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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 네가 언제부터 무실점 투수였다고, 세상 무너졌냐"…애정 어린 농담에, 기운 솟았다

작성일: 2025.10.14 10:45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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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태인 ⓒ곽혜미 기자
▲ 원태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구, 최원영 기자] 에이스다운 투구였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은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3차전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6⅔이닝 5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1실점, 투구 수 105개로 쾌투를 펼쳤다.

삼성의 5-3 승리를 이끌며 선발승을 챙겼다. 데일리 MVP까지 수상했다. 삼성은 원태인의 호투 덕에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우위를 점했다. 앞서 인천 원정서 1차전 승리, 2차전 끝내기 패배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2경기 연속 맹활약이다. 원태인은 지난 7일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서도 6이닝 무실점, 투구 수 106개로 역투하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앞장선 뒤 데일리 MVP를 거머쥐었다.

이번 3차전에선 날씨가 또 큰 변수였다. 와일드카드 때는 경기 개시를 5분가량 앞두고 폭우가 쏟아져 시작이 지연됐는데, 이번엔 1회부터 경기가 중단됐다. 원태인이 총 18구로 1회초를 마친 뒤 1회말 선두타자 김지찬의 타석 도중 장대비가 내려 쉼표가 찍혔다. 37분간 멈춰선 후 재개했다.

▲ 원태인 ⓒ곽혜미 기자
▲ 원태인 ⓒ곽혜미 기자

2회초부터 다시 마운드에 올라야 했던 원태인은 점퍼를 입고 외야에서 열심히 움직이며 몸에 열을 끌어올렸다. 이어 흔들림 없이 제 몫을 다했다.

유일한 실점은 4회에 나왔다. 최정의 좌전 2루타, 한유섬의 유격수 뜬공, 고명준의 3구 헛스윙 삼진으로 2사 2루. 6번 타자였던 최지훈에게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았다.

6회까지 투구 수는 90개였다. 7회에도 출격한 원태인은 김성욱을 2루 직선타로 잡아낸 뒤 안상현과 11구까지 가는 혈투 끝에 루킹 삼진을 수확했다. 이어 이승현(우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경기 후 원태인은 "참 중요한 경기였다. 끝내기 홈런을 맞고 분위기를 빼앗긴 채 (3차전에) 왔는데 이겨서 기분 좋다"며 운을 띄웠다.

1회 중단 후 상황을 돌아봤다. 원태인은 "최대한 빨리 재개하길 바랐다. 다시 실내에서 스트레칭하고, 계속 열이 안 식게끔 했다"며 "경기 전 지연보다 1회 투구 후 지연이 더 힘들었다. 외야로 나가 몸을 풀고 캐치볼도 하면서 준비한 덕에 감각을 되찾았다"고 회상했다.

비슷한 악몽이 있었다. 원태인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투수로 나섰다. 당일 악천후로 인해 경기가 지연 개시된 데 이어 결국 서스펜디드 경기가 선언됐다. 이틀 뒤 재개된 1차전서 삼성은 끝내 패하고 말았다.

▲ 원태인 ⓒ곽혜미 기자
▲ 원태인 ⓒ곽혜미 기자

원태인은 "(하늘을) 계속 원망했다. 이번에도 실내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더라. '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렇게 또 어깨가 식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작년의 아픔이 내겐 크고 좋은 경험이 됐다. 덕분에 잘 버틸 수 있었다"고 전했다.

SSG 1선발 드류 앤더슨과 선발 매치업을 이뤘다. 앤더슨은 장염 증세로 3차전이 돼서야 첫 출전을 이뤘다. 3이닝 3실점(2자책점)에 그쳤다.

원태인은 "언젠간 넘어야 할 산이라 여겼다. 솔직히, 오히려 자신 있었다. 나도 와일드카드에서 잘했고 5일 동안 준비하며 컨디션이 좋았기 때문이다"며 "차라리 나와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그렇게 됐다. 정말 중요한 타이밍이었다. 이기면 우리 팀에 기운이 완전히 넘어올 듯해 꼭 이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실점 후엔 포수 강민호의 격려 덕에 힘을 냈다. 강민호는 "네가 언제부터 점수 안 주는 투수였냐. 1점 줬다고 세상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냐"고 말하며 웃었다. 원태인은 "형은 내가 흔들리거나 실점할 때 항상 농담을 많이 해주신다. '끝나고 뭐 먹을래' 등의 장난도 치신다. 이번에도 내 기분, 긴장을 풀어주려 하셨다"고 미소 지었다.

▲ 왼쪽부터 원태인 강민호 ⓒ곽혜미 기자
▲ 왼쪽부터 원태인 강민호 ⓒ곽혜미 기자

이어 "무사 2루에서 1점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4~5번 타자를 잘 잡고 나니 무실점으로 막으면 경기가 완전히 우리 쪽으로 넘어올 것 같았다. 2아웃 후 꼭 막고 싶었지만 추격을 허용해 많이 아쉬웠다"며 "형이 '너 언제부터 무실점하는 투수였냐. 하던 대로 열심히 던져라'라고 해주셔서 괜찮았다"고 부연했다.

7회 자진 등판 배경은 무엇일까. 원태인은 "클리닝타임 후 몸이 식고 힘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6회를 잘 마무리한 뒤 스스로 구위나 힘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나에 대한 믿음이 절반 정도였다"며 "코치님께서 '감독님이 네 의사를 물어보신다. 할 수 있겠냐'고 하시길래 바로 (강)민호형에게 가 '형, 제가 던지는 게 맞습니까'라고 물었다"고 설명했다.

원태인은 "민호 형이 '지금 공 너무 좋다. 맞더라도 네가 던지는 게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거기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며 "내가 느끼기엔 힘이 떨어진 것 같지만 아직 남아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7회에도 올라가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실 7회까지 끝내려 했는데 두 번째 타자(안상현)와 승부가 너무 길어졌다. 투구 수도 예상보다 많아져 코치님이 다시 내 의사를 물어봐 주셨다"며 "여기서 더 던지면 다음 등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고, (후속 타자) 이지영 선배가 내 공을 잘 치기도 했다. 내 욕심보다는 불펜투수들을 믿었다. 코치님도 의견을 존중해 주셨다"고 말했다.

▲ 원태인 ⓒ곽혜미 기자
▲ 원태인 ⓒ곽혜미 기자

안상현과의 11구 승부에 관해서는 "'아 죽겠다'였다. 진짜 너무 힘들었다. 하필 마지막 11구 승부가 투구 수 100개가 넘어가는 상황에 이뤄졌다"며 "정말 끈질겼다. '될 대로 돼라'하고 던졌는데 루킹 삼진이 돼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하늘을 봤다. 다행이라는 마음이 컸다"고 전했다.

기립박수를 받으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모자를 벗고 90도 인사로 화답했다. 원태인은 "기립박수로 투구를 마무리한다는 건 늘 최고로 영광스럽다. 3차전 전날 자기 전 혼자 상상했는데 그 모든 게 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이뤄졌다"며 "물론 무실점을 꿈꿨는데 1실점한 것은 살짝 어긋났지만 그래도 다 잘 풀려 뜻깊었다"고 눈을 반짝였다.

삼성은 올가을 선발투수들을 종종 불펜으로도 기용하고 있다. 원태인은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불펜으로 대기했던 것처럼 팀에서 맡겨만 주신다면 언제든 나갈 준비가 돼 있다. 낭만 있지 않나. 멋있다고 생각한다"며 "내 몸만 괜찮고, 컨디션 회복만 순조롭게 잘 된다면 불펜 대기는 언제든 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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