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는 박찬호 못지않다… 서랍 속에 접어놨던 KIA 유망주의 꿈, 이제는 자신 있게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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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입단 당시에는 누구보다 꿈이 컸던 선수였다. 고교 최고의 유격수 중 하나로 뽑혔다.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IA의 1라운드, 전체 6순위 지명을 받았다. 모두가 이 선수, 박민(24·KIA)이 팀의 차세대 주전 유격수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보면 이런 기대는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입단 이후 프로의 냉정한 벽에 부딪혔다. 팀의 주전 유격수가 되겠다는 꿈을 한 번 접었다. 1군에 올라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되자 한 번 접은 꿈을 또 접었다. 군 입대 전까지 3년간 1군 기록이 30경기에 그치자 두 번 접었던 꿈을 또 한 번 접었다. 주전 유격수라는 단어는 너무 거창했다. 이제는 1군에서 살아남고, 그러려면 2군에서 좋은 활약을 해야 하는 선수가 됐다. 커다란 꿈이 여러 차례 접혀 서랍장으로 잠시 들어갔다. 생존 앞에 그 꿈은 뒤로 미뤄놓고 살았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다시 뛴다는 각오로 돌아왔지만 기회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자신이 군에 있던 사이, 언젠가는 그 뒤를 이어 받겠다고 다짐한 선배들은 별로 낡지 않았다. 또 자신과 비슷한 포지션에 뛰던 선수들이 먼저 기회를 받은 데다 김도영을 필두로 하는 후배들까지 1군에 자리를 잡은 통에 좀처럼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2024년 1군 출전 기록은 16경기에 불과했다. 몸도, 마음도 다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박민은 2025년 한 번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남들이 볼 때 1군 71경기, 105타석의 성적은 거대한 전환점이라고 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박민으로서는 꽤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다. “수비가 된다”는 평가를 받았고, 실제 해보니 그런 자신감이 생겼다.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에 나가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의지가 목 끝까지 차 올랐다.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도 박민의 파이팅이 단연 빛나는 이유가 있다.
유격수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그리고 3루까지도 소화가 가능한 수비력은 인정을 받았다. 이범호 KIA 감독조차 “어릴 때부터 수비 하나는 박찬호와 비슷한 클래스였다”고 할 정도다. 올해 경기 중·후반 수비가 필요할 때 가장 먼저 호출되는 선수이기도 했다. 박민은 “돌아보면 수비 쪽에서는 내 스스로도 발전을 많이 했다고 느낀다”면서 “수비 하나라도 된다는 것으로 그래도 전보다는 많은 경기에 나갔다. 나름 좋았던 시즌이라고 생각한다”고 한 시즌을 돌아봤다.
주위의 평가대로, 박민은 수비에는 자신감이 있다. 박민은 중앙 내야수 경쟁에 대해 “자극도 되고, 동기부여도 된다. 그래도 자신이 있다. 오히려 수비 같은 경우는 내가 진짜 자신이 있어서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군의 모든 것을 잘 몰랐던, 그래서 조심스러웠던 1년 전과 어조가 확 달라졌다. 박민은 “목표가 백업 선수는 아니다”라고 표정을 고쳐 잡았다.
주전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수비력에 공격력을 더 보태야 한다. 시즌 71경기에서 타율은 0.202, 출루율은 0.265에 그쳤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괜찮은 타격이었지만 갈수록 처졌다. 박민은 “안 맞는다고 생각할 때는 아무 것도 안 됐다. 급해서 내 공도 아닌 공에 스윙이 나갔다”고 반성하면서 “카운트 싸움을 잘 해내가면서 죽으면 나도 납득이 되고, 보는 사람도 납득이 될 텐데 나는 그게 안 됐다. 수싸움 하는 것도 많이 공부를 해야 하고, 타이밍이 늦는 경우가 조금 많았기 때문에 더 여유도 생겨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완점까지 짚었다.
시즌 막판부터 손톱 상태가 좋지 않아 아직은 본격적인 타격 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타격 기본기 위주의 강훈련을 이어 갈 생각이다. 수비도, 타격도 훈련량은 최고가 되고 싶은 마음이다. “기초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해볼 생각”이라고 구상을 밝힌 박민은 “겨울에도 타격이나 웨이트를 많이 하면서 타격 쪽에서 좀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내야수 경쟁이 치열하지만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다.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2군에 가기는 싫다. 어떻게든 버텨 살아남는다는 각오다. 박민은 경쟁에 대해 “겉으로는 다 친하게 지내도 속으로는 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잠시 잊고 살았던 그 서랍장에 다시 온 박민이다. 꾸깃꾸깃 여러 번을 접어 잠시 넣어뒀던 그 꿈을 활짝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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