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찢남' 오타니도 사람이었다니 “초조한 마음도 있었는데”… 첫 홈런으로 부담 털었다, 대폭발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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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맞는 순간 모두가 홈런임은 직감할 수 있었다. 그 다음 관심은 이 선수가 홈런을 친 뒤 어떤 표정을 짓느냐는 것이었다. ‘7억 달러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내는 시원한 홈런포를 터뜨렸다. 오프시즌 동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모으며 부담감을 가지는 일이 많았던 오타니가 첫 홈런을 계기로 자신의 진짜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오타니는 4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경기에 선발 2번 지명타자로 출전, 4-3으로 앞선 7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시원한 홈런을 쳐내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샌프란시스코가 마지막까지 추격했음을 고려하면 오타니의 이 홈런은 팀의 승리를 지킨 ‘세이브 홈런’이었다. 아울러 오타니의 시즌 첫 홈런, 즉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뒤 첫 홈런이 더 늦지 않게 터지며 그간의 마음고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타니는 이날 4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삼진을 기록하며 타율을 0.270으로, OPS(출루율+장타율)는 0.749로 끌어올렸다. 아직 오타니의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지만 그래도 서서히 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과정에 만족할 수 있는 하루였다.
다저스는 이날 경기 전까지 개막 이후 모두 5득점 이상을 기록하며 타선이 힘을 내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런 팀은 리그에서 유일했다. 이날도 무키 베츠(2루수)-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프레디 프리먼(1루수)-윌 스미스(포수)-테오스카 에르난데스(우익수)-맥스 먼시(3루수)-키케 에르난데스(중견수)-크리스 테일러(좌익수)-미겔 로하스(유격수) 순으로 타순을 짜 상대 영건 좌완 카일 해리슨을 상대했다. 오타니를 제외하면 베츠, 프리먼, 스미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까지 타격감이 다 좋던 상황이었다.
반면 오타니는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242, 출루율 0.297, 장타율 0.333에 머물던 상황이었다. 물론 언젠가는 살아날 선수라고 생각했지만 지명타자 포지션을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족할 수 없는 성적임은 분명했다. 게다가 모두가 기대했던 홈런이 하나도 없었다. 개막 이후 37타석에서 홈런이 하나도 없었다.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개막 이후 이렇게 긴 홈런 가뭄에 빠진 적이 없었다. 다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3일 샌프란시스코와 경기가 끝난 뒤 “오타니의 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타이밍의 문제일 뿐”이라며 오타니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고 4일에도 선발 출전했다.
좌완으로 위력적인 구위를 가진 해리슨을 상대로 오타니는 1회 첫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에 그쳤다. 체인지업에 당했다. 리드오프로 나선 무키 베츠가 안타를 때렸는데 오타니가 이를 불러들이지 못하며 다시 다저스의 공격이 막혔다. 다만 1-1로 맞선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내야안타를 때리며 기분을 전환했다. 사실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다. 1·2루간으로 구르는 타구였다. 하지만 투수 해리슨의 1루 베이스 커버보다 오타니의 발이 훨씬 더 빨랐다.
홈런은 아니었지만 발로 1점을 책임졌다. 오타니는 1사 후 윌 스미스의 좌익수 방면 2루타 때 홈까지 파고들었다. 1사 후라 타구 판단이 필요했고 중계 플레이도 비교적 잘 이뤄져 박빙 승부였는데 오타니의 발이 조금 더 빨랐다. 오타니의 스피드니 3루 코치도 돌릴 수 있었던 타이밍이었다.
오타니는 4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좌익수 방면으로 비교적 잘 맞은 타구를 날렸으나 아쉽게도 정면으로 흘렀다. 샌프란시스코도 6회 2점을 만회하면서 경기는 4-3, 1점차로 팽팽하게 흘렀다. 여기서 7회 오타니의 타석에서 팬들과 선수 자신이 그토록 기다리던 홈런이 터졌다. 오타니는 상대 좌완 불펜으로 좌타자에 굉장히 강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타일러 로저스와 상대했다. 분명 샌프란시스코가 이 상황에서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타니는 차분하게 공을 고르며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3B-1S에서 5구째 싱커가 바깥쪽 높은 코스에 들어오자 이를 긴 팔을 이용해 잡아 당겼다. 제대로 맞은 타구는 105.6마일의 타구 속도, 24도의 발사각을 그리며 430피트를 날아가 우중간 관중석에 박혔다. 맞는 순간 홈런이었다. 로저스로서는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공을 던졌다고 생각했는데 오타니가 이를 정확한 타이밍으로 앞에서 잡아 당겼다. 아무나 칠 수 없는 홈런으로 오타니의 클래스를 엿볼 수 있었다.
이 홈런이 나오자 오타니는 묵묵하게 베이스를 돌았지만, 홈에 들어와서는 피어오르는 미소를 참을 수 없었다. 그간 오타니의 마음 고생을 아는 동료들도 평소보다 더 큰 액션으로 오타니를 맞이했고, 다저스타디움에 모인 팬들은 오타니의 첫 홈런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통역 도박 사건 때문에 오타니에 대한 일부 삐딱한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홈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저스도 샌프란시스코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결국 5-4로 이겼다. 다저스는 시즌 전적 7승2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지켰다.
오타니는 경기 후 말 그대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타니는 ‘LA타임스’ 등 현지 언론 및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초조한 마음도 있었지만 내 스윙을 하려고 노력했다. 어쨌든 한 방(홈런)이 나와 한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홈런을 치지 못한 기간이 길다는 생각에 좌절도 했지만 앞으로 좋은 타격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오타니는 홈런 가뭄이 갈수록 주목을 받던 상황이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오타니는 올 시즌을 앞두고 LA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라는 전 세계 프로스포츠 역사를 새로 쓰는 계약에 합의하며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현대 야구에서는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투·타 겸업을 현실화한 것, 투·타 모두에서 에이스급 성적으로 어마어마한 팀 공헌도를 남긴 것, 그리고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성장한 것 등이 두루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난 시즌 막판 받은 팔꿈치 수술 탓에 올해는 투수로는 등판할 수 없었다. 타격에 더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부담감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야수로는 그래도 재활 기간이 짧다고는 하지만 팔꿈치 수술 여파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타니는 2018년에도 시즌 뒤 팔꿈치 수술을 했었는데 2019년 개막에 맞춰 돌아오지 못했다. 오히려 올해 개막에 맞춰 돌아온 것이 용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정규시즌 개막과 함께 터진 자신의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의 도박 논란에 제대로 휘말리며 멘탈적으로도 쉽지 않은 시기를 보냈다. 현지 언론에서는 오타니의 타격폼이 미세하게 바뀌었고, 여기에 팔꿈치 수술 여파로 아직 타격 컨디션이 100%가 아닌 상황에서 내셔널리그로 이적해 낯선 투수조차 많다는 것을 홈런 가뭄의 이유로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홈런을 치면서 일단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오타니는 인터뷰에서 압박감을 느꼈다고 실토했는데, 첫 홈런이 나온 만큼 부담을 덜고 타석에 들어설 수 있을 전망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 또한 “새로운 팀과 계약을 해 좋은 출발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분명 인간의 본성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야구 경기에서 이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것이 기분 전환이나 압박을 덜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오타니의 반등이 지금부터 시작될 것이라 예상했다.
애런 베이츠 다저스 타격코치 또한 3일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그는 기본적으로 자기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분명히 경기가 중요해지고 더 많아지면서 타자들은 스프링트레이닝부터 시즌까지 조금씩 달라진다. 하지만 지금 그의 스윙은 나에게 있어 괜찮다. 오타니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투수들과 더 친숙해지면서 더 많은 생산성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오타니는 앞으로 더 폭발할 수 있다.
‘디 애슬레틱’은 ‘지난 한 달 동안 오타니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많았다. 다저스는 오타니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최소 450만 달러를 털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그의 오랜 친구이자 통역사인 미즈하라 잇페이를 해고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역시 연방 법 집행 기관과 마찬가지로 이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이 타석은 다저스가 시카고와 미네소타로 가는 6경기의 원정 여행을 시작하기 전 다저스타디움에서 마지막 기회를 의미했다. 그는 팬들이 사랑하지 않는 원정 경기에서 그의 첫 홈런을 맞이하는 대신, 험난한 몇 주 동안 그를 지지해준 팬들 앞에서 홈런을 쳤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또한 경기 후 ‘올 겨울 다저스가 오타니 쇼헤이와 계약했을 때, 그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앞으로 10년 동안 다저스타디움에서 대형 홈런을 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라면서 ‘두 번의 만장일치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가 시즌 첫 36타석 동안 침묵했다. 오타니와 모든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현실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그간의 과정을 짚었다.
MLB.com은 ‘로저스를 상대로 한 오타니의 홈런은 105.6마일의 타구 속도를 냈고 430피트를 이동했다. 로저스는 2021년 5월부터 왼손 타자에게 홈런을 내주지 않았다’면서 ‘오타니와 함께 오는 압력을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는 미국 스포츠에서 이 정도 규모의 계약에 서명한 첫 번째 선수다. 그가 자연스럽게 관심을 끄는 것은 그 게임의 다른 누구와도 다르다’면서 오타니가 특별한 압박을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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