볼러들이 나오는데, SSG는 유독 그런 유형의 선수가 부족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런 SSG가 조병현이라는 답을 내놨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패스트볼로만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선수가 나온 건 구단 역사에서도 꽤 오래간만의 일이다. 경기장의 흥분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 모처럼 SSG 불펜에 등장한 신예 구위파 조병현 ⓒSSG랜더스
▲ 모처럼 SSG 불펜에 등장한 신예 구위파 조병현 ⓒ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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